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도 안 팔리는 수제화…협력공장 줄줄이 도산 위기 
만들어도 안 팔리는 수제화…협력공장 줄줄이 도산 위기 
  • 정정숙 기자 / jjs@ktnews.com
  • 승인 2020.04.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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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여름 생산량 15~40% 축소
주 3~4일 일하는 공장, 정부가 대출 문턱 더 낮춰야 버틴다

탠디, 금강, 미소페, 세라 등 국내 수제화 협력업체 공장이 코로나 19 확산으로 소비 수요가 위축되면서 부분 가동 중단에 들어가고 있다. 수제화 밀집지역 성수동을 비롯한 낙성대, 면목동 공장들은 3월 중순부터 일주일에 3~4일만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도 오후2~3시에 일이 끝난다. 원청업체들이 소비가 위축되면서 재고를 쌓아놓지 않으려고 주문 물량을 작년대비 30~50%까지 축소했기 때문이다. 수요 절벽이 계속 이어지면서 문 닫는 공장과 원부자재업체가 도산 위기에 놓여있다. 

코로나 19로 소비절벽에 맞닥뜨린 원청 주문물량이 줄어 수제화공장들은 일주일에 3~4일만 일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소비절벽에 맞닥뜨린 원청 주문물량이 줄어 수제화공장들은 일주일에 3~4일만 일하고 있다.

탠디 협력 공장 아이콘은 지난 3월말부터 월~수요일까지 일하고 이틀을 쉰다. 일하는 날도 오후 2~3시면 일감이 없어 퇴근한다. 미소페 협력공장 나디아는 작년대비 물량이 70% 줄어 월~목요일까지 4일 일하고 있지만 다음 주부터 하루 더 쉴 예정이다. 소다 협력 공장 디노컬렉션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4월 둘째 주까지는 단축 근무 중이지만 20일부터는 아예 일하는 날을 3~4일로 줄일 계획이다. 

디노컬렉션 대표는 “소비심리가 살아야 협력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성수동이 붕괴되면 일하는 인력(갑피·저부 기술공) 30%가 없어진다. 50대와 60대가 주축인 기술공은 다시 경기가 좋아져도 공장을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지원과 더불어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계기가 되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가 진정세로 돌아선 중국 현지 원부자재와 중국산 신발 공급은 정상화됐다. 그러나 소비 절벽은 원청업체와 협력업체 타격을 상쇄하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들 공장은 대출로 고정비만 겨우 해결하는 연명 수준에 놓여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제조업에 대출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성관 나디아컬렉션 대표는 “공장 운영 고정비로 내는 돈만 매달 2000만원이다. 당장 도산위기인데 신용보증재단에 대출 받으러 갔더니 심사결과는 6월에 나온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법인전환을 해도 대출 금액이 1억원이 안 된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 금액과 대출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혀야 당장의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나디아컬렉션은 임직원과 도급기술공까지 총 20여명 직원을 둔 수제화 협력공장이다. 작년 대비 물량이 30%도 안 된다. 직원 3명은 협의해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가을시즌 샘플이라도 만들고 버티려면 정부가 수제화 제조업에 직접 지원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24년째 공장을 운영 중인 변서영 라플로채니슈즈디자인연구소 대표는 동대문 뉴존 도매상가가 처음 문을 연 1996년부터 운영하던 매장을 4월초에 접었다. 성수동 생산 공장도 3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과도 협업해 무노동 무임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동대문 매장은 고정비만 월 600만원이 넘게 나간다. 코로나19가 번진 3월, 매장을 찾는 고객이 없어 버틸 수가 없었다. 성수 수제화공장은 4월 하루 30족 밖에 못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을 시즌 샘플비라도 만들려면 정부가 수제화 제조업체당 최소 1억원 정도 직접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성수동 공장 터치미나인 이서연 대표는 “신용보증재단에 가보니 2018년 실적이 마이너스가 나서 대출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소상공인지원센터를 갔지만 신청자가 많아 대출이 안 된다는 얘기만 듣고 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터치미나인은 3년째 운영 중인 공장이다. 작년 매출에 대한 부가가치세 신고가 아직 안된 상태다. 2018년 실적으로 하다보니 마이너스가 나왔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으로 탠디, 소다, 미소페 등 수제화 기업들 백화점 매출은 바닥을 찍고 있는 실정이다. 올 1분기(1~3월) 매출은 탠디(-29%), 소다(-21%), 미소페(-33%) 모두 역신장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탠디(-22%), 소다 (-16%), 미소페(-5%), 닥스(-27%), 금강(-9%)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여름 생산량은 재고가 쌓이지 않게 생산 조절에 나섰다. 소다는 봄상품과 여름 샌들 생산을 각각 29%, 36% 줄었다. 영업감소율이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탠디는 여름 상품을 25%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세라는 봄과 여름 제품을 각각 30%, 15% 축소 생산했다. 이번 사태를 최대한 버티고 여름과 가을을 충실히 준비하고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소페도 여름 상품은 20% 축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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