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 데스크칼럼] 생성형 AI는 패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한섬 데스크칼럼] 생성형 AI는 패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 민은주 기자 / ejmean@ktnews.com
  • 승인 2023.04.20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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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일자리 감소·50% 디스토피아 예상
패션계 빠른 도입…비용절감·선점효과 노려

정형화된 미·사회적 편견 심화, 저작권 침해
부작용 막을 법적·윤리적 안전 장치 필요

신기술은 종종 경이롭기보다 무섭다. 인간의 일자리를 강탈하고 사회적 쓸모와 존엄성을 부정하며 결국 과학 독재의 디스토피아가 오리라는 공포를 준다. 마냥 막연한 불안감은 아니다. 18세기 증기기관부터 오늘날 로봇과 컴퓨터까지, 과학기술은 보통사람들의 소중한 생계수단을 꾸준히 빼앗아왔다. 심지어 기계로는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대다수 창작활동까지 생성형 AI가 신속하고 저렴하게 대체하면서, 이제 인류의 마지막 자부심이었던 창의성마저 그 가치가 대폭 쪼그라들 위기다. 

온라인 여론조사 플랫폼 ‘더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설문응답자의 59.28%가 ‘생성형 AI 때문에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AI가 모든 업무를 대신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묻는 질문에는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인간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 대답이 49.13%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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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민들의 본능적인 거부감에 무슨 힘이 있으랴. 초고도 자본주의사회, 특히 호기심 많고 먹성 좋은 패션업계는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분주하다.

벌써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포스터와 잡지 화보가 쏟아져 나오고, 영원히 늙거나 스캔들에 휘말리거나 성형수술에 실패할 위험 없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모델, 사진작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얼마나 많은 직업이 줄거나 사라질지 가늠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당연하게도 반발이 극심하다. 주된 법적 이슈는 저작권이다. 생성형 AI는 인류의 문화예술유산을 레퍼런스 삼아 진화했다. 이에 생성형 AI 개발기업에 지적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소송이 이어지고, AI가 자신의 창작물을 학습하지 못하게 하는 ‘옵트아웃’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윤리적 영역은 더욱 속수무책이다. 생성형 AI는 아름다움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압박을 강화할 확률이 높으며, 이런 위험은 특히 패션계에서 도드라진다. 이제 10대 여자아이들을 죽기 직전까지 굶기지 않고도 거식증 상태의 어린 모델을 창조해낼 수 있다.

과거 전족, 코르셋부터 오늘날 엉덩이 필러까지, 미의 추구는 자주 극단적이고 가학적인 형태를 띤다. 뭐든 갈 데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하이패션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만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근거로 AI가 제시하는 패션 트렌드는 과연 인간에게 얼마나 다정하고 사려 깊을 수 있을까.

심지어 다양성을 주장할 때조차 실제 살아있는 인간과 디지털로 만들어낸 존재를 비교하는 것은 공정치 않다. 리바이스는 최근 여러 피부색과 나이, 신체 사이즈를 구현한 AI 모델을 도입했다. 소비자의 다양한 조건을 반영했다는 이 AI 모델들이 모두 완벽한 좌우대칭의 서구형 이목구비를 가진 미인들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의외도 아니다. 리바이스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수년간 직원들을 대량 해고해왔다는 사실 역시 크게 놀랍지 않다.

기술혁신의 첫 피해자는 언제나 소수자와 약자들이었다. AI 모델이 대중화되면 플러스 사이즈나 유색인종, 장애인처럼 마이너리티 특성을 가진 모델들부터 활동무대를 잃게 될 것이 명백하다.

인류 역사를 다시 쓸 기세로 질주하던 생성형 AI 열풍은 현재 고삐가 살짝 당겨진 상태다. 미국, 중국, EU에서 연달아 규제 대책을 내놨고 AI 기술 개발을 통제하기 위한 국제정상회담도 추진되고 있다. 구글 CEO가 직접 안전조치의 필요성을 밝혔으며,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IT 전문가 1000여 명이 규제안이 마련될 때까지 생성형 AI 기술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하자는 서한에 서명했다. 

그러나 적기조례와 러다이트가 산업혁명을 막지 못했듯이, 우리는 결국 생성형 AI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모든 산업이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이며 패션계 역시 어떻게든 이 막강한 기술에 적응하고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 고유의 특성이 너무 훼손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최고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결점과 다양성에서 나오니까. 인공지능과 함께하되, 너무 끌려다니지는 말기를. 부디 미래의 패션이 여전히 인간의 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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