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38)] 길어져야 살아남을, 니트의 미래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38)] 길어져야 살아남을, 니트의 미래
  • 안동진 / djdj1959@naver.com
  • 승인 2022.11.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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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억 인류를 위해 한 해에 생산되는 옷이 천억 장이다. 물론 이중 상당수는 판매에 실패하여 미사용인 채로 버려진다. 판매하지 못해 미개봉으로 버려지는 제품은 의류뿐만은 아니다. 고가의 전자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판매에 실패한 재고 상품을 폐기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만약 그것들을 시중에 저가나 무료로 풀 경우, 어떤 형태가 되었든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유경제 논리에 의해 공급이 부족하여 팔 수 없는 것보다는 재고가 남더라도 과잉 공급이 더 낫기 때문에 적지 않은 제품들이 공장에서 쓰레기장으로 직행하고 있다.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질서와 패러다임을 위해 재생(Recycled) 합섬, 물 없는 염색, 썩는 플라스틱 등 갖가지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런 막대한 낭비에 비하면 모두 조족지혈인지도 모른다. 재생 합섬원단도 의류를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폐 페트병을 재생한다.

페트병을 페트병으로 재생하면 지속적으로 재사용 가능 하지만 원단으로 재생된 페트병은 막다른 길이다. 의류의 재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에 감당할 브랜드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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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네를 가든 폐의류함은 항상 가득 차 있다. 소비자가 옷을 버리는 이유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수명을 다해서이고 둘째는 유행이 지나서 또는 싫증이 나서다. 의류의 목적이 단지 몸을 가리거나 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닌 이상, 개인의 스타일 완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옷장만 차지하고 있는 옷을 버리지 말라는 구호는 공허할 수 밖에 없다. 역사상 가장 저조한 옷의 기능적 기대 수명은 서스테이너빌리티에 크게 영향 받게 된다.

수명이 1년인 옷 한 벌을 10년으로 늘리면 9벌의 의류 쓰레기와 관련된 자원과 에너지의 절약 그리고 공해를 줄이게 된다. 그동안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의류의 기대 수명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1회용 제품의 생산, 사용이 억제되듯이 수명이 너무 짧은 의류는 생산 자체가 금지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강제정책은 전방위적으로 환경, 자원절약, 이산화탄소배출 등 서스테이너빌리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확실하다. 그 결과로 의류 제조는 기능적 수명을 연장하라는 사회적 요구와 실현으로 강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제조자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보이지 않는 압박을 행사한다. 즉, 소비자는 이제부터 원치 않더라도 옷을 몇 년간이라도 더 오래 입도록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런 미래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쓰레기 분리수거 및 종량제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사회적 의무가 된다. 

니트 의류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더욱 성장했지만 가장 큰 단점은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생활마찰을 견디기 어렵고 단 한 가닥의 실만 끊어져도 전체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똑같은 소재나 굵기의 실이라도 직물용에 비해 니트용 원사는 강도가 약하다. 편직기가 제직기만큼 강한 텐션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필수품인 스타킹의 수명은 일주일도 안 된다. 그에 반해 청바지의 수명은 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업복이 아닌 이상 기능적인 수명의 만료 때문에 버려지는 청바지는 없다.

어느 쪽이 더 서스테이너빌리티를 향하고 있는지는 명약관화하다. 지금까지는 제품의 짧은 기대수명이 수요를 발생시켜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제품의 수명을 고의로 단축하는 ‘계획된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라는 개념까지 생긴 것이다.

고장나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이 자랑이었던 선진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된 이유이다. 직물 기반이었던 의류 시장에 20세기 말부터 니트 의류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직물 의류보다 지배적으로 나타난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길어진 의류 수명은 쓰레기를 줄이고 각종 자원을 절약하며 하천의 오염과 공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에너지 절약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감소에 기여하는 종합적이며 효과적인 패션산업의 서스테이너빌리티 아이콘이 될 것이다.

수명이 긴 의류의 제조는 사용한 의류를 가장 효과적으로 재생하는 것보다 몇 배나 더 긍정적인 서스테이너빌리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크게 달라진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기대수명을 연장할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니트의류는 앞으로 인류 공공의 적이 될 위기에 처해있는지도 모른다.  

뉴질랜드의 양모 회사인 누얀 테크놀로지(Nuyarn Technology)는 획기적으로 긴 수명을 가진 무연(Untwisted Wool) 니트 원사를 개발했다. 방적사인데 꼬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생소하다. 

“누얀은 섬유에 꼬임을 주지 않습니다. 이것은 링 스푼(Ring spun)도 콘 스푼(Core spun) 방적도 아닌 혁신 무연 방적 기술입니다. 이 획기적인 새로운 원사는 니트의류 제품의 수명을 9배나 늘릴 수 있고 그에 따른 서스테이너빌리티 어드밴티지(Sustainability advantage)가 있습니다.”
니트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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