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김소형 아트카이브 스튜디오 대표 - 카피제품 만들지도, 팔지도, 사지도 맙시다

2013-09-03     한국섬유신문

아트카이브 스튜디오는 2011 F/W ‘마소영(mah soyoung)’을 런칭한 이래 매일을 자축하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포화상태인 패션업계에서 생존하기가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뜻이다. 2년 남짓, 길지 않은 기간임에도 우리에게 부닥쳤던 크고 작은 암초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그 중에서도 마음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단연 ‘카피’였다.

얼마 전 한 고객이 블로그를 통해 카피 제품에 대한 정보와 함께 링크를 보내줬다. 무심코 클릭한 사이트에서는 S/S 새로운 셔츠를 그대로 카피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는 순간 동일 제품인줄 알고 깜짝 놀랄 정도. 카피가 처음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처하기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어째서 매 시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패션업계 풍토에 대한 회의가 앞섰다.

이번엔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되겠다는 생각에, 해당업체의 매장을 찾아가 직접 구매했다. 이런 제품을 돈 주고 산다는 것은 정말 싫은 일이지만, 이번엔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고 정확한 디테일을 보기위해 구매했다.

재질은 100% 코튼은 아닌듯, 오바락으로 처리한 마감, 목 뒤엔 지퍼, 뒷판 자수는 무슨 노랑이라고 하는지 정체 모를 노란색. 오리지널의 100% 코튼과 꼼꼼한 꽃자수, 목 뒤부터 정렬되어 있는 7개의 싸개 버튼과는 천지 차이였다. 고민할 필요 없이 경고장을 보냈고, 두말 없이 폐기처분 하겠다는 답변서를 받았다.

조치가 진행되는 몇 개월 동안 그들이 버는 수입에는 관심 없다. 단지, 양심을 버리고, 제작하고 판매한다는 것에 대응하려고 한다.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몇 번의 샘플 작업을 했는지, 그들은 모른다. 카피에 법적 초지를 취하는데 몇 개월이 걸릴지, 우리는 모른다. 고객들도 가격이 싸더라도 본인의 양심을 속이는 구매는 하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제품을 베끼는 것은 비단 하나의 제품과 그 수익을 훔쳐가는 것이 아니다. 크리에이터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기 까지 기울인 노력과, 감성의 바탕이 되는 삶을 훔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