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국내 편집샵 1세대 빌리지유통 김재권 대표 - “현재의 ‘리얼 라이프스타일’ 담아내야죠”
[Power Interview] 국내 편집샵 1세대 빌리지유통 김재권 대표 - “현재의 ‘리얼 라이프스타일’ 담아내야죠”
  • 나지현 기자 / jeny@ktnews.com
  • 승인 2016.03.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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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옷 ‘바로크’ 디자이너에서 ‘패션빌리지’ 탄생 이끌다
패션빌리지라는 상호명으로 설립된 빌리지 유통은 동대문 편집 1세대로 당시 패션계에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았던 당시 매스마켓의 정점이었던 80~90년대에는 그야말로 만들면 팔리던 패션 호황기였다. 백화점 성장기와 함께 대량 생산과 판매가 가능했던, 만들면 팔려나갔던 시절이었다. 반면 디자이너들 또한 맞춤복 시대를 화려하게 걷던 시대이기도 했다.

김재권 대표는 당시 ‘바로크’라는 맞춤옷 디자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국내 패션산업이 자국 산업으로 크게 부상 받지 못했던 시절, 온전히 자립해야 하는 시대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이에 리테일과 홀세일 방식에서 앞서 있던 일본 시장조사에서 영감을 얻어 오늘날 편집샵 효시인 ‘패션빌리지’를 83년 선보이게 됐다. 당시 명동과 이대 등 핵심 상권에서 리테일 사업을 시작한 패션 빌리지는 디제이 부스와 갤러리 형태의 매장 구성,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특화존 등 짜임새 있는 엠디와 신선한 구성, 압도적인 규모로 진정한 펀&조이를 지향했다.

파격적이면서도 새롭고 신선한 공간 제안으로 고객들의 뜨거운 호응과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편집샵 면모를 완벽히 갖추어 200~500여 평 규모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패션 왕국을 탄생시킨 것. 시대의 흐름을 한참 앞서갔던 패션빌리지는 그야말로 연령을 불문하고 찾는 ‘패션 놀이터’로 일 매출이 한 매장에서 1500~2500만 원일 정도로 대박을 터트렸다.

김 대표는 “규모의 경제가 아닌, 쇼핑 뿐 아니라 진정으로 놀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동선 하나하나까지 고려한, 살아있는 공간 연출에 주력했다. 밤잠을 안 자면서까지 열정을 불태웠던 그 당시가 정말 재미있고 짜릿했다”고 회고했다.

예리한 감각으로 현재의 리얼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것이 관건인 시대다. 빌리지 유통이 최근 소비 추세를 반영, 집약해서 선보인 브랜드가 ‘주마’와 ‘아이디’다. 제도권 브랜드들이 쉽게 접근하지만 결국은 성공 모델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스킬과 노하우가 부족해서다. 기존 운영 방식대로 틀에 박힌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접점의 상품공급과 스피드, 가격 등에서 3박자를 갖추지 못하면 생존하기 힘든 생태계다.

빌리지 유통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한 편집형 브랜드를 운영하며 축적된 데이터와 인프라는 큰 자산이자 경쟁력이다. 방대한 생산처와 오랜 거래 관계로 신상품 및 사업 정보에 있어 우위에 설 수 있는 강점과 중소 규모의 상품도 퀄리티 생산이 가능한 공장과의 연계로 소비자 접점의 상품과 매장, 인테리어까지 완벽한 시스템이 구축돼있다. 기획, 생산에서 매장 도착까지 전 과정을 10일 안에 소화하는 빠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카멜레온처럼 매장마다 상권 밀착형 유연한 상품 구성이 가능하다.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시대를 아우르는 브랜드 육성이 목표
빌리지유통은 제2의 도약을 위해 다시 출발선상에 섰다. 지난 3~4년간 동대문 사입과 편집에 대한 유통의 시각과 규제가 다소 완화되면서 기회요인이 많아졌지만 우후죽순 편집 브랜드들의 출현으로 마켓 내에서도 선별 작업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빌리지유통은 오랜 편집매장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응축한, 새롭지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일 전략이다. 김 대표는 “사업의 성공과 돈을 버는 목적보다 국내 패션 1세대들이 쏟아 부었던 열정과 노력이 오늘날의 패션계를 만들었던 것처럼 결국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패션시대 재건이 목적이다”며 “편집샵의 효시로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는 매우 큰 자산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건설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패션사업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 모험은 불가피하다. 절대 절명의 생존을 위한 위기감은 항상 도전과 공존한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시도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며 “하지만 전문성이 없는 도전 또한 무모하다. 빌리지유통은 교복 자율화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흐름에 맞는 노력과 사회가 주는 기회를 잘 포착 해야된다”고 밝혔다.

백화점이 앞 다퉈 스트리트 브랜드들에게 기회를 내주었던 몇 년간. 값싸다는 강점이 저가의 질 낮은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넥스트 대안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 떠나는 고객들의 발길을 잡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이에 빌리지 유통은 이 시장 또한 고객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트렌디하고 가성비 좋은 상품으로 10대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아이디’와 20대 후반~30대 초반 사회초년생들의 소구력이 높은 ‘주마’외 비어있는 시장을 공략한다. 동대문 베이스이되 퀄리티가 높은 상품으로 내셔널 브랜드의 70~80%대의 합리적인 가격선을 내세워 백화점과 수입 브랜드를 접해본 하이엔드 감성을 보유한 30~40대 고객을 공략한다. 올 하반기 ‘신시아’로 신 시장을 개척한다.

이는 자체기획 비중을 40%까지 높이고 중고가에 맞는 서비스와 고객관리, 매장 연출을 통해 새롭게 선보일 전략이다. 인지도와 충성도가 부족한 취약점을 메우기 위해 가격 출혈 경쟁에 치우치기보다 구매 파워를 일으킬 상품으로 새로운 상권을 뚫고 뉴 존을 형성해 스트리트 브랜드만의 응집력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초저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상품으로 편집의 재미와 묘미를 살린 ‘신시아(Cyn·thi·a)’로 소비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영 쪽은 트렌드에 다소 편중돼 제한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보여 줄 수밖에 없지만 ‘신시아’는 중가부터 선보여 하이엔드 감성까지 소화할 수 있는, 시그니처를 제안해주는 고급화된 편집형 브랜드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김 대표는 “새로운 출발점에 다시 선 빌리지 유통은 변화의 파도에 몸을 맡길 준비가 돼있다. 뿌리가 탄탄한 브랜드를 만들어 동반 성장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밝혔다. 덧붙여 “공급의 포화 속 그저 싼 옷이 아닌, 소비자에게 가장 친근하면서도 질 좋은 옷을 제안하고 싶다”며 “고객의 충성도는 억지로 만들 수 없다. 과거 디자이너 시절 ‘바로크’라는 레이블을 사랑하고 찾아오던 단골 고객들과 그 시절의 향수를 되새겨 고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건강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호황기 시절 패션 1세대라는 정직하고 올곧은 기업 문화와 철학을 담아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는 빌리지유통은 소비자들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패션기업을 만들어 다음세대에게 물려 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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