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펠틱스’ 배상인 대표 - 좋아하는 일 하는 것, “최고의 행운이죠”
[Power Interview] ■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펠틱스’ 배상인 대표 - 좋아하는 일 하는 것, “최고의 행운이죠”
  • 이원형 기자 / stam77@ktnews.com
  • 승인 2015.05.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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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때부터 멀티샵 즐겨찾아…히트 아이템 만드는 안목 키워줘

7년째 스트리트 캐주얼 ‘펠틱스’를 이끌어온 수장 배상인(34) 대표의 사무실은 형형색색의 피규어와 귀여운 베어브릭으로 가득하다. 언뜻보면 이 곳이 과연 브랜드 대표가 있는 공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톡톡 튀고 아기자기하다. 벽면 한쪽에는 밥 말리 사진이 붙어 있다. 독특하게 커스터마이징한 서핑보드도 가지런히 놓여있다. 모두가 배 대표가 사랑하고 아끼는 것들이다. 그의 다양하고 신선한 감각들이 전부 이 공간에서 탄생된다.

폴로 ·나이키 사랑하던 고등학생

배 대표는 학창 시절 ‘폴로스포츠’를 사랑했다. 그 당시 이 브랜드의 인기 아이템이었던 청 모자, 청 셔츠, 후드 티 등을 즐겨 입었다.

“폴로의 테디베어 컬렉션은 아직도 제가 사랑하는 아이템 중 하나죠.”

본격적으로 패션 아이템을 수집하고 팔면서 옷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 건 운동화였다. ‘나이키’는 그의 단짝 친구였다.

“나이키 에어포스 원, 조던 제품을 좋아해서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 유명했던 중고거래사이트를 통해 수집품을 팔았어요. 그 곳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지금까지 스트리트 패션업계에서 활동하고 있을 만큼 당시엔 옷 좀 입는다는 친구들이 많이 활약했어요. 하나씩 팔면 좋아하는 신발을 또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즐거웠어요. 취미가 일이 된 셈이죠.”

그가 지금까지 모은 나이키 운동화는 약 300켤레. 한국에서 진행됐던 나이키 에어포스 원 전시회에선 그의 소장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그만큼 국내에서 보기 힘든 제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옷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한 일이 있다. 바로 아르바이트. 학생 신분이었던 만큼 경제적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에 방과후 명동 영양센터에서 서빙을 도왔다. 열심히 일한 돈으로 당시 유명했던 멀티샵을 출퇴근했다. 명동 ‘도어즈’, 돈암동 ‘탐’ 등이 그의 주요 출입처. 남들은 철없다고 얘기했을지도 모르지만 고등학생 배상인에게 ‘신상’은 가장 즐거운 낙이었다.


펠틱스의 탄생

2003년 그는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 ‘스투시’ 등을 직수입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학생 때부터 여러 오프라인 멀티샵과 해외 사이트에서 제품들을 눈에 보고 익힌 덕에 아이템을 고르는 안목도 자연스레 넓어졌다.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한 ‘펠틱스’는 옷이 아닌 가방으로 먼저 유명해졌다. 출시 한 달 만에 가방 8000개가 팔리는 판매고를 올렸다. 단숨에 패션계의 새로운 샛별로 떠올랐다. 당시만해도 스트리트 캐주얼은 생소한 영역이었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펠틱스’는 재밌고 독특했다.

“예상치 못하게 가방이 인기를 끌면서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어요. 하지만 옷을 제대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이 있어요. 지체하지 않고 바로 본격적인 스트리트 캐주얼로서의 브랜딩을 시작했습니다.”

펠틱스, 대박 나다

‘노력 없이는 성공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펠틱스’의 시작도 만만치 않았다. 수입 브랜드 멀티샵이 성행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시행착오가 많았다. 하지만 패기와 집념으로 뭉친 젊은이들을 위해 따뜻한 배려로 응원해준 은인들이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됐다.

“처음 시작했을 때 협력업체 사장님들이 많은 배려를 해주셨어요. 대금 결제일도 늦춰주셨죠. 그분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까 할 정도니까요.”

배 대표는 정확한 QC(품질관리)를 매일 보기 위해 메인 공장 옆으로 이사도 갔다. 그 때만해도 ‘펠틱스’의 직원은 총 5명. 가위바위보로 지역을 나눠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다. 주말마다 거래처를 뚫고 상품을 홍보했다. ‘펠틱스’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발바닥이 뜨거워 질 때까지 뛰고 또 뛰었다.

그는 “직원이 모두 한 마음으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하지만 힘들다고 불평하는 사람 없이 모두가 즐겁게 일해줬다”며 “그 시절이 있었기에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문을 두드린 탓인지 강원도에서 멀티샵을 운영하던 한 사장은 아예 기존 사업을 접고 ‘펠틱스’ 매장으로 바꿔버렸다.

“5년 전,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만 판매했던 콧대 높은 멀티샵에 납품하기 위해 몇 번을 찾아갔어요. 하지만 가는 족족 거절하시더라고요. 자존심이 상해서 속으로 생각했죠. 매장 바로 옆에 ‘펠틱스’매장을 내고 말 거라고. 얼마 후 거짓말처럼 그 옆에 ‘펠틱스’ 단독매장을 열었어요. 단단한 바위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그 멀티샵은 곧 없어졌죠.”

모두가 펠틱스를 사랑해

펠틱스는 유독 히트 아이템이 많다. 한 품목당 1~2만장을 팔았던 야구점퍼, 웰론패딩, 코치자켓 등이 바로 그 주인공. 여름엔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베이직 티셔츠가 대 히트를 쳤다. 5~6만장 판매는 기본이었다.

배 대표는 “옷에 대해 생각하던 나만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제품 안에 불어 넣었다. 스탠다드하면서도 스트리트 개성은 유지한 브랜드 감성이 대중과 소통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제 2의 스투시’를 만들자는 그의 꿈은 곧 현실로 이루어졌다. 유명 백화점에서 입점 제의가 물밀듯이 밀려왔고 수많은 연예인과 패션 피플들이 ‘펠틱스’ 옷을 찾았다. 학생들 사이에선 ‘펠틱스’ 제품이 대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부작용도 있었다. 정통 스트리트 감성이 퇴색되고 대중성에 치중한 브랜드로 변해버렸다는 일각의 지적이었다.

“스트리트 브랜드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연령층이 내려가면서 기존마니아층을 충족시키기가 힘들어집니다. 큰 사랑을 받게 되면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밖에 없어요. 저희가 선택한 건 하나였어요. 나만이 담을 수 있는 브랜드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스탠다드한 대중성은 유지하자는 것. 대신 개성 있는 신규 브랜드를 많이 만들어 브랜드 카테고리를 넓혀나가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통 스트리트 감성을 추구하는 신규 브랜드 ‘HVPE’는 최근 건대 커먼그라운드에 입점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자신이 원해야 스트리트 패션

배 대표에게 행복이란 지금 당장 즐거운 일을 하는 것. 오랫동안 스트리트 패션업계에 있었던 친구들과 함께하는 야구는 그의 활력소 중 하나다. 회사 내에서도 사내 야구단이 있다. 외국 여행에 가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미키마우스’ 아이템을 사는 일도 그가 즐기는 행복 중 하나다. 아내가 직접 큐빅으로 커스터마이징한 에어포스 원은 그의 보물 1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저는 그 동안 밤낮 없이 제가 좋아하는 일에만 매달려 살아왔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하는 게 고통스럽지 않았어요.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는 스트리트 패션은 누구에게나 쉬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저 즐기며 사는게 보약이라고 생각한다. “어렵지 않게, 너무 독특하지도 않게, 쉽고 편하게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만드는 게 진정한 스트리트 패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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