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新성공방정식 제시, 글로벌 리더십 발휘하라
[오피니언 기고] 新성공방정식 제시, 글로벌 리더십 발휘하라
  • 박창규 교수 / cezar@konkuk.ac.kr
  • 승인 2023.03.30 0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표준화기구, 올해 총회 한국서 개최
한국, 2001년 처음 참가 때 걸음마 수준
기업들은 과거 ISO국제표준 지키기 바빴다

20년 만에 투표권 행사하는 나라
이젠, 새 비전 제시하고 규칙 제·개정할 때

섬유분야의 전 세계 표준을 제·개정하고 관리하는 ISO/TC38(국제표준화기구 섬유 기술위원회) 제24회 총회가 오는 11월 3일에 한국에서 개최된다. 필자는 이번 총회에 ISO/TC38/SC24(섬유 환경 및 물리 평가 위원회) 의장(chairperson)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국제 표준화 활동을 20여 년간 하다 보니 이번 총회를 대하는 감회가 새롭다.

한국 대표단이 섬유패션 분야에서 ISO 회의에 처음 참가를 한 것은 200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총회 때다. 당시 정부의 표준화 지원정책에 따라 처음 참가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필자를 포함한 단 2명이 용감하게 지구 반대편 희망봉이 있는 케이프타운까지 날아갔다. 총회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는 채 막상 회의에 참가하고 보니 우리는 국기가 새겨진 명패 말고는 아무런 자료가 없었다. 각국의 대표단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문서들은 섬유분야에서 국제 표준이 만들어지고 수정되는 치열한 현장이었다. 

우리는 며칠 동안을 그저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며 구석에 작은 자리만 지켰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다른 나라 참가자들은 “드디어 한국이 국제표준화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당시 너무 부끄럽기도 하고, 오기도 생겨서 우리는 차기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조건부로 승인을 받았다. 2003년 한국의 호스트로 제주에서 열린 ISO/TC38 총회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친구들을 초청해 집들이를 한 것처럼 치러졌다. 그래도 진심이 통했는지 각국의 대표단들이 매우 만족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뻘쭘하게 국제 사회에서 리더들과 함께 하기 시작한 것이 고작 20여 년 전 일이다.

한국 대표단으로 처음 ISO 섬유 기술위원회 총회에 참석했던 모습(뒤에서 세 번째 줄 오른쪽 끝이 필자)
한국 대표단으로 처음 ISO 섬유 기술위원회 총회에 참석했던 모습(뒤에서 세 번째 줄 오른쪽 끝이 필자)

선진국에서 정한 국제 표준을 그저 잘 준수하며 사용하는 나라에 불과했던 한국은 불과 20여 년 만에 관련 회의에 참가해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지금은 의장과 간사직을 수행하고, 적극적으로 국제 표준을 발의하여 제정하며, 국제회의를 제대로 준비해서 개최하는 나라로 변신했다. 

국제 컨퍼런스를 가도 한국 참가자들은 이미 기조 강연이나 좌장을 수행하며 헤드 테이블에 앉는 회의 참석자들의 주류이며, 국제 박람회를 나가도 ‘Made in KOREA’를 물어보는 외국인들의 질문은 “이거 최상의 제품이 맞지요?”라는 뜻의 질문이다. 또한 ‘K-Something’이라고 일컫는 한국의 콘텐츠, 문화, 음식 등도 세계 젊은이들이 선망이 대상이다. 특히 그 대상이 기술(technology)일 경우 한국이 최고라는 찬사와 존경을 받는다.

이제는 기업이 이러한 변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글로벌에서 몇몇 대기업만이 이런 변신에 성공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예전의 한국의 기업들은 과거에 ISO 국제표준처럼 선진국들이 요구하는 것을 잘 준수하여 잘 만들어주면 됐다. 값은 싸지만 우수한 노동력이 기반이 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노동집약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남의 것을 잘 만들어줘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성공방정식이 되었다. 

국내 임금과 비용이 오르고 나자 한국의 기업들은 그 성공방정식을 유지하기 위한 해법으로 중국, 동남아나 중남미로 기반을 옮겼다. 그래서 여전히 그 성공방정식이 유효하긴 하다. 마치 선진국이 만들어놓은 표준을 잘 지키는 것이 아직도 중요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남의 것을 잘 만들어 주던 성공방정식만 가지고는 결코 글로벌 리더가 될 수는 없다. 20년 만에 ISO에서 한국의 위상이 변했듯이 이제는 기업들도 우리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생태계의 규칙(rule)을 제·개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우리 고유의 브랜드를 런칭하고, 알려야 한다. OECD 국가 중 단 한 개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창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ISO 총회에 처음 참가했던 낯선 도전과 창피했던 경험이 없이는 결코 ISO의 의장이 될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한국섬유신문
  • 창간 : 1981-7-22 (주간)
  • 제호 : 한국섬유신문 /한국섬유신문i
  • 등록번호 : 서울 아03997
  • 등록일 : 2015-11-20
  • 발행일 : 2015-11-2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빌딩 4층)
  • 대표전화 : 02-326-3600
  • 팩스 : 02-326-227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석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선희 02-0326-3600 ktnews@ktnews.com
  • 한국섬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tnews@kt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