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자원순환사회’를 향한 첫 발걸음
[한섬칼럼] ‘자원순환사회’를 향한 첫 발걸음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20.09.28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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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폐페트병 분리배출 시범사업
원사메이커 기술력 바탕으로 재활용
자투리원단, 헌 옷 재활용은 아직 요원
기업들은 미래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리사이클 기술 기업 눈 여겨 봐야

얼마전부터 집 1층 우편함으로 ‘음료, 생수 투명 폐페트병 분리배출 시범사업 전용봉투’라고 찍힌 대형 비닐 봉투가 꽂히기 시작했다. 투명한 페트(PET)병에 한해 상표 라벨과 유색 뚜껑을 제거하고 따로 분리하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제는 투명 페트병을 버릴 때 꼼꼼히 이물질을 제거한 후 따로 모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지난 추석에 산 실속 세트 상품들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4~5종류로 분리 배출하는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 유학생들이 현지 지인들에게 항상 묻는 일이 바로 쓰레기 분리배출이라고 할만큼 까다롭고 철저하다.

폐페트병만 놓고 볼 때 한국에서 쓰이는 PET 리사이클 칩 대부분은 일본산이다. 우리나라는 유색 페트병이 많고 겉 라벨이 붙거나 속 내용물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이 어려웠다.

국내 섬유패션기업 중 리사이클 칩으로 원사 생산을 가장 활발히 하는 곳은 효성과 티케이케미칼이다. 이들 기업도 지금까지 일본산을 써 왔으나 최근에는 각 지자체 및 기업들과 협업해 국내 폐페트병 재활용을 위한 자원순환 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아울러 최종 수요기업까지 참여해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 및 판매망을 갖추면서 수익은 물론 친환경 기업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는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한국의 자원재활용은 장족의 발전을 한 듯하다. 그러나 시야를 넓히면 우리 업계의 자원순환 재활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폐섬유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투리 원단은 기껏해야 소각로의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수거되는 헌 옷은 땅에 매립하거나 중남미 또는 아프리카 빈국으로 수출될 뿐이다. 근본적 대책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4월 총선 후 쏟아져 나온 현수막의 상당량은 장바구니나 청소용 마대 등으로 재활용됐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일반 실사 현수막은 착색을 위해 미세한 돌가루를 접착액에 반죽해 원단에 얇게 코팅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돌가루는 웬만해서는 제거가 안된다. 장바구니로 쓰다 채소류에 묻기라도 하면 물에 씻어도 체내에 그대로 흡수된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아는 사람은 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 위험해서 안 쓴다”는 답이 돌아왔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가정에서는 매일 193.2t의 의류 폐기물이 나왔다. 사업장에서 나온 폐섬유류는 하루 223.7t에 달했다. 봉제공장에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자투리 원단은 아예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자투리 원단이나 헌 옷 자체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선행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일본에 뒤지고 있다. 작년 12월 유수의 일본 대기업을 취재할 기회가 생겼다. 이 회사는 PET칩 리사이클에서 나아가 원단과 헌 옷을 재단·분쇄해 원사를 뽑아내는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상용화에 들어갔다.

일본의 글로벌 SPA브랜드와 패션기업이 원자재(헌 옷)를 공급한다. 이 회사 임원은 “(섬유류) 리사이클 시장은 유럽이 가장 앞서고 다음이 일본이다. 한국은 아직 기업들 관심이 이에 못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럭셔리나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는 앞으로 리사이클 소재를 빼고는 미래 시장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원사메이커와 엔드유저인 패션회사들간 자원순환 재활용을 위한 협력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그러나 PET 리사이클 원사를 제외하고 실제 폐섬유 재활용 사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한 실정이다.

다만 섬유패션업계가 앞장서 자원순환사회를 향한 첫 발걸음을 뗀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일본 대기업 기술력과 비교하기에는 무리일지 모르지만 국내에도 폐섬유류 재활용에 독보적 특허를 가진 기업들이 있으니 내년에는 더 큰 진일보의 발걸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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