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성기학 회장 - “섬유폐기물 없는 탄소제로 향해 뛴다”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 - “섬유폐기물 없는 탄소제로 향해 뛴다”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21.02.18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타공 공장, 에너지 자급자족하는 친환경 공정 구축
그러나 과도한 친환경 드라이브는 오히려 재앙 경고

영원무역 방글라데시 치타공 KEPZ(Korean Export Processing Zone) 공장은 지붕에 태양광 모듈을 얹어 40MW(메가와트)급 발전설비를 갖춰 나가고 있다. 2020년 기준, 서울 평균 가구 약 5100세대가 하룻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설비가 다 갖춰지면 영원무역 방글라데시 공장은 태양광만으로도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수준까지 올라간다. 휴일 또는 낮에 생산한 전력을 방글라데시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에 넣고 필요한 전력을 다시 공급받는 방식이다.

KEPZ 공장에 조성한 자연 녹지에는 현재 400여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137종의 새가 살고 있다. 수백마리의 여우가 서식하고 인근 50~100km 반경에 있는 코끼리들이 중앙 센트럴 로드(Central Road)에 심은 1000여 그루의 코코넛 트리를 망가트려 골치를 앓을 만큼 자연 친화적 생태계를 구축해 놓았다.

영원무역의 친환경 경영은 이제 공장 설비 같은 하드웨어에서 나아가 원단이나 폐기의류를 리사이클 하는 탄소제로 공정을 향해 달리고 있다.

사진=정정숙 기자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고 이를 사회적 가치로 연결하는 수단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는가.
“옷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친환경 소재를 쓰는 건 좋지만 그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팔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생산해 남는 옷을 덤핑으로 밀어내고 폐기까지 한다면 리사이클 소재를 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 회사는 재고의류를 폐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도움이 필요한 곳에 옷을 기부하는 방식을 택한다. 영원무역의 의류 도네이션(donation)은 우리 업계 분량 모두를 합친 것 보다 더 클 것이다. 회사를 운영하고 열심히 노력해 번 돈을 이런 방식으로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공정에서의 친환경도 중요하다. 영원무역 방글라데시 공장은 원단 생산에서 염색, 봉제까지 대부분 공정이 한 곳에서 이뤄진다. 원자재의 이동은 에너지 소모를 수반한다. 모두 탄소 배출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리사이클이 손쉽게 되도록 소재를 선택하고 현지에서 버려지는 섬유나 페트병을 모아 다시 실로 재생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영원무역은 지난 1월 효성티앤씨와 손잡고 폐페트병으로 만든 리사이클 원사 100t을 쓴다고 발표했다. 
“의류 라인은 모두 계획이 잡혔다. 100t이 그리 많은 양은 아니다. 서플라이 체인을 잘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 브랜드는 친환경 소재 적용이 쉬울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물량을 생산하는 기업들까지 쓰기에는 친환경 소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이 그런 친환경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채비를 갖춰야 한다. (글로벌 섬유패션산업이) 리사이클 섬유 수요를 따라잡을 만큼 공급이 충분할까? ITMF(국제섬유생산자연맹) 회장일 때 너무 앞서 나가지만 말고 리사이클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체계를 차근차근 갖추자는 제안을 여러 번 했다.

일반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자기가 마시는 물 한병이라도 환경을 생각하고 소비해야 한다. 다만, 지나친 친환경 드라이브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성기학 회장은 방글라데시 공장의 태양광 발전을 예로 들었다. 치타공 공장의 태양광 설비는 페이백(payback) 타임이 아주 짧아 5~6년이면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일조량이 많고 기후적 여건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이 태양광 설비의 수명은 20~25년이라 최소 15년 이상은 전기를 공짜로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입지조건을 무시하고 친환경이라는 개념에 경도돼 태양광 설비가 무작위로 난립하면 나중에 환경에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한국섬유신문은 올해로 창간 40주년을 맞는다. 영원무역은 1974년 설립돼 50여년이 다 돼 간다. 어려운 일은 없었나.
“1991년 4월 홍수와 해일이 방글라데시를 덮쳤다. 사이클론까지 겹쳐 공장을 전부 잃을뻔한 적이 있다. 당시 모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첫 딜리버리로 30만장의 옷을 생산 중이었는데 모두 다시 생산해야 했다.

건물을 잘 지어 물은 못 들어왔는데 문 하나가 부실했던 거다. 수압이 높아지면서 문이 터져 나가고 공장 내부에 진흙탕이 30cm 높이로 쌓였다. 그 기계들을 전부 다 씻고 수선하고 고쳐서 100% 복구를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전화위복이 됐다. 우리 공장의 기계재생(renovation) 능력이 탁월해졌다. 전에는 단층으로 공장을 지었는데 이후에는 지면에서 최소 1m 높여 짓는다. 주변에 나무를 심고 늪지를 조성하고…친환경 생태계를 조성했다. 1991년 이후에는 단 한번도 그런 재해를 입은 적이 없다.”

-작년 모든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았다. 영원무역은 사상 최대의 실적이 기대된다.
“우리도 작년 안 어려운 적이 없었다. 방글라데시 공장이 9주나 문을 닫았다. 매출과 이익률 등에서 최고의 해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피해가 심대했다. 3~4월에는 오더를 아예 못 받았다. 그리고 바로 5월에는 취소되는 오더까지 생겼다. 그래도 많이 회복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때문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되도록 온갖 노력을 다했다. 우리회사 주총 기록을 보시면 ‘~때문에’라는 말은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