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곤혹스러운 90년대생들의 패션계 적응기

2021-03-12     최정윤 기자

2018년 11월 출간돼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90년생이 온다’는 책이 있다. 90년생이 사회초년생이 되면서 직장에 하나둘 입사하는데, 도저히 직장인의 시각에서 이들은 규정되지도 않고 이해하기도 힘들다는 투정이 담겼다.

‘요즘 애들은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다하지 않는다’는 항간의 공감대를 자세히 분석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를 이끄는 MZ세대를 분석하자는 이야기는 많지만, 코로나19가 휩쓴 2020년 90년생의 직장생활에는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이 책을 읽은 한 93년생 패션업계 종사자는 “결국 90년생을 이해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90년생을 다루는 법을 연구한 것 같다”고 투덜댔다. 2020년 수많은 패션계 내 이직이 있었지만 가장 많이 들린 건 90년대생의 이직 또는 이직 준비 소식이었다.

91년생인 또다른 패션업계 종사자는 “윗분들이야 다 소통하겠다 바꾸겠다 말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바뀌지 않는다”며 “내가 작성한 문서인데도 최종적으로 어떻게 수정돼 결재라인을 탔는지 확인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타 업계에서 이직했다는 91년생 종사자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외부에서 보던 빠르게 변하는 패션 이미지와 다르다”며 “새로움을 받아들일 (기술적 준비에 앞서) 마음의 준비조차 돼있지 않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브랜드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샘플실이나 봉제 분야는 걱정이 크다. 젊은 사람들이 도전하려고 하지 않아, 지금 남아있는 60~70대 베테랑들이 은퇴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내 패션업의 지속성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