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왕관의 무게? 아무나 견디나
[지금 현장에서는…] 왕관의 무게? 아무나 견디나
  • 이원형 기자 / stam77@ktnews.com
  • 승인 2015.11.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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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팔도, 매출 좀 나온다하는 편집매장은 온통 별천지다. 생소한 브랜드가 왜 그리도 많은지, 이름도 얼마나 어려운지 한번 보고는 도통 기억하지도 못하겠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패션업계는 너무 많은 브랜드가 범람하고 있다. 문제는 트렌드에 입각해 소위 ‘뜬다’하는 아이템에 우르르 몰려 시장에서 사입해 라벨만 갈아 파는 파렴치한 브랜드가 들끓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유명 온라인 유통몰에도 1200개의 브랜드가 있으나 전 브랜드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는 않다. 맨투맨이나 트렌디한 상품을 판 뒤 홀연히 무대 뒷편으로 사라지는 ‘반짝 게스트’형 브랜드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결코 잘 팔리는 상품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역사와 그에 맞는 가치, 적절한 비즈니스 구조, 확고한 경영철학 등 수많은 요건을 고려하고 탄생해야 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러한 브랜드의 가치를 가볍고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브랜드를 앞세워 단기간의 이익을 노리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모 브랜드 임원은 “10년 넘게 패션업계에 몸 담고 있었지만 알면서도 모르겠는게 옷이고 고객이더라”며 “넘어지고 또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숙련의 시간이 필요한 업계가 바로 이 곳”이라고 말했다.

한 남성복 대표는 “패션의 본거지로 통하는 유럽에서는 브랜드 전통이 100년 정도는 되야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다”며 “전통이 브랜드의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가볍게 볼 수도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물 간 구찌를 올 1분기 두자릿수 매출로 성장시킨 CEO 마르코 비자리는 패션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지만 그동안 스텔라 매카트니, 보테가 베네타를 성장시킨 주역으로 유명하다. 디자인에는 까막눈인 그가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NEW를 지향하기 보단 브랜드가 지닌 무게와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왕관을 쓰기 전, 자신이 그 왕관에 적합한 인물인지 스스로 돌아보는 각성의 시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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