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10)] 이탈리아 국민, 코로나 극복위해… 어른은 발코니에서 연주하고 아이들은 무지개 그림을 내걸었다
[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10)] 이탈리아 국민, 코로나 극복위해… 어른은 발코니에서 연주하고 아이들은 무지개 그림을 내걸었다
  • 편집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20.03.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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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위로하고 위기 극복에 힘 합쳐 지난 1월 중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패션 비즈니스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에게 2월 중후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은 큰 두려움과 걱정으로 다가왔고, 며칠 지나지 않아 현실적인 문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해외 바이어들이 밀라노 여행을 주저하며 바잉 스케줄을 취소하고 몇몇 패션쇼는 관객 없이 진행되거나 아예 무산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 그리고 화이트쇼나 각종 이벤트와 패션쇼가 진행되는 토르토나 디스트릭트는 평소보다 인적이 드물어 지나치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런 밀라노의 2월말 풍경은 작은 전조에 불과했다.

알려진 대로 이탈리아 정부는 밀라노 등 북부 지방을 레드존으로 분류한데 이어 며칠 후 불감증이 팽배한 이탈리아인들의 경각심 유도를 위해 전국을 레드존으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유흥업소를 포함한 식당, 커피숍, 서점 등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모든 곳에 폐쇄 명령을 내렸고 성당, 교회에서의 모든 예배도 금지된 상태다.

또 사람들은 건강상 문제, 식료품 구입이나 직업상 이유 외에는 집 밖 통행이 사실상 금지됐다. 다만 정부는 고심 끝에 이탈리아 국내의 모든 산업체에 특별한 제재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100% 정상 가동이 불가능한 관계로 지역이나 각 업체의 상황에 맞춰 가동이 최소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의류 생산업체 종사자들도 재택근무로 대체하거나 교대근무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다음 시즌의 새로운 컬렉션을 진행하는 일도 평소보다 더디어지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초유의 사태’라는 것이 지금과 같은 상황일까 하고 자주 생각하게 된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심각한 상태에 놓인 북부지방의 알비니 그룹(Gruppo Albini), 리몬타(Limonta) 등 메이드인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업체들도 임시휴업 상태다.

특히 이탈리아의 대표 스타킹, 양말 생산업체인 깔체도니아(Calzedonia) 등 롬바르디아 주에 위치한 동종산업체들도 대부분 잠정 휴업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월말을 기점으로 생산, 배송이 거의 끝난 봉제업체들은 어려움 없이 휴업 결정을 내린 경우도 있는데 그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광과 패션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경제산업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 더 시급한 문제는 매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해 치료할 수 있는 인력과 물질적 부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의 부실한 의료시스템이 큰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요즘 한국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대로 동양인을 상대로 행해지는 폭행이나 통행제한으로 인해 팽배해진 사회적 불안감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몇몇의 뉴스가 모든 상황을 대변할 수 없는 것처럼 이 곳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어려운 국면을 이겨내고자 하는 강한의지가 여러 매체를 통해 들려오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 국민들도 부족한 의료시스템을 무조건 탓하거나 꾸짖기 보다는 각 도시에 위치한 코로나 확진자 전담병원에 힘을 보태기 위해 기부 등 많은 아이디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소셜미디어로 퍼져 나간 플래쉬몹의 일종으로 발코니에서 각자 악기를 연주하거나 집밖을 나갈 수 없는 어린이들의 무지개 그림이 내걸리며 이웃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몽클레어, 돌체 앤 가바나, 키에링그룹 등 많은 패션회사들과 이탈리아 최대 자동차생산업체 피아트(Fiat), 에쎌룽가(Esselunga) 그리고 크고 작은 이탈리아 은행그룹으로부터 통 큰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패션 블로거로 잘 알려진 끼아라 페레니(Chiara Ferragni)는 밀라노 산 라파엘레 병원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클라우드 펀딩 ‘고 펀드 미(Go Fund Me)’를 시작했다. 1100명에 이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대상으로 한 펀드로 모아진 400만 유로는 2주 안으로 증축될 중환자실 비용으로 기부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이탈리아 국민 개개인의 작은 기부금이 각 지역의 코로나 확진자 전담 병원이나 의료기관 또는 롬바르디아 주와 같은 공공기관으로 모여들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확진자 중 대부분 사망자는 70~80대 노년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 대전을 유년시절에 겪은바 있는 80대 노인들이 이탈리아에도 아직 많이 생존해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노년층이 맞고 있는 위기는 그들 또한 80평생 겪어보지 못한 것으로 초기에 큰 혼동을 초래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이들 또한 이 새로운 생활패턴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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