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게서 배운다
[오피니언 기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게서 배운다
  • 윤대영 / yoondayyoung@hanmail.net
  • 승인 2022.09.0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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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나무 1초에 18그루 사라져
줄이지 말아야 할 것도 있어

버려지는 종이책 되살리는 작업하는
김준혁 작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작품 통해 생명 탄생과 소멸 보여 줘

브라질 맵비오마스(MapBiomas) 프로젝트는 비정부 기구와 대학, 기업들이 협력해 국토의 변화를 연구하고 사회에 의제를 던지는 사업이다. 최근 발표된 맵비오마스 연례보고서는 아마존에서 나무들이 1초에 18그루씩 사라지고 있으며, 목축을 위한 농장과 고기 가공 공장 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벌목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업사이클 작가 김준혁 대표 작품. 사진=김준혁

하지만 현재 남미의 정부들은 기업이나 범죄조직의 탈법과 불법을 막아낼 힘과 자원이 부족해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나무는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산소를 공급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런데 그런 나무를 베어 내는 것도 아니고, 불로 다 태워버리니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류 문명의 4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종이는 나무로 만들어졌다. 나무를 심고 몇 년 동안 키우면 다시 목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나무로 만든 종이가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쉽게 버린다. 종이책은 평평한 지면에 인쇄된 지식과 정보라서 동영상을 재현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갈수록 전자책과 전자문서가 많아지고, 종이책은 구시대 유물 취급을 받고 있다. 중고서점에서 거래되는 책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팔리지 않는 책들은 헐값에 폐지가 되어 연료로 사라진다. 

업사이클 작가 김준혁 대표는 버려지는 두꺼운 종이를 접어서 아름다운 조명등 Woody로 만들었다. 사진=김준혁
업사이클 작가 김준혁 대표는 버려지는 두꺼운 종이를 접어서 아름다운 조명등 Woody로 만들었다. 사진=김준혁

이런 세태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예술가가 버려지는 종이책을 되살리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종이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 김준혁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종이 원료인 나무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 있다. 미국의 동화작가 셸 실버스타인(Shel SILVERSTEIN)이 1964년에 발표한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전 세계인들에게 나무의 소중함을 알려준 작품인 동시에 김준혁 작가가 만든 의미 있는 작품에 붙은 이름이기도 하다. 버려지는 책을 솜씨 있게 접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뿌리로 형상화하고 단 네 컷의 기승전결로 줄거리를 소개하는 재치가 단순히 그의 디자인 감각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종이의 근본은 나무임을 연상케 하려는 의도가 작품 속에 녹아있다. 

'소멸, 소생' 나무는 종이를 만드는데 쓰이지만, 산불이 나면 머금었던 이산화탄소를 고스란히 내뿜고 사라진다. 사진=김준혁
'소멸, 소생' 나무는 종이를 만드는데 쓰이지만, 산불이 나면 머금었던 이산화탄소를 고스란히 내뿜고 사라진다. 사진=김준혁

그가 손작업으로 차례대로 접으면 사각형과 직선으로 가득한 종이책이 도자기와 동식물 등 곡선으로 가득한 유선형의 작품이 된다. 네모로 잘렸던 종이는 둥근 나무 기둥으로, 딱딱한 책 속의 인물들은 팝업북 위의 종이 인형으로 되살아난다. 종이로 만든 청자와 백자는 깨질 염려도 없이 아름다운 곡선을 감상하게 해주고, 불에 그을린 종이로 접은 나무들은 생명의 탄생과 소멸을 생각하게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동화를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버려진 책을 접어서 만들었다. 사진=김준혁
'아낌없이 주는 나무' 동화를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버려진 책을 접어서 만들었다. 사진=김준혁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없고 오히려 제3, 제4 파도가 뒤따르고 있다. 백신 개발 걸음으로는 뛰고 나는 변종 바이러스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다.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으로는 코로나와 같은 재난을 막기 어렵다는 게 지난 3년 가까이 마스크를 낀 채 살아온 결론이다.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해 재택 노동과 원격 소통을 해보기도 했지만, 코로나 초기 모두가 잠깐 긴장했을 때 뿐이었다. 지금 거리의 차량과 밀집된 사회활동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줄여야 할 것은 줄이고, 줄이지 말아야 할 것은 줄이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온 도시의 면적만큼 숲이 줄어들었다. 그 숲에서 살던 동식물들도 따라서 줄어들었다. ‘환경과 자원의 연례 리뷰(Annual Review of Environment and Resources)’저널은 지난 50년간 북미에서만 무려 30억 마리의 새들이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이런 주제가 불편하고 낯설다. 새들이 살아가는 숲, 그 숲이 키워내는 동식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살아가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반도를 급습한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과 피해를 인재라며 책임 공방하는 것은, 아마도 10여 년 전이라면 모를까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다. 우리의 과학과 기술로는 막아내기 어려운, 거대한 자연재해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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