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5주년 특집] 의류산업 중진들이 보는 지나온 길과 갈길
[창간35주년 특집] 의류산업 중진들이 보는 지나온 길과 갈길
  • 한국섬유신문 / ktnews@ktnews.com
  • 승인 2016.07.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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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 숨고르기… “온라인 융합과 IT로의 혁명진행중…”

태어나 처음 온 경북 청도 비슬산 자락 언저리는 감회가 새롭다. 1300여년 전 삼국유사에서나 읽었던 신라시대의 농경사회에서 경작을 하며 살던 선조들의 체취를 물씬 느끼는 듯하다. 원엔 한줄기 장대비를 흠뻑 맞은 애들주먹 만한 설익은 풋사과가 샤워 후 닦지 않은 채 주렁주렁 매달린 연초록 표피에 물기가 싱그럽다.

타임머신 밖으로 빠져 나온 작은 초원과 사과나무로 울타리를 친 듯 아담히 자리 잡은 모던한 조형물에는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가 먼 과거와 현재의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들바람이 간혹 스쳐가며 자연 속에서 머리가 맑아진다. 산골 오지에서 패션을 창출하고 뿜어내는 중진 최복호 디자이너의 초청을 받고 현존하는 우리 패션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순서 없이 토해내는 번개좌담을 갖고 한국섬유신문 창간 35주년을 맞아 요약 발췌해 본다.

[참석자]
공석붕(前 한국패션협회장) / 김종복(SD패션학장 이사장) / 손일광(인견사랑 회장·원로 디자이너)
박풍언(前 의류산업협회장) / 배 용(중진 디자이너) / 이 림(이림스타일 대표·디자이너)
박경로(前 AFF수석부회장) / 최복호(중진 디자이너) / 김동준(前 한국보도사진기자 협회장)
김시중(한국섬유신문사 대기자)

: 7월 5일
장소 :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경북 청도


Q. 지금 패션·의류산업은 성장기입니까? 침체기입니까?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A1. 불황과 호황은 어느 시대 건 어느 업종이건 간에 파고(波高)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호황일 때는 여유가 생겨 소비가 늘어 매출이 증가되면 관련 기업과 업계는 성장을 하고 반대로 불황이 오면 소비가 당연히 줄고 심리도 위축되어 업계도 침체를 맞겠죠. 우리 업계도 예외는 아니겠죠.

A2. 그러나 패션·의류산업은 호·불황을 떠나 다른 산업과 조금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옷 입은 거지는 먹고 살아도 옷 못 입은 거지는 굶어 죽는다는 속담(俗談)도 있지만 요즘은 소비자와 수요자의 생각하는 관념이 상당히 달라졌어요. 위선적·가식적인 의식보다는 현실이 각박해지면 의식주(衣食住)에서 먼저 입성(옷)부터 구매를 뒤로 미룬다는 것이죠.

인간의 3대 본능 중에 하나지만 의류와 패션은 먹는 문화와 살고 쉬고 자는 본능의 문화에서는 다소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죠. 일정한 가계수입에서 주택대출금 상환과 이자, 수입없는 능력이상의 젊은 층들의 카드사용과 불황의 장기화로 실업이 증가되고 이로 인해 소득 저하에 따른 중산층들의 몰락은 의류·패션산업 성장에 큰 걸림돌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옷을 사 입을 만한 에이지 타겟인 10대에서 넓게 잡아 50대 중반까지 생활에서의 풍요와 여유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Q. 하지만 불황만 탓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A3. 그럼요. 어차피 기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죠. 그러나 패션·의류산업은 소비위축의 장기화에도 패션의 주요 범주인 유행이라는 감성욕구의 충족을 모든 인간은 갖고 있어 유행과 트렌드를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패션과 유행은 자전거의 두 바퀴와 같아 공생 안하면 살 수 없고 성장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이들은 소재와 디자인·변화된 패션과 감성이 가미됨에 따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죠.

설령 구매능력이 없고 구차하고 알뜰한 살림이라도 그 시대가 원하는 패션과 유행에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동물과 다른 인간의 감성욕구라 볼 수 있죠. 입고 싶은 욕망이랄까요.

A4.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남성의 넥타이, 수트의 깃과 사이즈의 높낮음, 팬츠의 통과 길이, 주기에 따라 여성의 변화무쌍한 폭 좁고 넓은 의상의 캐주얼과 정장, 아웃도어, 스포츠의류의 기능성 등등…. 불황 속에서 유행을 창출하며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MD와 디자이너·마케터들의 노력과 탤런트적인 끼는 호황은 호황대로, 불황은 불황대로 패션·의류산업의 활로에 가능성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잖아요.

Q. 凹(요)가 있으면 凸(철)이 있고 골과 계곡이 있으면 산과 정상이 보이며 실망과 실의 뒤에는 꿈과 희망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A5.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이후 3만 달러 문턱에는 어느 선진국도 시련과 몸부림과 풍요속의 빈곤의 시기를 거쳐야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한다는 경제석학들의 견해도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 온 우리의 삶 속에 여유의 평정을 찾으려는 숨고르기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A6. 기성세대의 패션·의류수요가 다소 정체라면 겁 없는 젊은 소비자들의 그들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수요도 우리 업계에 갈 길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또한 기성세대의 구매패턴이 샵 형태의 직영·대리점을 통한 직접 가서 보고 만지고 확인하는 아날로그의 방식이라 할까요. 조금 진화된 디질로그(디지털+아날로그) 방식이랄까요? 한데, 젊은이들의 의류 구매 패턴은 과히 파격과 혁명적이랍니다. 이들은 백화점이나 대형 패션몰에서 유행되는 비주얼과 패션을 캐릭터에 맞춰 아이쇼핑을 통해 정작 구매는 온라인 패션몰을 과감히 택한다는 것입니다.

A7. 의류·패션업체로서는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당황과 혼선이 일 수밖에 없죠. 백화점 입점 대리점·직영점 인건비와 임대료 제반경비들이 엄청난데, 인터넷 등 온라인을 활용한 젊은 고객들은 기업들의 제반지출비용은 아랑곳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유통경로 축소로 그만큼 값도 싸니 당연히 구매방향은 바뀌겠죠. 그래서 업계는 자사제품의 온라인 판매로 상품 마케팅 전략을 급선회하는 등 허둥지둥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A8. 온라인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아 패션·의류·섬유산업은 공황에 가까운 혼돈의 시기를 이겨내고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기업경영의 고충이 불 보듯 뻔하고 번듯했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며, 이에 반해 온라인 마케팅과 그를 통한 비즈니스를 잘 접목하면 하루아침에 패션·의류분야에 스타로 떠오르는 기업도 앞으로는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A9. 어찌 보면 현존의 업계는 온·오프라인에서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혁명적인 의류·패션산업의 태동을 예고하는 매우 중요한 업계의 정체와 생존과 성장의 갈림길의 시대로 단정해도 될 것 같습니다.

A10. 오프라인인 기존의 생산·판매 방식과 온라인도 믹스된 옴니채널의 비즈니스 기법, 더 나아가서는 온라인만으로의 혁신의 틀 전환 등이 선택에 따라 잘 조화를 이루면 미래가 밝은 의류·패션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Q. 번개팅이지만 업계의 갈 길과 살 길의 방향이 제시되는 군요. IT분야라고 하는 온라인의 접목이나 온라인 경영에 올인하는 글로벌 시대가 온 것일까요?
A11. 숫자와 통계 면에서 보면 패션과 의류시장을 불황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경기침체의 가속화에도 불구, 국내 패션시장의 파이는 작년 51조원에 달해 그 전해인 2014년 45조원에 비해 늘었다는 것입니다. 불황이다, 어렵다, 힘들다 하면서도 리서치와 통계에서 나오는 패션전반의 매출은 앓고 죽는 소리 뒤에도 여전히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A12. 새내기나 신진 디자이너들, IT에 밝은 기업인들이 입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는 정보를 제공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데 놀라움이 있습니다. 오랜 타성에 변하지 않는 고집과 아집의 디자이너와 속성에서 허우적거리는 변화를 모르는 기업인들의 불황타령에서 과감히 벗어나 작은 자본과 신선한 머리로 새로운 소비자를 온라인 인터넷 등 IT를 통해 친화적 트렌드를 제시하며 무섭게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Q. 온라인에 감성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IT분야의 젊은 소장파들의 약진이 이 업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군요.
A13. 그렇습니다. 고식적이고 다람쥐 챗바퀴 돌리듯 하는 고정 관행의 패션 비즈니스와 제조, 판매, 비즈니스의 방식은 업계의 노화를 재촉하며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패션·의류업계의 생존과 소멸, 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A14. 앞으로는 기존 제도권의 브랜드와 카테고리 속에서 머무는 패션·의류 유통권은 서서히 아니면 예기치 않게 갑자기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 새내기 IT기업인과 디자이너들의 생각이라는 것을 취재와 조언을 통해 들은 바 있습니다. 지금 그들은 거리로 나온 스트리트 매장과 혈기왕성한 신진·중견 디자이너들의 좀 더 정리된 유통채널만 전열이 갖춰지면 한국의 패션과 의류산업을 흔들고 주도권을 거머쥘 날도 곧 도래할 것이라는 예견도 해봅니다.

A15. IT의 속성상 트렌드가 공생하는 것이라면 패션이 적격이라고 판단하고 하루에 15만~20만명 이상씩 트래픽하는 10~20대들의 방문자들에 정련된 플랫폼 비즈니스에 커머스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접합되면 소비자들의 구매이동은 업계로서는 상당한 충격과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의 형성일 것입니다.

A16. 한류열풍을 타고 인근 중국을 포함해 동남아권으로 확산되는 국내 패션비즈니스도 갈 길 못 찾고 허둥거리는 국내 의류·패션업계에 이미 깊은 미션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K팝 등 우리 한국문화가 젊은이들을 통해 유럽과 심지어 미국까지 확산되며 열광하는 것은 우리 문화의 긍지와 자존이 그동안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좁은 시야에 머물러 움츠렸던 세상에서 IT라는 정보의 바다로 뛰쳐나와 무궁무진한 세계인의 의상의 수요를 예고하며 이미 그 길로 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때 세계 패션을 주도했던 프랑스가 이태리에 밀리고 또한 이태리는 최근 스페인의 감성과 시스템에 눌리는 것도 우리도 얼마든지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A17. 최근 차이나 머니가 우리의 브랜드와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가 하면, 개별적 컨텐츠를 바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섬섬옥수(纖纖玉手)의 타고난 미학적 천성과 봄·여름·가을·겨울의 지리적인 한반도의 기후에서의 축복받는 자연의 고마움과 함께 정(情) 많은 감성이 조화와 믹스를 이뤘다는 점에서도 우리는 긍지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A18. 아담과 이브의 헐벗은 만남이후 지구상의 인류들이 옷을 입고 그 이후 의류와 패션은 그 시대의 트렌드와 함께 무수히 변화하고 발전해 왔지요.

Q. 오늘의 번개좌담을 통해 우리 한국의 패션·의류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모멘텀이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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