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TPP발효까지 길어야 2년…근거없는 낙관론 버려야
[한섬칼럼] TPP발효까지 길어야 2년…근거없는 낙관론 버려야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5.10.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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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후폭풍이 거세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TPP의 섬유류 원산지 규정은 얀포워드(Yarn Forward Rule)로 귀결됐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한 원사나 원단은 미국, EU 시장으로 나갈 때 원산지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됐다. 역내 12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니니 기존의 관세를 그대로 적용받게 돼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공급부족목록(Short supply list)을 허용함에 따라 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이 예외로 허용되고 베트남·EU FTA 체결 효과로 EU 시장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등 여러 안전 장치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초 섬유중소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28.7%는 TPP 타결이 국내 섬유산업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7.3%에 그쳤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88% 기업이 TPP 발효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고 6.6%는 TPP 참여국인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로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TPP 타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한국만이 아니다. 섬유산업만 놓고 볼 때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 인도네시아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섬유 수출이 전체의 7%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다. 대부분 의류 완제품 형태로 수출되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세계 경제 40%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나서 2~3년내에 TPP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사후 약방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보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을 중시하는 정부 태도도 한국과 아주 유사하다.

TPP는 회원국 12개국간 이해관계 조율이 문제가 됐을 뿐 타결은 기정사실화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TPP 협의가 진행되던 지난 2~3년 사이 강건너 불구경하듯 진행과정을 지켜보다가 타결을 계기로 가입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韓·印尼 정부, 2~3년내 가입
뒤늦은 입장변화 아쉬워
섬유업계, 세계 교역 흐름 무지
산업 공동화 대응 방안 마련 등
TPP발효 앞서 대책 수립 나서야

한국과 더불어 인도네시아 문제에까지 시야를 넓히는 이유는 인도네시아 섬유의류산업을 이끄는 주축이 바로 한국계 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섬유류 수출은 최근 수년간 160억 달러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지금까지의 하락률을 토대로 보면 140억달러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섬유의류 기업들 수출액이 국내 수출과 맞먹는 약 150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시장 수출환경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섬유의류 산업의 주도권을 쥔 시기는 2005년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對美 쿼터가 사라지면서 인도네시아 국적을 가진 로컬 기업들이 상당부문 정리에 들어가면서 산업의 주도권은 한국을 필두로 인도, 대만계열 기업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섬유의류 기업은 이미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TPP 발효에 따른 손익 주판알을 튕기면서 베트남 투자를 가장 적절한 대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비록 발효까지 짧게는 1년, 길게 2년까지 남았다고 하지만 이미 타결되기 2~3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낙관적 기대감이 많았다. 여국들간 이해관계 상충으로 이렇게 빨리 TPP가 타결될 줄 몰랐다는 근거없는 낙관론에 기댄 대가는 실로 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TPP 발효는 명약관화한 사실이 됐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빠르면 1년 앞으로 다가온 TPP 발효에 따른 대응 방안 수립이다. 앞에서 언급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전체의 56.6%에 이르는 섬유중소기업들은 TPP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기업체 대표자들은 “걱정은 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정부가, 단체가, 협회가…뭘 어떻게 해 줘야 한다”는 막연한 책임론만 오가고 있다. 우리 업계가 세계적인 교역 패러다임 변화에 얼마나 무지한지 알 수 있는 사례다. 안그래도 섬유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TPP라는 거대 교역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짓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연말 섬유류 해외 수출 실적을 보며 시름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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