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섬유패션기업은 청산할 적폐 없는가
[한섬칼럼] 섬유패션기업은 청산할 적폐 없는가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7.05.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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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장을 만났다. 전 위원장이 이전부터 주장하던 정책이 현 정부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사회보험료 지원, 공공부문 81만 일자리 창출 같은 공약과 많이 닮아 있어, 그의 입을 빌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조금이나마 가늠해 보려는 생각이었다.

신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전 위원장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하면 ‘케인스주의(Keynesian economy)’로 정리될 듯 싶다. 1930년 미국 대공황 당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자율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시장경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경제이론이다. 불황기에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보다 많은 돈이 시장에 풀려 소비와 투자가 장려됨으로써 경제가 회복된다는 논리다.

전 위원장은 인터뷰 중 이 단어를 언급하며 앞으로 기업을 둘러싼 한국 경제는 기득권에 기대지 않고 공정한 룰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기업 운영이 가능한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그 주말 사이 문 정부의 경제사령탑 진용이 발표됐다. 월요일이 되자 각 언론은 주요 인물 면면을 조명하며 향후 우리 경제 환경분석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반추하건대 아마도 ‘소득주도 성장모델 추진’과 ‘재정투입확대’가 중요 정책기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말할 나위 없이 국내 섬유패션기업은 이 같은 거시적 경제정책의 영향을 반드시 받게 돼 있다. 그렇다면 공정한 룰에 의한 정의로운 경제사회는 어떤 것일까.

약속어음 단계적 폐지, 불공정거래 행위 대기업 엄중 처벌, 유통대기업 출점 규제 같은 세부 정책은 향후 우리 기업들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웃도어 브랜드 기업 한 곳에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41개 납품업체들에 하도급대금 371억5000만원 상당을 어음으로 지급하면서 수수료 3억5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다. 공정위는 작년에도 같은 이유로 패션기업 8곳을 적발해 경고 조치했다.

납품 후 결재를 어음으로 하면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대금을 법정 기일인 두 달이 넘어 지급하면서 지연이자를 주지 않은 사례들이 적발됐다. 이처럼 공정위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 점검에는 거의 매년 섬유패션기업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이면에는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 출범
공정한 룰에 의한 경제환경 조성
기업들 어느 때보다 기대감 높아
매년 적발되는 섬유패션 불공정거래 기업
약속어음, 지급지연, 불법 클레임 관행 타파해야

수년 전 관련 기업 제보에 의해 우리 섬유패션기업의 납품·하청 관계를 유심히 들여다 본 적이 있다. 당시 업계에는 소위 ‘클레임 3대마왕’이라는 리스트가 떠돌았다. 이들 기업과 거래 한 번 잘못했다가 그날로 회사 문을 닫아야 했던 기업인도 만났다. 그 때 취재 수첩을 들춰 보니 모 기업인은 “얼마 전 (리스트에 올라 있는) A기업으로부터 납품 제안을 받았는데 단번에 거절했다. 우리 회사 연간 매출에 해당하는 물량이었지만 클레임 한번에 회사가 거덜날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평소에는 그냥 넘어가던 인정범위의 불량을 문제 삼아 클레임을 제기하는가 하면 납품가를 훌쩍 뛰어넘는 택가(의류 판매정가) 기준으로 보상을 요구하는 비상식적 불공정거래 관행이 횡행했다. 국내외 경제가 불황에 빠져들면서 ‘갑’의 횡포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그 뒤에도 이런 관행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듯 하다. 연례행사처럼 섬유패션기업들이 불공정거래 기업 리스트에 올라가고 있다. 하청업체들과 오랜 기간 거래하고 함께 성장하며 간과했던 관행을 문제로 여기지 못한 게 원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그 어느 정권보다 정부 역할을 강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도 기업 도덕성과 동반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만약 우리 섬유패션기업이 과거 관행에 기대 산업 전반에 퍼져 있는 과거 유산을 청산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업계 스스로 자정 하지 못하고 외부 힘에 등 떠밀려 타의에 의한 강제가 뒤따른다면 그 결과는 매우 참담할 것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극심한 불경기로 인한 엄중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룬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환부는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업 활동은 근본적인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올해는 더 이상 불명예스러운 멍에를 뒤집어 쓰는 기업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나온 말을 인용해 본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여러분께서 정책을 보는 시각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마인드 세팅’을 다시 해 달라는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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