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섬산련에는 ‘메기’가 없다
[한섬칼럼] 섬산련에는 ‘메기’가 없다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6.01.27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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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기자는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가능하면 희망적인 기사가 많이 실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2015년 3월30일(월)자의 ‘섬유패션, 만연한 패배주의 떨쳐내야 산다’는 타이틀 기사가 실린 배경이다. 당시 윤수영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은 한국 섬유패션브랜드 대상 시상식장에서 “비전 없는 산업에 투자하는 정부는 없다. 업계가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스스로 잘 하고자 하는 노력과 비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고 이는 꽤 타당한 논리와 설득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약 10개월만인 며칠 전, 작년과 똑같은 주문이 들어왔다.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섬산련 관계자는 “희망적인 기사를 많이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 기자는 팩트에 근거한 기사를 생산하기 때문에 없는 얘기를 있는 것처럼 쓰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도를 넘은 패배주의는 고립을 자초하고 현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에 역행하기에” 열심히 팩트를 찾아 다니고 있다. 이번호 9면에 게재된 성언덕 엠브레스 대표 기사가 당초 취지보다 크게 활자화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섬산련에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 “업계 발전을 위한 언론사의 역할과 더불어 섬산련에서도 희망적인 보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주시는 게 어떠냐”는 것이다. 섬산련은 한국 섬유패션산업을 이끌어가는 컨트롤 타워다. 국내 섬유패션 관련 단체 중 가장 많은 예산을 쓰고 모든 고급 정보를 가장 빠르고 체계적으로 모으는 곳이다. 그럼에도 섬산련을 통해 희망적인 기사를 쓸 수 있는 ‘글거리’를 받은 기억이 적어도 지난 1년 사이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정보의 취합과 가공이라는 점에서 섬산련은 언론사보다 못한 곳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코오롱FM 인사이동, 조직에 활력
메기론 앞세워 불황 극복 담금질
사업 구조조정 완료 단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섬산련
혼탁한 연못 안되게 노력해야

지난 12일 신년세미나 행사장에서 이해운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신임 백배현 연구소장이 조직을 헤집으며 열심히 메기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코오롱FM은 원사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직물·후가공 분야로 영역을 확장 중인데 그 과정에서 일정부분 백 소장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뜻으로 들렸다. 일명 ‘메기론(論)’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위협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신경영이론이다. 미꾸라지들이 노는 연못에 메기를 풀어 놓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활발히 움직임으로써 더욱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백 소장 이전, 전임 노환근 소장은 약 17년간 코오롱FM 연구소장을 맡으며 신소재 개발에 뛰어난 공을 세웠다. 그는 WPM 연구 사업을 이끌며 또다른 연못에서 열심히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 넣고 직원들이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인적 자원을 적절히 분배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섬산련으로 눈을 돌려보자. 기자는 섬산련을 출입한 지난 7년간 신입직원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얼굴을 본적이 없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메기가 한번도 뛰놀지 못한 혼탁한 연못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업계는 최악의 불황을 대비하며 입에 거품을 물고 뛰는데 지금까지 섬산련에서 나온 특단의 대책은 없었다. 여타 한국 섬유패션관련 단체의 조직 운영 역시 섬산련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영리 추구 없이 한정된 재원으로 다양한 업무를 관장하는 단체 특성상 조직을 뒤흔들 인사 발탁 혹은 외부인사 영입이 쉬울리는 물론 없다. 그렇다면 ‘메기론’은 완전히 동떨어진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인가.

한국섬유수출입조합은 작년 말 조희근 상무(前 효성 직물PU 사장)를 영입해 조직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민은기 이사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조합원 설문조사를 통해 직물 수출업계 불황을 타개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한국의류산업협회는 부서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날로 몸집을 불리며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패션봉제와 지적재산권 보호 사업을 양대 축으로 부서장 능력을 극대화하는 등 지난 몇 년간 조직 구성원의 맨파워를 크게 끌어 올렸다. 누가 잘했고 누구는 못했다는 걸 비교하는건 아니다. 단지, 시도라도 하지 않으면 기대할 것 역시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다. 주변에서 “섬산련은 공무원 조직 같다”는 말을 하는 이유를 새겨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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