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베트남 락다운이 야기한 제조기업 생존기
[한섬칼럼] 베트남 락다운이 야기한 제조기업 생존기
  • 정정숙 기자 / jjs@ktnews.com
  • 승인 2021.09.10 08: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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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제조기업에 불어닥친 위기
FW시즌 제품 공급 차질 부르고
물류비 폭등으로 경영 마이너스
살길 찾아 해외로 밀려난 기업들
2차 개성공단 폐쇄 악몽 떠올려

“한 아이템 당 1000장 이하 물량은 베트남 생산을 못한다고 브랜드사에 말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적자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1000장 이하 물량은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호치민에 자가 공장을 운영하는 어느 중소 제조업 대표의 말이다.

그는 요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 개성 공단 폐쇄 때도 어렵게 살아남았는데 지금 상황은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베트남 호치민이 9월 15일까지 락다운에 들어가면서 경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지원금 등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지만 중소 제조업에 돌아오는 자금은 너무 적다. 

“베트남 공장이 가동되면 직원들은 절반 가량 출근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확산으로 베트남 정부가 고향으로 돌려보낸 사람이 많아서죠. 베트남 내 봉제 공임도 10~20% 올려달라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공장에 남아 있는 미완성된 옷 15억여원 물량을 완성했을 때 브랜드사가 계절이 지난 옷을 전량 받아줄지, 여러 이유를 들어 클레임을 제기할지 모르겠습니다. 2차 개성공단 폐쇄때 많은 패션기업이 클레임을 제기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전세계는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늘어나면서 보복소비 기대감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아웃도어와 골프 업종은 타복종에 비해 수혜를 입고 있다. 그러나 패션기업과 공급사슬에 들어있는 제조 중소기업은 당장 닥친 어려움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급하다.

한국섬유신문 DB
사진은 특정기업과 관련없음.
한국섬유신문 DB

글로벌 제조생산기지가 많은 베트남 내 봉제 기업은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공장 문을 열고 닫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작년보다 주문량은 늘었지만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다.  납기가 늦어지면서 제조 기업들은 자금 여력이 없어 3~4개월 락다운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부도가 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락다운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웃도어 기업의 협력 제조사는 국내 유턴이 어렵다는 중론이다. 베트남은 대량 물량 생산이 가능하고 가격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퀄리티를 보장해줄 수 있는 최적의 생산지라는 것이다. 동시에 아웃도어와 스포츠, 골프 패션 기업들은 1000장 이하 소량 물량도 해외 생산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 이전까지 국내 봉제 공장 주문 오더는 점점 줄었다. 한 제조 업체 대표는 “소량 오더의 경우 국내 생산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될 당시 부산에는 규모가 큰 봉제공장들이 있었으나 현재 5~6명의 소규모 공장이 많다”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봉제 공장이 국내에 있어야 기업들이 R&D도 하고 샘플 테스트 등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생산성 원가를 따져보자. 베트남과 한국 근로자 월급은 통상적으로 10배 차이가 난다. 중국은 한국의 90% 선이다. 관세를 포함하면 한국과 비슷해진다. 물량이 1000장 이상인 아웃도어나 골프 패션 브랜드가 베트남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러나 1000장 이하를 해외에서 생산하면 제조기업 및 패션기업은 생산성이 떨어진다. 아웃도어 티셔츠 공임을 나라별로 비교해보자. 베트남 티셔츠 한 장 당 봉제 공임은 6000원(물류비 포함)선이다. 한국은 7500원 정도다. 국내와 베트남 티셔츠 공임은 20% 차이가 난다. 중국 봉제 공임은 관세를 포함하면 한국과 비슷해진다. 

국내 봉제공장 대표는 “아웃도어 골프 등 패션 업종의 소량 오더 물량 아이템만이라도 국내 생산을 한다면 국내 제조공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단순 원가만 따질 게 아니라 추가되는 인력과 출장비, 운임 등 종합적으로 따져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에서 신뢰가 높고 기술과 경쟁력을 가진 한국은 절호의 기회다. 코로나 19 확대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새로운 거래선을 찾은 이때 패션기업과 제조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국내 패션과 제조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부 지원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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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2022-04-01 12:12:13
혹시 베트남 취재하신게 아니라 빙하타고 오신 둘리 아니세요?

봉제 2021-09-23 17:30:49
베트남에서 티셔츠 한장당 공임이 6000원이라... 그 티셔츠 한번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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