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 박준영 세진플러스 대표 - “교복입고 등교하는 장애학생들을 꿈꿉니다”
[파워 인터뷰] ■ 박준영 세진플러스 대표 - “교복입고 등교하는 장애학생들을 꿈꿉니다”
  • 김동률 기자 / drkim@ktnews.com
  • 승인 2015.08.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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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증에 영양실조 장애인도 어엿한 직원으로
업무적응까지 관심과 기다려주는 인내심 가져야
장애인 학생 교복제작 첫 시도…시스템 구축 앞장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10.2%를 기록했다.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실업난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취업을 하지 못한 대학생들은 졸업을 미루고 있다는 뉴스는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취업난은 더 심각하다.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은 가뜩이나 어려운 장애인들의 취업 문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직원 대부분을 지적·지체 장애를 안고 있는 장애인들을 고용해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입장에서 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외치는 봉제공장 사장이 있다. 바로 직원들과 일을 통해 “잘 놀고 있다”고 표현하는 세진플러스 박준영 사장이다. 그는 봉제일을 통해 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박 사장의 장애인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공장을 얻는데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는 “봉제공장을 할 수 있는 건물 중 휠체어가 드나들기 편한 곳을 찾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래도 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조건이라 발품을 팔아가며 힘들게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로변에 있는 입구로 들어서면 가파른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지만 공장 뒷편으로 돌아가면 휠체어가 충분히 드나들 수 있는 평지로 된 후문이 있었다. 몸이 불편한 직원들은 휠체어로 공장 안까지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해 공장을 얻은 것이다.

장애인들이 직장에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일반인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기다리고 지켜봐줄 수 있는 관심이 장애인들에게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애인들도 잘 하는 일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발견하기까지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에 집중을 못한다고, 실수를 한다고해서 화를 내거나 꾸중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심한 수전증과 영양실조로 다른 직장에서 채 2달을 못 버티던 중증 장애인을 6개월 동안 꾸준한 관찰과 노력으로 여느 직원 못지않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례도 있다.

두 달 전부터는 장애인들의 문화생활 향상과 직무교육의 일환으로 비영리민간단체 극단에서 뮤지컬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게 낯설고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누구 못지않게 잘 해내고 있다. 거기에 뮤지컬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자신감도 높아져 생산성도 훨씬 좋아졌다. 한 직원의 경우 드럼 연주를 배우게 됐는데 박 사장에게 직접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며 약속 날짜 일주일 전부터 “꼭 약속 지켜야 한다”며 재차 확인 전화까지 할 정도로 자신감과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박 사장은 “지금도 그 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동요 ‘아빠와 크레파스’를 연주해 줬는데 가슴 한편이 찡하면서 ‘이 녀석이 날 이만큼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함도 느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1977년 대구에서 처음 봉제를 접했다. 1979년 서울로 올라오면서 본격적으로 봉제업계로 뛰어들었고 지금까지 한 길만을 걸어왔다. 그런 그가 요즘은 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교복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학생들의 교복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박 사장 자녀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히면서부터다. 일반 기성복 입는 걸 힘들어하는 자녀를 위해 직접 옷을 만들어 입히다 보니 자연스레 장애학생들 교복 제작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

그는 현재 우리나라 160여 개 장애인 특수학교 중 교복을 입는 학교는 단 한 군데도 없다고 한다. 장애인마다 체형은 물론, 장애종류와 정도가 모두 달라 기성복으로 나온 교복을 입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장애 특성별로 맞춤제작을 하게되면 봉제도 까다롭고 자연히 단가도 높아져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 입장에서는 비용이 부담되는 이유도 한 몫 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교복을 입고 등교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 첫 단계로 올 해는 가장 먼저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기초가 되는 시스템이 완성되면 학생 하나 하나 체형을 측정하고 자료를 만들어 보관해 나중엔 직접 체형을 측정하지 않고도 자료만 보고 알맞는 옷을 만들 수 있도록 진행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아 “뜻이 맞는 기업들과 함께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지원을 받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의 최종목표는 직원들이 하루 8시간 근무 중 4시간은 업무에, 나머지 4시간은 자기개발에 할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인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꾸준한 문화, 예술활동 등을 통해 자기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자유롭게 놀면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내가 그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힘들게 가르친 직원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게 된다면 서운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그는 “우리회사에서 일을 배워 다른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긴다면 기쁜 마음이 앞선다. 그만큼 당당하게 한 걸음 더 사회로 나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자녀 이름에서 딴 ‘세진’과 사랑을 더한다는 의미의 ‘플러스’를 합쳐 회사 이름으로 정했다는 박준영 사장에게서 문득, 장애란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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