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팔아먹은 군납업체…성적서 조작해 불량품 보급

군 품질보증제 악용, 군 전력에 심각한 피해

2020-12-01     정기창 기자

군(軍)에 납품되는 여름 운동복이 함량 미달의 불량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허술한 품질관리제도를 악용한 군납업체들의 시험성적서 조작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섬유패션정책연구원(원장 주상호)은 최근 군 피복류의 ‘품질보증제도’ 실태 조사결과를 공개하고 군납 업체들이 자율 품질보증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A)는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군에 보급되고 있는 ‘하계 운동복 반팔 상하의’는 냉감과 흡한속건 기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군에 보급되고 있는 ‘하계 운동복 반팔 상하의’는 냉감과 흡한속건 기능이 요구 조건에 못 미치는 함량 미달 제품이다.

이 옷은 여름 운동복의 중요 요소인 수분제어특성(MMT) 검사 결과 2등급으로 흡한속건 품질 기준치 4등급에 크게 미달했다. 또 세탁 후 이염이 발생해 하얀색이 회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연구원은 현재 시행중인 품질보증형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위사업청은 피복류 군납업체에 자율적인 품질 보증을 맡기고 있는데 이를 악용한 업체들이 품질과 성능이 떨어지는 피복류를 군에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품질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는 공급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방사청은 최저단가 입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불량 제품 업체들이 ‘가격 후려치기’에 나서면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원단 혼용 및 시험성적서 조작 같은 편법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에 따르면 품질보증형태 Ⅰ형 군 피복류는 별도의 원부자재 현장 검사 없이 계약업체가 자체적으로 준비한 공인시험기관 합격성적서만 제출하면 된다.

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공인시험기관 시험의뢰에는 기준에 맞는 원단으로 검사를 받고 실제 납품할 때는 품질과 성능이 떨어지는 원단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곧 군 전력 손실로 이어진다.

군납업체 관계자는 “현장 실사 없이 기업에 자율적으로 품질보증을 맡기다 보니 일부 업체들은 마진 욕심에 성능이 떨어지는 원단을 혼용하고 공인시험기관 성적서 패스용 원부자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편법으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병사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섬유패션정책연구원은 “주무 부처의 방만한 관리감독과 기업에 대한 자율성 보장이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됐다”며 “상황이 심각한데도 주무부처는 여전히 인력 부족이라는 원론적 이유만 반복할 뿐 품질보증 개선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국방부 및 방사청 훈령에 따라 품질보증 지정 및 관리감독을 국방기술품질원이 독점하고 있어 개선이 더 어렵다. 현재 품질보증형태 지정과 관리감독 기관을 분리해 서로 역할을 견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