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르는 ‘거위의 꿈] BNB12’ 박정상·최정민 디자이너
[내가 부르는 ‘거위의 꿈] BNB12’ 박정상·최정민 디자이너
  • 이원형 기자 / stam77@ktnews.com
  • 승인 2015.06.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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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방 열정으로 옷 만들죠

정글같은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꿈을 만드는 신진 디자이너들,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는 기성 디자이너들도 모두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본지는 이번 연재를 통해 ‘나만의 옷을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신예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힘들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본업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기에 한국 섬유패션산업 미래는 밝다.


‘BNB12’를 4년동안 이끌어 오고 있는 박정상, 최정민 디자이너(이하 박, 최)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일명 ‘BNB12 예비군’. 두 디자이너 밑에서 함께 동거동락하며 일해왔던 인턴과 매장직원들로 구성됐다. 최는 매일 이들을 위해 직접 밥상을 차렸다. 서로를 가족이라 부르며 함께 동거동락했다. 그만큼 누구보다 두 사람을 잘 안다. 그들은 박과 최를 ‘더 일하려고 밤낮을 싸우는’ 최고의 디자이너라고 자신한다.

박과 최의 인연은 직장 상사의 관계에서 시작됐다. 상사였던 최는 박이 각종 콘테스트를 나가며 패션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이탈리아 마랑고니 패션스쿨까지 졸업했던 실력파 최는 내면에서 꿈틀대는 디자이너의 열망을 포기할 수 없었다. 박은 최에게 함께 손을 잡아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제안했다. 나이도, 성별도, 성격도 모두 달랐지만 마음은 불나방처럼 뜨거웠던 두 사람의 인생이 제 2막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BNB12’의 개성넘치는 작품은 100% 두 사람 동의 아래 나온다. 최는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을 추구하지만 박은 기하학적인 요소와 신소재를 접목한 꾸뛰르적 작품을 선호한다. 극명한 차이점 때문에 하루 한번은 큰소리가 난다.

최는 “혼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의 작업 루트와는 완전히 달라요. 패턴작업 하나에도 5cm 내려야된다 올려야 된다로 하루 종일 싸우는 날도 있죠. 하지만 이렇게 같으면서도 다른 생각 때문에 작품 하나를 한 번 더 생각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완벽히 수정하게 되요. 혼자 있을 땐 실수해도 꼬집어 주는 이가 없지만 저희는 언제나 서로를 평가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며 공생하는 관계에요. 힘들어도 힘을 낼 수 밖에 없어요” 라고 말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니 뭐니 해도 결과물을 보고 있자면 이 둘,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탄성 섞인 웃음이 새어 나온다. 고스톱을 재해석해 아트웍으로 표현해낸 작품부터 피어싱 한 날라리 기린, 써클렌즈를 낀 치타, 럭키 세븐을 형상화한 자켓 카라까지. 뜻을 알고나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박은 “위트와 유머가 있는 옷을 만들자는 게 저희의 공통점이에요. 열정의 크기가 거짓말처럼 똑같아서 부딪힐 때도 많지만 결국엔 서로가 웃으면서 작업을 마치죠. 패턴을 직접 뜨고 디자인 샘플도 제 손으로 봉제했어요. 가장 기초적인 스킬을 밤을 새며 다져놓은 게 저희의 장점이 됐죠. 이제 최 실장과 저는 끝까지 함께 가는 전우, 동지 같은 존재에요. 지금까지 지독하게 옷만 만들었으니 저희를 알리는 시간이 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BNB12’는 이제 본격적인 출격을 앞두고 있다. 지독하게 옷만 만들던 옷쟁이들이 서울패션위크와 각종 수주회를 거치며 브랜드를 알려 나가야 겠다고 생각한 것. 옷걸이를 들고 직접 MD를 찾아가던 과거와 달리 해외 바이어들이 알아서 그들의 옷을 찾고 있는 건 두 디자이너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이미 꿈에 한발 들어왔다는 박과 칠순까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최. 톰과 제리처럼 아웅다웅하지만 그 누구보다 끈끈한 믿음으로 정직한 옷을 만드는 ‘BNB12’. 불나방한테 시비걸지마라는 뜻을 지닌 브랜드 명처럼 최정민, 박정상 디자이너에게 걸리는 고객은 모두 다 지갑 열 준비를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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