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아 임희택 대표 - “비싼 쓰레기 아니고, 새 재활용가죽 구두입니다”
아나키아 임희택 대표 - “비싼 쓰레기 아니고, 새 재활용가죽 구두입니다”
  • 최정윤 기자 / jychoi12@ktnews.com
  • 승인 2020.10.2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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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인식변화가 최우선
가죽 구하기가 가장 어려워

작년 2월 지속가능 구두를 만들기 시작해, 환경부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신발에 쓰는 재활용가죽은 버려진 가죽 옷과 구두, 가방을 모아 파쇄한 뒤, 발효시켜 안전하게 가공한다. 아나키아는 국내 지속가능시장 규모를 넓히는데 앞장서고, 제화산업과 함께 성장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국내에서 지속가능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재활용 소재는 비싼 쓰레기’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어떻게 소비자가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고 있나요?
“지속가능 가치를 살 사람을 찾아야 했습니다. 와디즈가 그런 곳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첫 상품인 자투리가죽 샌들을 목표달성한 뒤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가죽신발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겠다는 시도는 좋았죠.

중요한 건 재활용소재를 구매할 고객이 적었습니다. 소비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준을 통과한 재활용상품은 ‘안전하다’는 걸 알려야 합니다. 특히 사전조사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해로운 물질이 방출될지 모르니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속가능제품 이해도가 낮으니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죠.

제가 직접 인식을 변화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을만큼 시급한 상황입니다. 가까운 곳에 재활용센터 새활용플라자가 있어요. 저는 여기서 업사이클링 교육과 페스티벌 기획을 맡고 있습니다.

새활용플라자 공터에 직접 11개 텐트를 설치하고 업사이클 제품을 만드는 클래스를 열었습니다. 소모되지 않는 목재로 만든 젠가나 페트병 먼저모으기 게임으로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업사이클링을 받아들이도록 프로그램을 짜고 있어요.”

-새 신발을 만들기는 쉬워도 재활용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어떻게 아나키아를 시작하게 됐나요?
“신발 업계에서 7년 일했습니다. 제가 팔았던 신발이 버려지는 수많은 자투리가죽을 만들고, 팔리지 않은 신발은 모두 소각하면서 환경을 해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동안 저는 돈 버는 데만 집중했던 거죠.

작년 아나키아를 시작할 당시, 재활용가죽이나 자투리가죽은 시장성도 없고 소재우월성도 없었습니다. 300명에게 합성피혁(인조가죽)과 재생가죽을 블라인드 테스트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걸 사시겠냐고 조사했을 때는 분명 재생가죽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다시 두 가죽을 들고 하나는 재활용가죽이고 다른 하나는 합성피혁이라는 사실을 알렸더니, 합성피혁을 사겠다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어요. 재활용가죽은 못 믿겠다는 거죠. 합성피혁에는 자주 중금속이 검출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재활용상품을 사도록 노력할 겁니다.

아나키아는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처음에 밴딩이 들어간 구두를 만든 것도 환경미화원이 쉽게 벗고 신기 편했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했어요. 지속가능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환경미화원을 낮춰보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출이 커지고 고급 라인을 판매하게 되면 생산공장 장인에게도 더 많은 공임을 줘, 신발 산업 규모를 키우고 싶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을 겁니다. 관련 기술이 적고, 관련 공장이 희소하고, 소재를 찾기 힘듭니다. 자연스럽게 상품가격은 올라가고, 소비자는 구매하지 않습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신발용 재활용가죽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국내 재활용가죽은 신발로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았어요. 열을 가하면 모양이 일그러지고 오그라들었습니다. 신발은 가방보다 여러 방향에서 열을 가해 굴곡을 만드니, 튼튼하지 않은 가죽은 버텨내지 못하죠.

중국 재활용가죽 공장마다 연락해 수많은 샘플을 받고 만져보고 확인했습니다. 더 이상 샘플을 낭비하면서 실험할 수 없었어요. 사이즈별 금형(신발모양) 개발만으로 스타트업에게 부담스러운 비용인데, 품질이 불안정한 소재를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내 지속가능상품 가격은 기업이 마진을 남기지 않아야 낮아집니다. 첫 샌들은 켤레당 500원을 남겼습니다.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죠. 지속가능 스타트업이 매출을 만들고 브랜드를 1년 넘게 유지한 것만으로 대단하다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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