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산업이 흔들린다(1) - 방호복 생산 봉제공장, 수십억 떼일 위기
K-방역산업이 흔들린다(1) - 방호복 생산 봉제공장, 수십억 떼일 위기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20.06.2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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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업체 난립해 시장질서 혼탁
일부 공장은 대금 못 받아 폐업

마스크와 방호복을 생산하는 방역 전선 최일선의 봉제기업들이 연쇄 부도 위기에 몰렸다. 코로나19로 인해 K-방역산업이 극도의 호황을 누리자 일단 물건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유통업체들의 무리한 제품 발주로 대금결제를 받지 못하는 봉제공장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피해 규모는 확인된 것만 최소 수십 억원에 달하고 있어 당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업체 결제가 차일 피일 미뤄지면서 급기야 문을 닫는 봉제공장이 나오고 있다. 직원 30여명이 근무하는 인천의 모 봉제업체는 5월에 실어낸 방호복 대금 2억여원을 받지 못한 여파로 지난 22일 공장 문을 닫았다.

금천구의 한 봉제공장은 생산라인 절반을 방호복으로 돌렸다. 직원 30여명의 이 공장은 방호복 결제 대금 2억원이 두 달 가까이 미뤄지면서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금천구의 한 봉제공장은 생산라인 절반을 방호복으로 돌렸다. 직원 30여명의 이 공장은 방호복 결제 대금 2억원이 두 달 가까이 미뤄지면서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5월 초 M사가 발주한 방호복 6만여장을 납품했으나 두 달여가 지나도록 돈을 받지 못했다. 이 회사 대표는 “(방호복)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이 돌지 않아 이틀 전(22일) 공장 문을 닫았다. 물건을 가져간 회사는 아무런 답변이 없고 현재로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했다.

언급된 M사가 발주한 방호복 물량은 기자가 확인한 것만 20여만장에 이른다. 납품 봉제공장은 최소 5곳 이상이다. 그러나 이들 공장이 받은 돈은 모두 합쳐도 수천만원에 불과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봉제업체들은 당장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은행 대출과 주변 지인들에게서 돈을 융통해 버티고 있다. 또 다른 곳에 방호복 수만장을 납품한 A봉제공장 대표는 직원 급여일을 며칠 앞두고 외부에서 돈을 빌리느라 정신이 없다. 이 회사 대표는 “방호복에 잠긴 돈만 2억원이 넘는다”며 “물건을 발주한 회사는 차일피일 결제 날짜를 미루고 있어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 서울 금천구, 인천 부평에 피해 집중
피해는 서울 금천구와 인천 부평지역 봉제공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지역 공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납품 물량이 전년 대비 60% 이상 줄어들자 일감 확보와 직원 고용유지를 위해 수만장에서 10만장에 이르는 대량 오더를 받았다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특히 인천은 건당 10만장 이상의 대형 오더가 많아 타격이 클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금천구의 모 봉제공장 사장은 “금천구 봉제공장들은 폭탄을 맞은 듯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 근처에 월급 못 주는 공장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용증명만 몇 번 보냈을 뿐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못 찾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공장은 M사로부터 방호복 2만여장을 주문받았다.

■ 돈 받기 위해 사실 밝히기 꺼려…더 큰 피해 우려
더 큰 문제는 이들 공장이 현재 피해가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나마 일부라도 돈을 회수하기 위해 피해 사실을 쉬쉬하며 감추고 있다는데 있다. 금천구의 모 봉제공장 대표는 “M사 대표가 6월 안으로 대금을 결제해 주겠다고 하니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겠냐”며 피해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기를 꺼려했다.

M사로 인해 수억원씩 피해를 입은 공장 대부분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취재에 응한 봉제공장 사장들은 피해사실을 토로하면서도 “발주 회사가 일주일 후에는 돈을 준다고 한다.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발주社 “뭐가 문제냐” 발뺌
발주 업체인 M사는 공장들 피해사실을 부인했다. M사 관계자는 “봉제공장은 통상적으로 옷을 납품하고 3~6개월 어음을 받는다. 우리가 대금을 아예 안주는 게 아니다. 결재가 반년이든 1년이든 안주면 문제가 되는 것이지 (결제가) 크게 밀린 건 없다”고 답변했다.

봉제공장 입장은 다르다. 물건을 납품한 모 봉제공장 사장은 “물건이 납품되면 당연히 바로 결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요즘에는 납품이 완료됨과 동시에 대금을 받거나 늦어도 15일 안에는 모두 결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M사 관계자는 방호복 생산 및 유통에 관한 법적 지위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절했다. 이 회사가 발주한 방호복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대구 모 업체의 브랜드 제품이다.

■ 전문성 떨어지는 업체 난립해 시장 혼탁
봉제공장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이유는 또 있다. 방호복과 마스크를 찾는 오더가 많아지자 전문성이 떨어지는 브로커들이 개입, 가격을 올리고 중복 오더를 내면서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 방호복 수출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받은 방호복 원단 오더는 2000만 야드에 달하는데 이중 진짜는 200만야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며 “너도나도 방호복 수출에 뛰어들면서 시중에 중복 오더가 너무 많고 전문성 떨어지는 업체들이 난립해 자칫하면 큰 사고가 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피해를 입은 공장들은 지역 국회의원실 및 소공인특화지원센터 등 도움이 필요한 곳 모두에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책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대문패션봉제연합회 김충기 회장은 “물량이 크면 통상 공장 한 곳당 3~4곳에 외주를 줘 물건을 생산하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눈에 드러나는 것보다 3~4배 클 것”이라며 “피해가 더 확산되기 전에 이슈화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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