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츠마마, “지속가능 제품도 예뻐야 사요”

제주도, 효성, 삼다수의 희생

2020-12-03     최정윤 기자

“제주도 초등학생들은 바닷가를 거닐며 죽은 물고기와 죽은 새를 봅니다. 내가 버린 페트병이 어디로 갔는지 누구보다 관심가질 친구들이죠. 내 손으로 직접 분리수거한 페트병이 가방이 되어 돌아왔으니 반가울 수밖에 없죠.”

우리

플리츠마마 서강희 이사는 지난주 제주도 부속섬 추자도 초등학교에서 플라스틱병이 가방이 된 순환과정을 설명하는 수업을 열었다. 수업에 참가한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매일 분리수거한 페트병이 정말 재활용됐다는 사실이 신기하다는 의견이 오갔다.

플리츠마마는 원사 전문 기업 효성, 제주 식수 기업 삼다수, 제주도와 손잡고 국내 첫 재활용 생태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해본 작업이라 각 단계에서 기관과 기업이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삼다수는 섬유로 쓸 수 있도록 PET병 성분과 제조방식을 바꿨고, 효성은 수요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PET칩을 원사로 뽑아냈다. 제주도는 분리배출 정책은 알아주는 사람이 적음에도 클린하우스에 투자해 원사로 뽑아낼 깨끗한 PET병을 확보했다.

패션계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니트 전문 디자이너가 힘을 합쳐 플리츠마마라는 지속가능 스타트업을 세웠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멀쩡한 원단이 남는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모습을 보고 과생산원단을 활용해보자는 마음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취지는 좋았지만 기업이 발주한 과생산원단은 기업 소유재산으로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플리츠마마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내 PET를 재활용해 상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 재활용 원사는 국내 분리배출 시스템이 불안정해 해외에서 수입한 PET칩을 활용해 만들었다.

지속가능성 제품이 대중화되려면 필요한 요소는 디자인과 품질, 가격이다. 대중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 하나만으로 허술한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플리츠마마는 세 요소 중 디자인, 즉 패션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지속가능성 제품이 가진 엉성하고 흐릿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선명하고 눈에 띄는 색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