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29)] ‘나의 눈부신 친구’는 그가 있어 더 빛났다
[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29)] ‘나의 눈부신 친구’는 그가 있어 더 빛났다
  • 편집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21.02.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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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의상 재현한 패션 디자이너 안토넬라 칸나로찌
미국 잡지 더 뉴요커 ‘노동계급의 프라다’ 극찬

최근 수년간 K팝과 K드라마의 성공으로 인해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해외에서도 실감하고 있다. 이렇게 비주얼이 강조된 문화가 시대의 흐름을 타고 그 콘텐츠 속에서 보여지는 한국 음식이나 의상에 대한 호기심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새삼스럽게 인기가 높은 뮤직비디오나 드라마 한편의 힘을 느끼게 된다.

한국만큼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최근 화제가 됐던 TV 시리즈가 이탈리아에도 있었다. 이 미니시리즈를 보면서 이탈리아의 패션산업이 발달한 덕에 이런 섬세한 시대극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2018년부터 방영돼 올해 3번째 시리즈가 제작되고 있는 ‘나의 눈부신 친구(L’ Amica Geniale)’가 그 작품이다. 느닷없이 이탈리아 TV 미니시리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 드라마의 이야기 전개뿐 아니라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을만큼 뛰어난 예술적 비주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엘레나 페영화 ‘아임 러브’, TV 드라마 ‘나의 눈부신 친구’ 등에서 극중 의상을 재현한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안토넬라 칸나로찌. (사진=게티이미지)
‘나의 눈부신 친구’는 엘레나 페영화 ‘아임 러브’, TV 드라마 ‘나의 눈부신 친구’ 등에서 극중 의상을 재현한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안토넬라 칸나로찌. (사진=게티이미지)

‘나의 눈부신 친구’는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얼굴 없는 소설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다. 주인공 엘리나 페란테와 그의 친구 릴라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로 1950년대 말부터 청춘 시절의 이야기까지 그려진 두 시리즈가 방영됐다.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대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작품으로 이탈리아 국내에서 큰 성공 이후 전세계 162개국에 판매된 작품이다. 특히 각 8부작의 두 시리즈는 매번 10개월에 걸쳐 사전 제작돼 내용이나 시각적 면에서 큰 완성도를 보였고 이 점이 작품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이 됐다.

특히 두 주인공의 어린 소녀시절인 1950년대 말부터 두번째 시리즈의 1970년대 초까지 보여진 극중 의상들은 수년간 고증과 완벽한 준비의 결과물로 큰 인상을 남기기에 일말의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라미카 제니알레 의상을 담당했던 안토넬라 칸나로찌(Antonella Cannarozzi)씨가 필자의 인터뷰에 응해준 것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란테(Elena Ferrante)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얼굴 없는 소설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다.
란테(Elena Ferrante)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얼굴 없는 소설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다.

그는 이 시리즈물의 작업에서 한해 한해 미묘하게 바뀌는 극중 의상 스타일을 고증하고 연구하는 것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 시대 나폴리 외곽에 거주하던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이라 오랜 경력과 전문 지식을 갖춘 그에게도 어려운 작업으로 기억되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미국 잡지 더 뉴요커(The New Yorker)는 라미카 제니알레의 의상을 ‘노동계급의 프라다’로 정의하며 개성있고 제작 완성도가 높은 극중 의상을 극찬했다.

칸나로찌는 이탈리아 남부지방 타란토 출신으로 피렌체미술원 아카데미아 디 벨레 아르티와 밀라노의 브레라 국립미술원에서 수학했다. 어릴 때부터 패션과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추상적 예술성만을 고집하는 이탈리아 아트의 세계를 뒤로하고 밀라노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패션세계에 빠져들었다.

안토넬라 칸나로찌의 극중 의상 스케치.
안토넬라 칸나로찌의 극중 의상 스케치.

80년대와 90년대 초를 거치며 모스키노(MOSCHINO) 등 이탈리안 브랜드에 큰 애착을 가졌던 그는 자연스럽게 TV와 영화에서 의상 일을 시작했다. 현대 서양 패션의 본고장인 밀라노에서 많은 것을 경험했던 것이 그의 작업에 큰 도움이 됐다. 의상 분석이나 수집 그리고 풍부한 자료 등 밀라노는 그에게 필요한 것을 모두 내어주는 원천이 된 것이다. 

대중에 알려진 그의 족적은 1997년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중 손꼽힐 만한 중요한 경력은 오스카 노미네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영화 ‘아임 러브’로 2011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킹스 스피치 등 역사에 오래 남을 명작들과 함께 오스카 의상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로 원제는 ‘이오 소노 아모레(IO SONO AMORE)’다. 당시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탓에 그의 의상상 노미네이션은 이탈리아 영화계에 큰 놀라움을 안겼다. 또 이 일로 20년이 넘는 그의 경력이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아임 러브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틸다 스윈턴의 출연과 밀라노 시내의 고풍스런 빌라 넥키(Villa Necchi)를 주요 로케이션으로 결정함으로써 영화 촬영전부터 밀라노 시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틸다 스윈턴의 의상은 이탈리아 브랜드 질 샌더(JIL SANDERS), 펜디(FENDI)의 협업으로 이뤄진 것으로 당시 질 샌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Raf Simmons)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꼭 시대극이 아니라도 콘텐츠에서 사용되는 의상은 픽션의 스토리 전개를 위한 의도를 극적으로 대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의상 담당자들은 직접 제작하거나 브랜드 의상을 협찬 받아 시의적절하게 활용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의 TV 드라마에서는 패션과 극중 의상의 연관성이 더욱 확대되어 보인다. 물론 명백히 티가 나는 브랜드 의상을 협찬해 사용하는 것은 가끔 눈에 거슬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극중 의상과 패션 시장의 큰 연결고리를 떼 놓고 생각하는 것은 다소 어려운 것이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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