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봉제기업 사상 최대 역사(役事)가 印尼에 펼쳐지다
韓 봉제기업 사상 최대 역사(役事)가 印尼에 펼쳐지다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4.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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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완공 총 4단계 중 절반, 1억2000만불 투자 완료

적도 부근의 인도네시아는 해가 일찍 진다. 지난 5월6일 막 우기가 끝나고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는 즈음의 오후 5시경, 육중한 철문이 기자를 맞았다. 여기는 자카르타 서쪽으로 약 80km 가량 떨어진 자와 바라트(Jawa Barat) 뿌르와까르따(Purwakarta)의 윈텍스타일(PT. WIN TEXTILE). 2016년 20억불 수출 세아그룹의 심장이 고동치는 곳이다. 이날 윈텍스는 외부 언론에는 처음으로 그 은밀한 속살을 공개했다.

한국 봉제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역사(役事)가 이뤄진 이곳 윈텍스는 70만 헥타르(약 21만평) 대지에 지금까지 총 투자금액 2억불의 절반이 넘는 1억2000만불 투자를 마무리 짓고 올 4월 제2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

2010년 5월 착공 후 2012년 1월 상업 생산에 들어가고 지금은 1, 2공장 합쳐 총 340여대의 편직기가 돌아가고 있다. 염색 캐퍼는 11만kg/일 수준이다. 국내 단일 염색 단지 총량에 버금가는 물량이다. 윈텍스 최정균 이사는 “하루 45만장의 옷을 염색할 수 있는 물량이며 총 4단계까지 완료되면 23만5000kg/일 처리 용량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계획대로라면 하루 100만장 이상의 옷을 염색할 수 있는 캐퍼를 갖추게 된다.

2012년에는 매출의 60%가 세아상역 거래였으나 약 1억불 매출을 올린 작년에는 이 비중이 40%까지 줄었다. 한국 벤더(40%), 인도네시아 현지 공급(10%)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지은 버티컬 시스템이 서서히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환경에서 실패하면 모든 것을 놓친다”
세계 최초 염색공장 LEED 인증

이 같은 대용량 설비를 갖출 수 있는 입지적 요건은 자바섬에서 가장 큰 인공댐 호수인 자띨루후르(Jatiluhur) 호수가 있어 가능했다. 자카르타의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깨끗한 물이 염색의 핵심인 맑은 청정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윈텍스는 이곳 상수원에서 물을 끌어다 쓰고 나온 폐수를 미생물 분해로 85% 이상 정화시키는 생물화학적 처리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폐수 배출 기준이 한국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윈텍스는 이보다 더 철저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윈텍스가 올해 5월에 검사한 폐수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각각 15mg/l, 56mg/l 였다. 인도네시아 정부 기준(BOD : 60mg/l, COD : 150mg/l)보다 몇 배나 안전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에너지 고효율 빌딩을 대상으로 하는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 Design) 인증을 받은 것도 에코 경영에 한발 앞서가기 위한 포석이다. LEED는 미국그린빌딩협회가 주도하는 새로운 친환경 건축물 인증으로 염색공장으로는 세계 최초로 획득했다. 여의도의 IFC서울(서울국제금융센터), 송도 신도시의 쉐라톤 워커힐 호텔 등 신공법으로 지어진 빌딩들이 LEED 인증을 갖고 있다.

韓 섬유기계, 최고 수준 버티컬 시스템 중추
국산 설비 비중 80%, 총 투자액의 40%

세계적 수준의 설비를 가진 윈텍스의 편직기 및 염색기 대부분이 국산제품으로 채워졌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340여대에 이르는 편직기의 70%는 한국산이며 이중 절반 이상이 금용기계 제품이다. 상압기 및 상고압기와 텐터기는 모두 각각 동아기계와 이화기계에서 제작해 납품했다. 일부 기모 등 특수가공기만 이탈리아에서 수입했다.

최정균 이사는 “전체 공정에서 한국산 기계 비중은 약 80% 이상”이라며 “토지, 기계, 건설 등 총 투자금액 1억2000만불 중 한국 업체의 기계·설비 구매 금액은 약 5000만불로 전체 투자액 대비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국산 섬유기계가 약 5300km 떨어진 적도 부근 인도네시아까지 건너가 세계 최고 수준 버티컬 시스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도네시아로 갔다. 왜?
“서서히 고사하느니 개혁으로 일어난다”

윈텍스는 날로 치열해지는 무한 가격 경쟁이 낳은 산물이다. 2005년 쿼터 철폐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지나면서 섬유 산업은 글로벌 소싱에서 로컬 소싱 시대로 접어들었다. 해외 진출한 봉제기업들은 이전에는 아웃소싱을 통해 가장 값싼 재료를 세계 각지에서 조달하고 인건비가 낮은 국가에서 조립(assemble)하는 방식을 따랐다. 그러나 무한 가격 경쟁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제는 한 지역에서 원단과 봉제를 함께 결합해야 하는 로컬 소싱의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세아상역은 이 같은 시대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지역통합시스템을 구상했고 최종적으로 인도네시아의 편직·염색 버티컬 시스템 구축에 나서게 됐다.

“모든 오더는 가격을 쫓아 간다. (한국에 시설이 남아 있다고 해서) 오더까지 한국에 남는 게 아니라 중국 등 경쟁국에 빼앗기게 된다. ‘서서히 고사하느냐 개혁을 해서 일어나느냐’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윈텍스는 이제 인도네시아 지역 주민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현지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작년 12월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시위가 격화됐을 때 이곳 지역 주민들은 공장에 몰려온 시위대를 앞서서 막아, 맹렬히 일어나는 스위핑의 열기가 수그러든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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