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49) - 기온에 따라 스스로 온도 조절하는 마법 원단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49) - 기온에 따라 스스로 온도 조절하는 마법 원단
  • 안동진 교수 / textilescience@konkuk.ac.kr
  • 승인 2023.05.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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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가 개발한 마법의 냉+보온 원단 가공 PCM

기온이 내려가면 따뜻해 지고 올라가면 차가워지는 원단이 있다면 진정한 스마트 소재라고 할 만하다. 놀랍게도 그런 원단이 실존한다. 

NASA가 개발한 이 소재는 기온이 24도 이상 되면 차가워지고 18도 이하로 떨어지면 따뜻해 지도록 설계됐다. 외부 환경에 따라 스스로 온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내부에 이식된 센서나 전자장비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에너지 공급을 위한 배터리도 없다.

마치 AI가 탑재돼 스스로 에너지를 획득해 자동으로 냉온을 조절하는 것 같다. 물론 그럴 리가 없다. 일을 수행하는 것은 단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물리 현상이다. 발달한 과학은 보통 사람 눈에는 마법과 구별하기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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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등에 물을 바르면 차가워진다.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바로 기화열 때문이다. 기화열은 액체인 물질이 기체가 되면서 더 활발해지는 분자가 필요한 운동에너지를 주위열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만약 손등에 물이 아니라 알코올을 바르면 훨씬 더 차갑다.

알코올이 물보다 기화열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HFC수소화불화탄소’ 라는 물질을 바르면 즉시 손등이 얼어버린다. 물, 알코올, HFC 같은 기화열을 발생하는 물질을 냉매라고 부른다. 냉매의 성능은 끓는 점(비점)에 따라 달라진다. 낮을수록 좋다. 물의 비점은 100도이고 알코올은 78도다. 따라서 알코올의 냉매 성능이 더 우수하다.

피부를 얼려버릴 정도인 HFC의 비점은 영하 80도에 달한다. 액체가 기체로 되거나 그 반대가 되는 경우를 상전이(相轉移)(Phase Change) 라고 한다. 에어컨과 냉장고는 기화열을 극단적으로 확대하여 만든 제품이다. 이들은 오로지 냉매를 압축하는 일만을 수행하는 극히 단순한 전기제품이다.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물리법칙인 것이다. 

기화열과 반대로 기체가 액체로 바뀌면 열이 발생한다. 이를 액화열이라고 한다. 액체가 고체로 바뀌는 응고열도 마찬가지이다. 물이 얼면 응고열이 발생하고 끓거나 증발하면 기화열이 발생한다. 둘은 정확하게 같다. 눈이 오면 주위가 따뜻해지는 이유이다. 

어떤 물질이 섭씨 24도에서 끓고 섭씨 18도에서 언다면 24도에는 차가워지고 18도에는 따뜻해 질 것이다. 이런 물질을 캡슐에 담아 원단에 코팅하면 원단은 기온에 따라 저절로 따뜻해 지거나 차가워진다. 상태가 변함에 따라 보온이나 냉감 기능이 나타나는 물질을 상전이 물질(Phase Change Material)이라고 한다. 고도의 과학을 이용한 소재 같지만 사실은 단순하다.

NASA는 PCM을 마이크로 캡슐에 넣어 바인더로 원단에 코팅해 우주복을 설계하였다. 상전이물질은 주로 왁스종류를 사용하는 데 위 표처럼 탄소 수를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차가워지는 온도와 따뜻해 지는 온도를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다. 

PCM 마이크로 캡슐을 개발한 미국의 ‘Outlast’는 이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최초로 레이온 원단에 PCM을 적용해 출시하였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원단의 후가공 뿐만 아니라 필라멘트를 방사할 때 함입하거나 코팅하는 방법으로 섬유나 원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 계속되는 연구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는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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