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달과 바람과 함박눈…조능식

1998-12-05     한국섬유신문
▼달랑 한장 남은 달력이 아쉽고 외로운듯 무언가를 귓 전에 속삭이듯 던져준다. 더위가고 겨울오고 봄은 다시 가을이요 석양(夕陽)은 서쪽에 지고 물은 흘러 동쪽이라 이 누리 망망크나 모래같은 사람들아-. 허망한 시공을 탓하기 전에 오히려 머지않아 나머지 그 한장을 아주 띄어버릴라치면 두툼하고 멋진 새로운 1년 을 장식해줄 새해 새달력이 그 자리에 와 대신할 것이 다. 진부한 이얘기가 무엇이고 끝은 마지막이 아니라 정녕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지만 그것은 또한 인생의 진실 한 현실이며 행복에의 갈망이요 추구이며 실존일지도 모른다. ▼12월-크리스마스-산과-길과-언덕과-지붕이-하얀 채 로 아득하기만한 동화의 세계로 날개짓하는 계절. 뼈다귀가 앙상하고 검고 출출하던 나무들이 가지마다 정하고 곱게 하얀 눈을 이고 서 있는 풍경은 낭만보다 는 차라리 애처롭게 보이는 어제 오늘-. 시몽, 눈은 네 귀 밑 볼 처럼 희다. 시몽, 네 마음은 눈 처럼 싸늘하다. 눈을 녹이는 데는 불 같은 입맞춤. 네 마음을 녹이는 데는 이별의 입맞춤. 눈은 외롭게 소나무 가지 위에 네 이마는 외롭게 검은 머리카락 그늘에-. 「구르몽」의 「눈」이란 시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때 다. ▼춘유백화추유월 (春有百花秋有月) 하유양풍동유설 (夏有凉風冬有雪) -봄에는 백화가 만발하고 가을에는 두둥실 둥근 달이 하늘에 있구나.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끊임없이 불고 겨울에는 세상을 온통 정결하니 덮어 주는 흰<눈>이 있지않느냐? -영원한 사계절의 자연으로 경이와 찬탄으로 읊조린 인생축복의 아름다운 시귀다. 정녕 12월은 새로운 1월을 잉태(孕胎)한 희망과 신념의 달이기를 우리 다같이 기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