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옛날’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
[오피니언 기고] ‘옛날’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
  • 권정윤 연구위원 / jykwon22@gmail.com
  • 승인 2023.06.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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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 이어 X세대 패션 화제
기술 발달과 함께 온 ‘뉴트로’
경동1960점, 역사적 배경 입혀

Z세대에 헤드폰이 힙한 패션 부상
복고에 어떤 가치 더하냐가 중요

Y2K 패션에 이어 최근에는 ‘그시절 X세대’ 패션이 화제다. X세대가 20대 시절 유행했던 찢어진 청바지, 헐렁한 티셔츠, 일명 ‘배꼽티’라 불린 크롭탑 등의 패션이다.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패션 업계에서는 잊혀진 브랜드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트루릴리전’과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브랜드들이 등장했고 ‘노티카’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록과 재현 기술의 발달로 옛것을 꺼내보는 것이 더욱 용이해지면서 ‘뉴트로’라는 단어가 몇 년째 각광받고 있다. ‘복고풍’이나 ‘옛스러운’이란 단어 대신 쓰이게 된 ‘뉴트로(New-tro)’는 사실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처음 제안한 트렌드 키워드이다. 복고풍을 표현하는 ‘레트로(retro)’에 새로움을 뜻하는 ‘new’를 더한 말로, 옛것이 현재에 맞게 새롭게 해석되는 ‘요즘 옛날’을 말한다. 
다시 말해, 과거를 그대로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갈수록 더욱 많은 영역에서 옛것을 변주하는 뉴트로 트렌드가 발전하고 있다. 

뉴트로 트렌드가 가장 많이 활용된 업종은 제과업체일 것이다. 그 어떤 새로운 맛보다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이야말로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맛이다. 오리온 ‘치킨팝’, ‘배배’, ‘와클’과 같이 어느샌가 찾아볼 수 없었던 과자가 진열대에 등장했고 롯데 ‘립파이’는 예전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초코맛이라는 새로운 맛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재출시’의 공통점은 소비자들의 요청이 먼저 있었다는 것이다. ‘태양의 맛 썬’의 경우 소비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1억개 이상을 판매되기도 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올해 1~2월 무선 헤드폰의 검색량이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사진=에이블리

뉴트로는 공간으로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자주 눈에 띄는 방식은 폐건물이 가진 역사적 배경을 하나의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이다. 경동시장 안에 위치한 스타벅스의 ‘경동1960’점은 1960년대에 지어져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경동극장 자리에 꾸며졌다. 입구는 상영관 문과 같이 생겼고 내부는 상당히 넓은 공간이 탁 터져있는데 좌석이 계단식으로 설계돼 있다. 극장에서 스크린을 향하듯 아래 방향을 보도록 좌석이 배치된 것이다. 이러한 뉴트로는 단순히 옛날 컨셉이 아니라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것과 동시에 주변의 재래시장과의 상생이라는 가치를 품고 있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뉴트로가 적극 도입된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옛날을 배경으로 활용했다면, 옛날 콘텐츠를 활용한 드라마도 등장했다. 채널 ENA에서 방영된 드라마 ‘오! 영심이’ 이야기이다. 1990년대 방영된 애니메이션 ‘영심이’의 주인공인 ‘오영심’이 어른이 되어 예능국 PD가 되어 살아가는 내용으로, 일종의 스핀오프같은 개념이다. 이 경우에는 옛 콘텐츠는 소재가 될 뿐이며 주인공 영심이는 90년대 감성의 소녀가 아니라 시대에 맞게 변화한 직장인으로 활약하는 것이다. 

다만 콘텐츠 측면에서 뉴트로를 활용하는 것은 추억에 대한 반가움을 이용하여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최근 Z세대 소비자들이 무엇보다 열광하는 뉴트로는 바로 ‘기기(device)’이다. 지하철에 타면 열에 아홉은 일명 ‘콩나물’이라 부르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을 정도로 소형 이어폰이 일반화된 요즘, 다시 헤드폰이 힙한 패션 아이템으로 뜨고 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올해 1~2월 무선 헤드폰의 검색량이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고 한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LP, 디카(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등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래 사라진 오래된 기기들이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소비자들이 오래된 기기를 찾는 건 당연히 성능 때문이 아니다. 옛날것이 주는 감성, 그리고 이제는 접하기 어렵다는 희소성이 소유욕을 끌어내는 원천이 된다.
이제 뉴트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는 없다고 할 만큼 ‘옛날 느낌’은 기본 테마 중 하나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복고를 통해 편안함과 익숙함이 아닌, 어떤 가치를 더할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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