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섬유산업연합회 정명효 회장 - 경직된 노동정책 “글로벌 무대 中企 경쟁력 갉아먹어”
■ 경기섬유산업연합회 정명효 회장 - 경직된 노동정책 “글로벌 무대 中企 경쟁력 갉아먹어”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8.07.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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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반드시 필요…이성적 판단으로 접근해야

정명효 경기섬유산업연합회장과 일정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높아진 협회 위상으로 여기저기 얼굴 비출 곳이 많아지고 최근 기업경영 환경이 예전처럼 녹록하지 않기 때문일 거라 짐작했다. 성신섬유가 있는 포천 양문공단을 찾아갔다. 도중에 잡아 탄 택시 기사에게 양문공단 간다고 하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거기라면 성신섬유가 유명하죠. 근방에 섬유공장이 50곳 정도 되는데 그 중 10곳을 제외하고는 다들 어렵다네요. 성신섬유는 오래 되기도 했고 직원도 많아요. 외국인 근로자들은 양문리까지 나와 소비도 합니다. 좋은 회사에요.” 그런 성신섬유도 요즘 회사경영이 빠듯해 보인다. 왜일까. 굳이 어렵게 일정을 맞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정 회장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더운 여름날 현장 전투복처럼 보였다.

경기섬산련은 최근 몇 년 사이 대내외적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원 2~3명에 지나지 않던 곳이 이제는 22명까지 식구가 불어났고 경기 섬유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확고한 위상을 굳혔다.

-얼마 전 경기섬산련,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의하면 경기북부 섬유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경영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상승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예민한 문제다.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기업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정부가 방침을 정하고 시행하니 어떻게든 따라 가야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 법 시행 전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통해 문제점을 미리 예상하고 현실에 맞게 적용했으면 기업이 받는 타격이 적었을 것이다. 정부는 OECD 국가 시각에서 이야기 하는데 우리가 그들만큼 경쟁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업 또는 산업 체질은 튼튼한지, 근로자 경쟁력은 있는지, 고려할 사항이 많다. (시행기간에 차이를 뒀지만) 대기업과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 일률적인 임금과 근로시간을 적용하면 어떻게 살아 남나. 삼성전자와 성신섬유 근로자들 능력이 똑같을 수는 없다. 직원들 월급 적게 주고 싶은 기업인은 없다.

나도 많이 주고 싶다. 그러면 사람 구하기도 쉽다. 하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는 것이다. 섬유뿐만 아니라 가구·인쇄 같은 업종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은 전체적 사회분위기가 그렇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인 건 우리도 안다.

예전에는 격주 토요일만 일했다. 그런데 요즘 그렇게 하는 곳이 어디 있나. 대부분 주 5일 근무한다. 여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지만 따져보면 실제로는 빠른 속도로 정착됐다. 지금은 주 5일 근무를 강제하지 않아도 채산성 때문에 자연스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다만 납기를 맞추려면 주말에도 공장을 돌려야 할 때가 있다. 이런 것들을 법으로 묶어 버리면 기업인들은 범법자가 된다.”

외국의 경우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해서 책정하는 경우가 꽤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수도인 도쿄와 도요타자동차 생산거점인 아이치현의 최저임금은 약 9%정도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지역, 학생 신분 등에 따라 각 주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고 있다. 호주, 네덜란드도 비슷하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만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동일적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내수시장에서만 사업하면 가격을 올리면 된다.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임금이 올라갔으니 전에 1000원 받던 염색료를 1500원으로 올려도 경쟁이 된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순간 오더 다 빼앗기고 공장 문 닫아야 한다. 아예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기던가. 풍선효과다. 한쪽이 눌리니까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만 큰 타격을 입는다. 영세한 곳은 그들대로 제도권 밖에서 치외법권 지대로 남게 된다. 그러나 그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성신섬유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
“실제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갔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근로시간이 단축되니까 토, 일요일 근무가 없어 실질적으로 월 급여가 20~40만원까지 줄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최저임금 올라가니 주말에 일하면 돈을 더 받을 걸 기대했다. 그러나 휴일근무 수당이 줄어드니까 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보다 더 작은 영세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법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당장은 좋지만 이는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좋지 않다. 영세기업은 경기 나빠지고 일감 적어지면 바로 직원을 해고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거기까지 생각 않는다. 일단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움직인다.

한국인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 우리는 하루 11시간 일한다. 중간 휴식시간 빼면 주 50시간인 셈이다. 이들도 휴일근무 수당이 없으니 월급 적어졌다고 사기 떨어지고 생산성도 같이 떨어진다.”

-그래도 외국인 근로자가 현 상황에서는 실질적 대안 아닌가?
“외국인 고용한도 폐지해 달라고 하는 건 그나마 그런 인력조차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숙련이 될만하면 떠난다. 기숙사나 밥값도 다 댄다. 세금공제 혜택이 있지만 턱없는 수준이다. 한국 근로자랑 똑같은 비용이 든다.”

-지금 우리 사회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아마도 살아 남을 공장 없을 거다. 경기북부 섬유기업은 대부분 임가공 업체다. 자동차 전기전자 같이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닌 이상 그 임금을 당해낼 곳은 하나도 없다. 작은 회사들은 벌써부터 생산량 안 올라가고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하니까 보너스 주던걸 없애고 있다.”

-경기북부는 남북경협이 본격화할 경우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도 높다.
“앞으로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러나 경계할 부분이 있다. 과연 개성공단이 예전 100불 주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신중히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원활히 타결되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누구든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경제제재가 풀리면 해외 기업이 다 들어올 수 있다. 베트남 이상으로 300불 넘는 임금을 지불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단순히 인건비 싸다고 가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그래도 북한은 언어가 통하고 지리적으로 가깝다.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인터뷰 당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을 부결시켰다. 이날 12차 전원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은 찬성 9명, 반대 14명으로 결론 났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자위원 측이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43.3% 인상된 1만790원을 제시했다.

다음날인 11일은 올해 5회를 맞이한 경기섬유의 날이었다. 정 회장은 “양포동(양주 포천 동두천) 3개 시를 연합해 섬유·가죽·패션 클러스터 특구를 조성하고 이 모델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시켜 국내 섬유산업 재도약을 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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