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기술, 고객·시장·법 알아야 ‘머니 꽃’ 핀다
[오피니언 기고] 기술, 고객·시장·법 알아야 ‘머니 꽃’ 핀다
  • 박창규 교수 / cezar@konkuk.ac.kr
  • 승인 2023.08.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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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이슈에 기술 스타트업도 급증
기업은 부가가치 창출해 돈 벌어야

인기 끌었던 바퀴 달린 운동화 힐리스 
베스트 기술이 곧 매출로 직결 안 돼
‘돈’ 생태계 알아야 기업 성장한다

몇 년 전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메타버스 같은 이야기들이 세상에 떠들썩하더니 이런 기술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올해는 ChatGPT나 딥페이크(deepfake)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사람이 만든 것과 인공지능이 만든 것을 구분해야하는 인공지능 감별사를 또 개발해야 할 정도이다.

이런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이에 비례해서 이런 기술들로 포장한 스타트업들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당연하고 좋은 일이다. 다만 필자가 대학에서 창업관련 교과목을 가르치는 유경험의 교수로서 혹은 현장에서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CEO로서 기술이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기술만으로는 기업을 일으키거나 사업화에 성공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굳이 숫자로 표현하자면 40% 정도랄까. 결코 50%를 넘지 못할 것 같다. 기술자체는 매우 순수해서 구현 가능한 기능과 성능, 제시하는 방법들이 비교적 명확하고 되고 안 되는 것이 확실하다. 기술의 속성이 그러하니 그 기술의 전문가들도 대개 단순하고 순수한 편이다. 

그런데 기업 혹은 사업 속성은 기술과 많이 달라, 부가가치를 창출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미래에 대한 매우 불확실하고 복잡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20여 년 전 바퀴달린 운동화 하나를 가지고 전 세계 어린이들을 휩쓸고 지나갔던 힐리스(Heelys)사를 떠올려보자. 거기에는 스마트 센서나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은 커녕 그 흔한 모터나 브레이크 하나 조차도 없다. 기술의 입장에서 보면 힐리스의 바퀴달린 운동화는 아무 기술이 없는 허접한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힐리스는 그 운동화를 매년 4000억원씩 팔다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첨단기술 하나 없이 바퀴만 달고도 열풍을 일으킨 힐리스 운동화.
첨단기술 하나 없이 바퀴만 달고도 열풍을 일으킨 힐리스 운동화. 사진 제공= 박창규 교수

기술은 돈이 되는 고객과 시장의 필요를 잘 알지 못한다. 기술은 운동화에 스마트 센서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동 브레이킹 시스템과 어두운 밤거리를 밝힐 지능형 조명 시스템을 장착하게 할 수는 있지만, 고객이 그걸 원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기술은 고객과 시장이 그런 기술을 원할 것이라고, 그래서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 착각은 매우 강력해서 기술은 늘 ‘Better’와 ‘Best’를 개발하려고 하고, 그게 돈을 벌어줄 것으로 믿는다. 기술은 착각의 늪에서 나와 ‘고객’과 ‘시장’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돈을 번다.

그런데 여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기술자들이 ‘돈’ 자체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기술의 기능과 성능에만 몰입하다 보니 돈이 돈을 버는 ‘돈’의 생태계 즉, 투자·금융 재무·회계 등을 모른다. 돈을 모르는 기술이 돈을 벌 리가 만무하다. 기술은 있는데 ‘고객’과 ‘시장’도 모르고, 사업에 필요한 ‘돈’도 잘 구해오지도 못한다. 기술이 ‘돈’을 알아야 투자를 받아 매출을 일으키고 마케팅을 하고 스케일 업을 할 수가 있다. 그래야 돈이 굴러가는 사업을 할 수 있다. 

기술에 감동받은 고객들이 시장에서 매출을 일으켜 주고 자연히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그저 꿈이다.
필자는 존경하는 서울대 섬유공학과 故 이재곤 교수께서 학창시절 하셨던 말씀을 종종 인용하곤 한다. “공대생들은 돈이 안 되는 연구를 하면 안 돼! 우리는 자연과학 하자는 게 아니야!” 너무 공감하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한국의 돈을 책임지는 이창용 한국은행의 총재가 고 이재곤 교수의 아들이다. 이론에만 몰두하지 않고 현실 개혁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한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 이율곡을 낳은 신사임당의 후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돈이 개입되면 반드시 이권과 이해당사자들이 생기고 법의 적용을 받는다. ‘배임’이란 광범위한 형사죄가 뭔지 아는 기술자들을 거의 보지를 못했다. 돈을 벌어도 ‘법’을 모르면 이용만 당하고 결국 감옥에 간다. 기술이 ‘고객’과 ‘시장’, ‘돈’과 ‘법’을 알아야, 돈을 벌어 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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