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화 디자이너, 네팔에서 패션쇼 열다 - “마음 어루만져 주러 갔다 되레 영혼 위로받아…”
홍미화 디자이너, 네팔에서 패션쇼 열다 - “마음 어루만져 주러 갔다 되레 영혼 위로받아…”
  • 이영희 기자 / yhlee@ktnews.com
  • 승인 2015.12.1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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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모습도 네팔과 닮아 있는 홍미화
패션으로 지구촌 휴머니즘 실현 앞장
초원식물 네틀소재로 자연주의 패션실천
“인위적인 것보다 ‘환경과 사람’ 어우러져야”

오랜만에 만난 홍미화 디자이너는 네팔과 닮아있었다. 눈빛이 더 맑고 깊어졌고 가끔 엉뚱한(?) 이야기를 하며 잘 웃던 모습은 여전했다.

나이를 무색하게 늘 소녀같은 홍미화 디자이너가 이번엔 지진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네팔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결론은 이랬다. “네팔을 위로하러 갔다가 오히려 내가 치유를 받은 것 같다”는 것. 1993년 파리 외곽의 벤센느 숲 속에서 반딧불 500마리를 날리며 패션쇼를 했던 홍미화 디자이너는 다음 패션쇼 장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엔 세네갈에서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결국, 2005년까지 패션쇼를 하면서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됐지만 늘 홍미화 디자이너의 머릿속에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패션쇼”를 그려왔다고 한다.

사실 네팔에서 많이 나는 섬유 ‘네틀(nattle)’ 소재로 옷을 짓고 현지에서 패션쇼를 꿈꿔왔지만 대지진 이후 망설임이 컸다. 그 와중에 한 달간 현지답사를 했던 스텝들이 “반드시 하자, 네팔의 현 상황이 최악일수록 문화에서 그 들을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간곡한 부탁을 해왔다고 한다. 인도로부터 기름 공급이 중단돼 이동수단조차 부족한 네팔에서 패션쇼를 결심한 것은 어쩌면 홍미화다운 발상인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카투만두의 외곽과 시내의 핫플레이스 두 군데로 장소를 나눠 마침내 패션쇼를 개최했다.

첫날 황당하게 헬퍼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순조롭게 패션쇼는 진행됐다.
“Thank you! 네팔”이란 타이틀은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네팔에 대한 감사와 경애를 담고 있다. 홍미화는 “저는 항상 자연주의를 실천하고 패션에 표현한다고 생각했는데 네팔에서 패션쇼를 하면서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사람’ 즉 휴먼이라는 자각을 했습니다”라며 문화와 정신세계가 우리보다 더 고양된 사람들이 네팔인이었다고 느낌을 전달했다.

네팔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없는 나라이니 고민도 없지만 트렌드도 없다고 했다. 트렌디한것이 없으나 아이템마다 모두 최고의 패션이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네틀은 네팔의 초원에서 나는 야생초이다. 가내수공으로 소량생산밖에 못 하지만 순수한 유기농이어서 토양을 망치지 않고 자라는 고귀한 소재인 셈이다. 네틀은 면 등 타 소재와도 블랜딩이 가능하고 인체와 자연의 조화로움을 실천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번 패션쇼에서 홍미화 디자이너는 60여 벌의 의상을 선보였고 이 중에서 25% 비중이 네틀소재를 활용했다. 홍미화 디자이너는 패션쇼 말미에 “네틀은 이 나라에서 나는 소재이며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네팔의 정신과 패션에 자부심을 가지라!” 고 조언해 갈채를 받았다. 홍미화 디자이너는 11월 7일과 10일, 이틀에 나눠 유니버셜 센터와 타멜에서 각각 패션쇼를 했다. 첫날은 양식뷔페로, 10일에는 마당에서 수백 명분의 음식을 직접 끓여서 대접을 했다. 그 뒤 시골로 가서 선교활동을 한 홍미화 디자이너는 “네팔에선 간절한 소망을 갖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너무 빨리 달리며 잃어버린 부분들... 그것을 네팔은 간직하고 있어요. 우리에게 한이 많다면 그들에겐 흥이 있지요. 어떤 것이 더 고귀할지 몰라도 네팔은 영혼을 치유하는 힘이 있고 저는 패션을 코드로 진정한 교류를 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습니다”라고 감회에 젖었다. 다음, 홍미화 디자이너의 지구촌 패션쇼는 어디서 열릴지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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