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누구를 위해…” 컬렉션, 반드시 해야 하나
[한섬칼럼] “누구를 위해…” 컬렉션, 반드시 해야 하나
  • 이영희 기자 / yhlee@ktnews.com
  • 승인 2016.05.13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엇을 위한 걸까요?”
“굳이 다음시즌에 또 해야 하는 걸까요?”
세 번의 같은 질문을 들었다.
기자가 현자나 예지자도 아닌데 ‘조언을 구할 일 이 있다’ 고 만남을 청하고 차 한잔 앞에 놓고 꺼내는 서두는 동일했다. 이름만 거론하면 패션계 종사자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는 기성디자이너 2명과 신진 디자이너와 4, 5월에 각각 만날 기회가 있었다.

매년 서울패션위크의 컬렉션에 참가하는 기성디자이너 A.
매 시즌 톡톡튀는 감성으로 흥미진진한 런웨이를 연출 해 왔고 누구보다 열정있는 디자이너이다. 이번 시즌 패션위크에 참여한 후, 앞으로는 굳이 컬렉션을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대중들에게 브랜드홍보가 확실히 된 것도 아니고, 오더수주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참가비와 의상제작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간 손실 등을 감안하면 이렇게 장기저성장기에 굳이 컬렉션을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더라는 것이다.

“명분보다도 실리가 필요한 시점이고 그렇다면 종전의 컬렉션참가 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것이 A의 최근 고민이었다. A는 조만간 서울 신사동 가로수 길 인근의 사무실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예정이다. 대부분 가로수길에 첫 터전을 잡고 성장해 온 젊은 디자이너들의 생각이 같으리라 본다. 초창기와는 달리 실리적 측면에서 더 이상 이로울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더불어 향후 자신의 마니아들을 위한 살롱쇼 방식을 통해 소비자밀착 마케팅을 해 보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국내에서 보다 해외에서 많이 알려졌고 신진들의 멘토 역할을 통해 존경받고 있는 중견디자이너 B도 역시 고민은 같다. B는 “한국패션협회 원대연회장님을 최근 뵙는 자리에서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라는 화두를 듣고 나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정말 디자이너자신이나 브랜드가치 제고, 유통판로개척, 매출력 증강 등등 무엇에 중점을 둘지를 정해 효과적인 방법의 프로모션을 해야 한다는 과제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패션위크 기간동안 거리에서, 테니스코트에서 혹은 커먼그라운드와 같이 이색유통현장에서 각각 오프, 혹은 스케쥴내 패션쇼를 해서 관심몰이를 했지만 어찌보면 ‘해프닝’ ‘에피소드’에 그치진 않았을까? 라는 의문을 재기하기도 했다.

디자이너들 , 종전의 컬렉션과 위크방식 회의감
변화에 신속대응 힘들고 ‘명분과 실리’ 어느것도
충족될 수 없다면 ‘융통성과 유연성’도 방법
브랜드, 마켓 특성 부합 차별화 플랫폼 구축과
불만차원 아닌 효과적 실리추구 고민 깊어져야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듀오 디자이너는 “패션계에 제 브랜드 정체정을 알리고 뿌리를 내리는 입장이라 패션위크 기간 중 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 겠다”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신진이라는 입장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견을 제시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단계이지만 보이고 느끼는 것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루트도 부재하고 답답한 점도 많다는 입장이다.

이들 디자이너들의 고민은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부정적견해에서 비롯된 불평 불만 차원은 절대 아니다. 단지 기존의 컬렉션을 통한 트렌드 제시든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이미지제고이든, 실질 오더수주를 위한 토대이든 간에 시대적 상황의 변화, 또 장기 저성장기에 접어든 현재, 종전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명분과 실리’ 두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의 시작이라 봐야 할 것이다.

중견 B 디자이너는 “해외 유명브랜드나 디자이너들이 시즌을 앞서 트렌드를 제안하고 유통바이어들을 초청해 오더를 받는 종전 방식의 컬렉션에 참가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했고 한국시장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일었지만 국내여건을 살펴볼 때 반드시 해답은 아닌 듯 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럭셔리 브랜드들이 SPA에 대응해 전환하는 방식을 굳이 고민해 따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 일반된 견해였다.

B디자이너는 자신의 세컨브랜드를 런칭해 무조건적인 가격경쟁보다는 가치대비 합리적인 소비자가를 제안하는 감도있는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며 이에따라 효과적인 패션쇼 든 프로모션이든, 방식을 차별화해 보겠다는 방향을 수립했다.

신진들의 경우, 결과를 운운하기에 앞서 제너레이션 넥스트가 그러한 취지에는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된다. 최근 신진들을 위한 과거 PT(프레젠테이션)형식이 부활됐으면 좋겠다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신진들의 국내유통 개척 및 해외판로개척을 위한 플랫폼역할 내지는 이들을 육성할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절실하기도 하다.

아침에 눈만 뜨고 나면 세상이 바뀌어 있는 숨 가쁜 시대에 ‘제대로 잘 가고 있는가?’라는 의문은 비단 패션산업이 아니더라도 모두의 것이다. 명분만 지키기에는 힘든 시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가 힘들다면 ‘융통성과 유연성’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한국섬유신문
  • 창간 : 1981-7-22 (주간)
  • 제호 : 한국섬유신문 /한국섬유신문i
  • 등록번호 : 서울 아03997
  • 등록일 : 2015-11-20
  • 발행일 : 2015-11-2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빌딩 4층)
  • 대표전화 : 02-326-3600
  • 팩스 : 02-326-227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석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선희 02-0326-3600 ktnews@ktnews.com
  • 한국섬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tnews@kt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