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명품 브랜드와 온고지신

2017-06-09     조동석 기자

루이비통, 샤넬, 까르띠에와 같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갖는다. 루이비통은 오는 8월 2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주제로 전시회를 진행한다. 19세기에 사용됐던 자사 제품 1000여 점이 전시된 이번 전시는 10가지 테마로 구성돼 16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루이비통 측은 설명했다.

샤넬은 오는 23일부터 7월19일까지 서울 D뮤지엄에서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감성과 개성을 담은 작품을 전시하는 ‘마드모아젤 프리베’를 시작한다. 샤넬을 대표하는 넘버5 향수부터 의류, 고가 주얼리 라인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의 역사를 전시할 예정이다. 특히, 샤넬은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전용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하는 공을 들였다.

까르띠에는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자사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1500여 점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전시되는 작품은 재단 설립 후 50여 개국 350여 명의 예술가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까르띠에 제품은 출품하지 않았다.

이들의 전시회는 여느 브랜드와는 달리 자사 주력 제품 판매 부스나 신제품 홍보 공간 등이 전혀 없다. 브랜드의 역사가 담긴 유산과 정체성과 관련된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 판매가 아닌 브랜드 가치제고와 미래고객확보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더 이상 제품력으로는 차별화가 힘들다고 판단한 결과”라며 “전시회를 통해 기존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여 줌과 동시에 대중에게 브랜드 경험 기회를 부담 없이 제공하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처럼 브랜드의 역사성을 강조하고, 예술 및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전시회 마케팅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수십 년 역사를 쌓아가는 국내 브랜드들 또한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를 살피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정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