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소비에 지원되는 27억 국민세금…정부사업 실효성 논란
개인 소비에 지원되는 27억 국민세금…정부사업 실효성 논란
  • 취재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19.07.1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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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 24’는 정부가 섬유패션산업 활성화기반 마련을 위해 올해 시작된 개인맞춤형 의류 생산역량강화 사업이다. 다양한 소량 개별주문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섬유패션산업을 스마트화하는 상징으로 내세운 모델이다.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동대문의 글로벌 패션허브화’를 위한 5대 정책과제 중 첫번째 프로젝트다.

그러나 위드인 24는 시작 단계부터 업계 의견 수렴이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 소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소비 행위에 국민세금을 들여 원부자재 및 봉제공임을 지원하는 것이 적법하냐는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세부적인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주관기관인 한국패션산업협회의 미흡한 사업관리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본지 최정윤 기자가 위드인24 매장에서 3D 가상피팅 솔루션 ‘FX미러’를 보며 개인맞춤형 옷을 가상으로 입어보고 있다.
본지 최정윤 기자가 위드인24 매장에서 3D 가상피팅 솔루션 ‘FX미러’를 보며 개인맞춤형 옷을 가상으로 입어보고 있다.

■ 국민 세금으로 소비자 옷값 보조? 시장경제 왜곡
지난 4월 동대문 롯데피트인 2층에 오픈한 위드인24는 소비자가 주문하면 24시간 안에 맞춤옷을 받아볼 수 있는 개인맞춤형 의류생산 시범매장이다. 한국패션산업협회가 주관기관으로 2019년 사업비는 27억6000만원이다. 이중 3억원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생산 네트워크 구축 비용으로 배정됐다.

여기서 판매되는 옷은 10~20만원대인데 판매금액의 44%가 디자이너 몫으로 돌아간다. 정상적 상거래라면 마진 44%에 원단 및 부자재, 봉제공임 등이 포함돼야 하지만 이 돈은 온전히 디자이너 순수익으로 잡힌다. 운영사업비에 원부자재 및 봉제공임을 주는 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 값과 인건비, 판매수수료를 합치면 판매 단가는 두배 이상 오르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은 거의 절반 가격에 옷을 사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재료비와 공임비를 지원하는 행위는 특정업체 편의를 봐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적법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전제로 본지 자문에 응한 모 법무법인 변호사는 “정부가 특정업체를 지정해 원재료비와 공임을 지원하는 행위는 특정업체에 편의를 봐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옆 매장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는 정부의 직접적 지원은 자유시장경쟁 체재를 국가의 힘으로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패션산업협회가 협업 디자이너 브랜드를 공개모집 했는지 절차 여부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선정된 업체(위드인 24 참여 디자이너)는 지원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기 때문에 협력업체를 공정하게 모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국패션산업협회 측은 “커스터마이징 의류를 24시간 내 생산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입되는 비용이 많아 (사업 첫해인) 올해는 정부의 인위적 지원 없이는 매장 운영이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또 “패션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화 속에서 새로운 플랫폼이 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순기능적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 충분한 의견 수렴없이 사업 추진
산업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동대문 현황, 시장변화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왔다. 산업부 제경희 섬유화학탄소 과장은 “위드인24를 오픈하기 전 10여 차례 개별 만남부터 전문가 및 관련 업체와 미팅을 했다. 아울러 수십차례 컨퍼런스콜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년 11월 열린 설명회 참석자들은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모 업체 대표는 “대략 10여명이 설명회에 참석했는데 (나중에 보니) 위드인24 같은 모델을 염두에 두고 업계 입장을 듣는 형식만 취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동대문 발전 모델을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렇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없어져 다른 곳은 몰라도 동대문에는 전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동대문은 소량생산과 공장형 생산 시스템이 공존하고 있지만 개인화 서비스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옷을 안 만들어봐서 현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경희 과장은 “그날 참석자들이 다 찬성했다고 말 할 수 없지만 동대문 탈바꿈이 필요한 것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고 답변했다.

산업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동대문내 대표 단체들을 포함하지 않은 점도 공정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만명 도소매 상인을 회원으로 둔 모 기관 관계자는 “산업부가 동대문에서 의견을 듣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우리를 찾아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드인24와 서울시 창업스튜디오의 경우 디자이너를 시장에 유입시켜 연관 업종을 활성화할 수는 있지만 이는 동대문 전체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패션 성장과 수출에 기여한 상인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의견 수렴과 지원이 없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 한국패션산업협회, 전문성 발휘 못해
시행기관인 한국패션산업협회(당시에는 통합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한국의류산업협회와 한국패션협회가 함께 사업을 추진)는 전문성을 갖춘 섬유패션 단체로서 사전에 문제점을 걸러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위드인24 디자이너 입점 설명회에는 60여명 디자이너와 관련 업체들이 참석했다. 이들 중 약 40여 업체는 내부 인력이 부족해 입점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참여한 디자이너들 역시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소비자가 기본 샘플 옷을 보고 본인 취향에 맞춰 주문하면 디자이너가 직접 원부자재를 구입해서 봉제공장에 바로바로 보내야 하는데 디자이너 브랜드는 인력이 적어 매장에 투입할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판매 장소가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저가 위주 상품이 판매되는 동대문 롯데피트인에서 가격이 높은 디자이너 브랜드, 그것도 맞춤 의류가 제대로 팔리겠냐는 것이다. 차라리 두타가 더 적절한 장소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모 입점 디자이너는 “매장 운영에 대한 시스템이나 어떻게 팔겠다는 전략이 없다”며 “광고전시효과 말고는 매출이나 수익, 확장성 면에서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령 위드인24이 성공하더라도 이 사업모델 확장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품가격이 2배 이상 올라야 하는데 과연 시장성이 있겠냐는 설명이다.

제경희 과장은 “향후 가격을 정상화하면 (정부 지원이 없더라도) 디자이너 옷이고 맞춤의류기 때문에 경쟁력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위드인24는 롯데피트인 2층에서 가장 매출이 높다”고 항변했다. 한국패션산업협회는 “매장을 급하게 얻은 건 사실이지만 지하철과 연결되는 가장 좋은 접근성을 가진 곳으로 롯데피트인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정정숙 기자 jjs@ktnews.com
/최정윤 기자 jychoi12@k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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