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48) - 발수로는 방수할 수 없는 이유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48) - 발수로는 방수할 수 없는 이유
  • 안동진 교수 / djdj1959@naver.com
  • 승인 2023.04.27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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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스마트한 소비자는 발수와 방수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인터넷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발수는 원단이 물을 밀어내는 기능이어서 원단을 적시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충분한 발수기능은 곧 방수기능과 같은 게 아닐까?

즉, 발수의 연장선상에 방수라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인가.” 대부분의 소비자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발수가 일어나는 현상을 보는 즉시, 방수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발수가공만으로 방수기능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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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물의 압력과 지속시간이다. 섬유 자체 또는 원단 표면에 처리된 발수제가 물을 밀어내는 원동력은 ‘소수성(hydrophobic)’이라는 화학적 힘이다. 반대로 물이 원단의 반대면으로 통과하려고 하는 힘은 물의 압력 즉, 수압이다. 수압은 물의 무게로 인하여 발생하는 외부에서의 물리적 압력이다. 비처럼 공중에서 떨어지는 물은 낙하하는 속도와 빗방울의 크기에 따라 압력이 추가된다. 즉, 이슬비와 소나기는 수압이 다르다. 만약 수압이 충분히 작으면 발수 처리로 방수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수압이 작아도 지속시간이 길면 발수력을 이기고 물이 원단을 적실 수 있다. 

한편, 원단 자체로도 물을 끌어들여 확산시키려는, 발수에 저항하는 힘이 존재한다. 그것은 모세관력이다. 모세관력은 원단이 물을 빨아들이거나 밀어내려고 하는 화학적인 힘과 상관없이 ‘작은 틈’이라는 조건만 생기면 그 통로를 따라 물을 이동시키는 물리력이다. 이 힘은 워낙 강력하여 중력조차 이겨내고 백미터가 넘는 높이까지 물을 상승시킬 수도 있다. 바로 나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발수제의 화학적인 힘에 저항하는 물리적인 힘인 수압 때문에 결국 시간이 가면 물은 원단을 조금이라도 적시게 되고 그때부터 모세관력이 작동하면 원단은 순식간에 완전히 젖게 된다. 수압이 충분히 높으면 지속시간과 상관없이 원단을 적시게 되는데 이를 확인해 보려면 발수로 물방울이 형성된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된다. 즉시 원단이 적셔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발수가 유지되는 시간은 발수제의 종류와 투입량 그리고 수압에 의해 결정된다. 발수제의 표면장력이 작을수록, 처리된 발수제의 양이 많을수록 지속시간이 길어진다. 이슬비가 내리는 환경에서는 몇 시간이라도 발수력이 유지될 수 있고 재킷의 방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수압이 커지면, 예컨대 소나기를 맞거나 하게 되면 수압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아무리 표면장력이 낮은 발수제나 아무리 많은 양의 발수제를 도포해도 결국 물은 원단을 적시고 만다. 화학적인 힘은 물리적인 힘을 도저히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연잎 위에 방울져 있는 물은 언제까지나 연잎을 적시지 못할 것 같지만 두가지 경우는 다르다. 물보다 표면장력이 더 작은 알코올을 연잎에 떨어뜨리면 방울을 형성하지 못하고 즉시 젖어버린다. 또 폭우가 오거나 해서 수압이 커지게 되면 연잎은 물에 젖어 버린다. 

발수는 물을 밀어내는 현상이다. 이는 물과 만나는 경계면인 어떤 물체 표면의 에너지 즉, 표면장력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발수는 물보다 표면에너지가 더 작은 물체가 물과 만날 때 작동한다. 유리나 천연섬유는 표면에너지가 물보다 크기 때문에 발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같은 화섬은 표면에너지가 물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작기 때문에 약하지만 발수가 된다. 발수제는 표면에너지가 극히 작은 물질인 이유이다. 

물은 표면에너지가 비교적 큰 물질이기 때문에 원단과 만났을 때 발수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기름 종류는 표면에너지가 물보다 훨씬 더 작아 기름을 튕겨내는 발유는 어렵다. 

반대로 표면에너지가 매우 큰 물질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은은 세상에서 표면에너지가 가장 큰 물질이다. 따라서 어떤 물질의 표면 위에 놓여도 적시지 못하고 저절로 방울을 형성한다 즉, ‘발수은(撥水銀)’이 되는 것이다. 수은을 담은 컵에 황동으로 만든 추를 빠뜨리면 무거운 추가 둥둥 뜰 정도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단은 저절로 발수은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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