[한섬칼럼] 한국섬유패션 ‘K-뷰티’에서 배워라
[한섬칼럼] 한국섬유패션 ‘K-뷰티’에서 배워라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5.05.19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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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디어發 드라마가 일으킨 한류 열풍의 가장 큰 수혜업종은 다름아닌 K-패션이다. 여기에 패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국 화장품 산업까지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바야흐로 최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일명 ‘K-뷰티’로 통칭되는 한국 화장품 강세는 전세계 소비자들 이목을 사로잡은 드라마 한류의 힘과 더불어 중국 시장 약진, 업계 스스로의 자기 혁신노력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2014.1월~11월 기준)은 14억5000만 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6위로 뛰어 올랐다. 지난 4월 신한금융투자 발표에 따르면 올해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1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한국 화장품 강세는 한류 열풍 외에도 피부미용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키고 단시일내에 신제품을 개발하는 클러스터형 생산 인프라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 기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대목은 화장품 생산과 연구시설이 몰린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와 오송생명과학단지다. 여기에는 약 30개가 넘는 화장품 관련 업체들이 밀집해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클러스터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한다. LG생활건강과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 같은 대기업을 비롯 중소 화장품 업체 및 관련 연구소만 131개에 이른다.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상품이 시제품으로 나오는데 단 1~2주일 걸릴 정도의 빠른 속도전은 화장품 클러스터만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섬유패션산업은 어떤가. 동대문은 시장 필요(market demand)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국내 최고의 섬유패션산업 집적지다. 원부자재부터 봉제까지 관련 공장만 수천개에 이르고 여기서 완성된 물건을 판매하는 점포만도 1만여 개가 넘는다. 생산 클러스터 뿐만 아니라 이를 판매할 수 있는 유통까지 한 곳에 밀집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섬유패션 가치사슬(value chain) 최적화 단지다. 오늘 개발한 디자인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는다. 속도전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기북부 역시 화섬 및 면방사들이 지역 중소 환편업체들과 클러스터를 구성해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작년 일본 제치고 세계 6위 화장품 수출국 부상

한류 영향과 업계 스스로 혁신 노력의 산물

감성 사로잡는 차별화…亞넘어 구미시장까지

섬유패션 시장변화 주도할 인프라 적지 않다

원천기술 매달리기보다 트렌드 제품개발 나설때


그러나 아직 섬유패션산업의 클러스터 성과는 K-뷰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제품 응용력과 마케팅 능력이다. 이미 한국의 섬유패션산업 기술은 베이직한 범용 제품의 경우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단지 탄소·아라미드 같은 산업용 기술 섬유 부문이 5년 안팎으로 뒤쳐지고 있을 뿐이다. K-뷰티 산업이 동종 업계 기술력 측면에서 섬유패션산업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들어 우리 섬유패션업계에는 유니클로와 자바, H&M 같은 글로벌 SPA브랜드의 비즈니스 모델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패트스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 1등을 따라잡는 전략도 유효한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결코 1등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우리 섬유패션산업은 잘 나가는 K-뷰티 산업을 벤치마킹하고 불사조처럼 일어선 부산의 신발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 날로 성장하는 온라인·모바일 시장을 다른 시각으로 분석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중 소비 트렌드 변화도 좀 더 심도있게 들여다 봐야 한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만들어낸 건 기술혁신이 아니다. 시장의 변화를 창조적으로 선도했기 때문에 세계 일류 기업으로 올라선 것이다.

K-뷰티 산업에 비추어 보건데 한국 섬유패션산업도 시장 변화를 주도할 인프라가 결코 부족하지 않다. 이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조직하고 활용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지난 16일 박호생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한국 화장품 산업이 타 국가와 비교해 뛰어나게 기술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뚜렷한 원천기술 없이도 회사 가치가 크게 뛰고 주목받는 기업이 되고 있다.” 마케팅과 브랜드력, 제품 응용력으로 시장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끊임없이 신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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