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꿈토링스쿨’ - “한 명이라도 삶의 패턴이 바뀐다면 성공한 것”
이상봉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꿈토링스쿨’ - “한 명이라도 삶의 패턴이 바뀐다면 성공한 것”
  • 정정숙 기자 / jjs@ktnews.com
  • 승인 2023.01.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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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다문화 없는 나라 없다
국내 초중고 3%가 다문화 학생
삶 패턴 바꾸는 인재양성 필요

이상봉 디자이너는 서른 일곱 살로 살고 있다. 명함에는 시각 장애인이 알 수 있도록 점자로 이름이 박혀 있다. 명함 디자인은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그가 바꾸지 않는 세 가지다. 서른 일곱 살 그는 사업과 일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다. ‘못났든 잘 났든 나를 인정하자’고 생각을 바꾸자 타인도 이해하게 됐다. 명함 디자인을 바꾸지 않은 것은 브랜드와 명함을 만들 때 초심과 열정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그때부터 나를 극복하고 사회에 눈을 돌렸다.

이상봉 디자이너 사진=민은주기자
이상봉 디자이너      사진=민은주기자

시각 장애인과의 인연은 25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티셔츠를 만들고 티셔츠에 점자를 새겨 넣는 특강 수업을 하던 날이었다.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 의 한 학생이 도서관에서 이 디자이너에게 점자책을 읽어줬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그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여기서 나는 바보고, 이 아이가 선각자구나.”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점자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학교를 다녀온 후 명함에 점자를 새겼다. 그는 지금도 한국장애예술협회의 명예대사로 활동 중이다. 그가 당시부터 하던 자선활동과 인재양성 활동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문화 학생의 패션 분야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 ‘꿈토링스쿨’이다. 다문화 가정의 중고등학생이 참여하는 꿈토링스쿨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패션 모델교육으로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내노라하는 교육진이 있어 더 주목받고 있다. 

요즘은 다문화가 없는 나라는 없다. 전세계적으로 소외된 이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수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점점 가속화되고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1세대 이상봉 디자이너를 만나 왜 다문화 교육인지, 앞으로 꿈토링스쿨은 어떤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지 들어봤다. 

작년 제2회 꿈토링스쿨의 참여 학생들은 ‘패션디자인’과 ‘패션모델’ 반으로 나눠 매주 토요일 수업을 받았다. 참여 학생들이 티셔츠 제작 수업을 듣고 있다. 

-꿈토링스쿨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서울 신대방에서 초등학교를 나왔다. 몇 년 전 동창회에서 선배를 초청했을 당시, 교장 선생님에게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교장 선생님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교육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노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수업도 분리해 진행해 주기를 원하다는 실정이었다. 양쪽 다 이해가 됐다.
이후 각계 문화예술인들이 주최하는 다문화 가정 자선파티에 ‘사회에 작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문화예술인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문화예술모임은 연말 파티 후 수익금을 기부하고 후원하는 단체다. 
또 2020년 독도 홍보대사를 맡을 때, 독도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났다. 조 교육감은 다문화학생의 문화 다양성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후 12월 연말 다문화 가정 자선행사를 본 후 인재양성 지원이 더 굳건해졌다. 2021년부터 패션과 모델반 수업이 시작됐다.”

작년 제2회 꿈토링스쿨의 참여 학생들은 ‘패션디자인’과 ‘패션모델’ 반으로 나눠 매주 토요일 수업을 받았다. 참여 학생들이 성수수제화 현장 수업을 듣고 있다. 

-다문화에 부정적 시각도 아직 많다. 다문화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초기 회사와 꿈토링스쿨, 교육청에 항의 전화가 많았다. 이곳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다문화 가정의 중고등학생에게 최고의 교육진이 교육을 한다. 이들에게 세금을 가지고 특혜를 준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일반인들이 하기 어렵다. 매주 토요일 20회 이상 하루, 4시간 이상 교육을 한다. 패션쇼를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25회가 넘는다. 교육감이나 디자이너, 특강 선생님들이 사명감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학과장을 비롯해 학계 선생님들이 수고가 많았다. 토요일 수업이라 주말 시간을 고스란히 빼야 한다. 서울시 지원사업으로 선생님들한테 교육비가 나가지만, 많은 분들이 기부하기도 한다. 
작년은 꿈토링스쿨이 정착한 해다. 학생들 중 몇 명이라도 삶의 패턴이 바뀐다면 성공한 것이다.”

-수료 후 학생들의 변화를 꼽는다면.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을 붙잡고 아이들이 변했다 고마워했다. 아이들이 학교는 가기 싫어하지만, 이곳 수업은 스스로 챙긴다고 전했다.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이 밝아졌고, 스스로 꿈을 꾸고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패션쇼 후 부모들은 감동받아 울고, 학생들은 수업을 끝난 것을 아쉬워한다. 
올해는 성과도 있었다. 꿈토링스쿨 학생이 고교콘텐스트의 배민상을 받아 모두에게 기쁨이 넘쳤다. 고교콘테스트 시상 이후와 학과장과 내가 안 사실이다. 
우리나라 전 학생의 3%(21년 기준)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다.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외국으로 유학가서 한국인과 만나 사례를 포함해서다. 일본의 경우 다문화 아이들이 성장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 문제는 기업에서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이들이 자라 기업의 인재가 된다.”

‘꿈토링스쿨’은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다문화 학생 패션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2021년 세계적 디자이너인 이상봉 디자이너(홍익대학교 패션대학원 석좌교수)가 교장으로 위촉됐다. 패션디자이너 및 모델의 꿈을 가진 다문화 학생들의 진로를 국내 최고의 패션 전문가들이 멘토링해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모토다.

첫 회인 2021년은 초중고등학교 다문화학생 86명이 수료했다. 2회째인 작년 중고등학생 40명이 패션과 모델반으로 나눠 약 6개월 수업을 받고 수료했다. 교육에 참여하는 전문가만 40여명에 이른다. 패션학과장은 이화여대 박선희 교수가 패션학과장을 맡고 있다. 서경대 강신 교수가 모델 학과장을, 신장경 디자이너, 전 한국섬유신문 이영희 부사장, 홍대 패션대학교 김종수 교수 등이 멘토로 참여했다. 

작년 11월 13일 열린 2회 꿈토링스쿨 패션쇼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상봉 디자이너, 성동문화재단 윤광식 대표, 박정숙 WeGO(세계스마트시티기구) 사무총장,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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