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소비자의 ‘디토(Ditto)’를 얻어내는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
[오피니언 기고] 소비자의 ‘디토(Ditto)’를 얻어내는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
  • 권정윤 연구위원 / jykwon22@gmail.com
  • 승인 2023.11.09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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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옷 쇼핑 과정 변화 중
‘하객룩’처럼 명확한 활용 상품에 쇼핑

추종소비, 패션·뷰티 뛰어넘어 확산
누구가의 제안 따라 ‘탐색재’화(化)됨
물건을 사야 하는 이유를 구매한다

여성의류 쇼핑몰 ‘지그재그’에 따르면 2023년 8월 한 달 동안 ‘하객룩’의 검색량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평균 약 28% 증가했다. 이와 유사하게 ‘휴양지룩’, ‘여행룩’도 검색량이 1.5~2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 그림자가 완전히 물러가고 외부활동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증가폭이다. 실제로 하객룩 등 키워드로 언급된 상품은 지난해 대비 거래액도 2∼3배 증가할 만큼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이 옷을 쇼핑하는 과정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까지는 각자  필요한 품목을 떠올리고 카테고리 분류에 들어가서 옷을 둘러보거나, 즐겨 찾는 브랜드를 찾아가서 둘러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선택지 과부하 시대를 맞이한 요즘, 소비자들은 정보탐색 과정을 대폭 줄이고 아이템 하나를 고르더라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대신, ‘하객룩’과 같이 활용까지 명확하게 제시해주는 상품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이처럼 소비자들의 소비의사결정 과정이 변화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디토소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디토(Ditto)’는 ‘나도’, ‘이하동문’이라는 뜻으로 사람이나 콘텐츠, 커머스처럼 내가 아닌 대리체가 제안하는 선택을 그대로 따르는, 일종의 추종소비를 의미한다. 그런데 추종의 대상이나 범위, 기준에 있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여러 소비 영역으로 디토소비가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테이폴리오’는 숙소를 감성적으로 제안하는 플랫폼이다. 일반적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숙소를 고를 때 가격과 숙소의 시설 등 객관적 정보를 중심으로 탐색한다. 스테이폴리오는 숙소 이미지와 상세설명을 자신들만의 톤앤매너에 맞추어 제시한다. 또한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경험을 서정적으로 묘사하듯이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제까지 추종소비는 대부분 패션과 뷰티영역에서 이루어졌다. 대중매체에서 유명 연예인이 입은 옷이나 화장품을 보고 따라 사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스테이폴리오 예시처럼 최근에는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경험소비에서도 누군가의 제안을 따라서 사는 것이 활발해졌다. 이는 경험소비가 ‘탐색재’화(化)되고 있기 때문이다.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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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의 기준도 진화한다. 예를 들어 연예인의 패션을 따라 옷을 구매하는 것은 호감에 기반한 맹목적인 추종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추종할 대상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나와 맞는지 고려한다. 연예인 이효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소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가 예쁘다거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평소 가치관에 동의하기 때문에 그의 선택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 소비하는 것이 곧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게 된 만큼 주체적으로 추종의 대상을 선별한다고 볼 수 있다. 

디토소비는 ‘어떠한 물건을 고를것인가’ 하는 것, 구매의사결정 과정으로 표현하자면 ‘대안 비교 및 선택’ 단계를 넘어선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제는 ‘무엇이 필요한가’, 즉 문제(욕구) 인식의 단계조차 누군가의 제안을 따른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명한 문구 브랜드 ‘포인트 오브 뷰’는 필기구의 기능만을 보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의 작업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길게 설명한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야 하는 이유를 구매하는 것이다. 

패션 분야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최근 인기높은 패션 분야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오래 착용가능한 제품을 고르는 방법이나 기본 아이템을 어떻게 두루 활용할까에 대해 다루는 콘텐츠가 많다. 구매를 넘어서 사용과 처분에 대해서도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플루언서의 안목을 따르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좋은 물건을 시장에 내어놓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이 찾아와 구매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소비자들이 특정 상황이나 품목을 떠올릴 때 즉각 자사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뾰족해져야 한다. 소비자들의 ‘쇼핑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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