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67) 다운프루프 가공이라는 것은 없다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67) 다운프루프 가공이라는 것은 없다
  • 안동진 / textilescience@konkuk.ac.kr
  • 승인 2024.03.2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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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프루프(Down-proof)’를 위한 가공은 있다. 하지만 ‘다운프루프 가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proof 라고 하면 뭔가 새지 않도록 막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 Water, Wind, 심지어 Mite 가 들어가기도 한다. 만약 자동차에 ‘Death’ 가 들어가면 죽음을 막는다는 뜻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당연히 Down-proof는 새의 솜털인 다운이 원단을 통해 새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이는 방수와 달리 극히 까다로운 밀폐 가공이다. 어떤 것은 막되 다른 어떤 것은 통과시켜야 하는 델리키트한 일종의 필터링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은 바로 공기이다. 즉, 투습방수 원단처럼 방수가 확실하게 되면서도 습기는 통과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인 것이다.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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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습방수의 기본은 간단하다. 액체인 물과 기체인 물의 분자군은 크기가 다르다. 따라서 액체보다는 작되 기체인 물보다는 더 큰 미세한 구멍을 설계하면 된다. 골디락스(Goldilocks) 영역에 해당하는 그런 적당한 크기의 미세한 구멍이 생기도록 멤브레인(membrane)을 만든 사람이 고어(Gore)이고 그가 설립한 회사가 고어텍스이다. 고어텍스의 투습방수는 간단하다. 그런 조건에 따라 설계된 막 즉, 필름을 원단에 접착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의 모든 원단에 적용 가능하다. 니트 원단도 투습방수 기능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다운프루프는 전혀 다르다. 원단 위에 필름을 접착하거나 액상의 고분자물을 코팅하는 걸로는 안 된다. 단지 원단 그 자체로 경사와 위사가 서로 교차하는 작은 틈을 물리적으로 조절하여 그 틈새를 다운보다는 작고 공기는 쉽게 드나들 정도로 크게 만드는 고도로 난이도 높은 작업인 것이다. 

후가공 만으로 그토록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는 일은 불가능하다. 원사의 굵기부터 시작해 제직 설계부터 개입되어야 한다. 목표는 경사와 위사가 교차하는 틈새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너무 굵은 실은 틈새가 너무 커 부적합하다. 가는 원사일수록 더 좋지만 원사가 가늘수록 밀도가 커지므로 단가 상승을 걱정해야 한다. 원단의 조직은 반드시 ‘평직’이어야 한다. Twill 처럼 위사가 경사를 두 올 이상 교차하면 틈새가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밀도는 한계에 가깝게 가능한 최대로 설계해야 한다. 경사와 위사의 굵기나 밀도 차이가 커도 안 된다. 대부분의 직물은 경사밀도가 위사보다 두배 이상 높다. 제직료를 절감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면 40수로 설계한다면 밀도가 최소한 230t, 120x110이 되어야 한다. 만약 60수라면 280t, 140x140은 되어야 기본적으로 다운프루프가 가능하다. 
 

280t는 되고 300t는 안 되는 사례
폴리에스터 50d라면 경위사 합이 300t은 되어야 한다. 나일론 20d는 430t는 되어야 자격이 된다. 
번수와 밀도가 선형적으로 비례하지 않음을 주의해야 한다. 즉, 20d는 50d보다 두 배 이상 가늘기 때문에 밀도가 600t 이상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실의 굵기와 공간을 차지하는 넓이가 정비례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알맞은 굵기와 충분한 밀도로 설계된 원단이 준비되면 마무리 가공이 필요하다. 고밀도 원단이라도 틈새는 아직 있다. 이런 틈새를 좁게 만들어 주는 것이 후가공이 할 일이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압력이다. 원단을 무거운 롤러 사이에 넣고 눌러주면 납작해지면서 틈새가 좁혀진다. 열이 동반되면 변형이 더 쉽게 일어난다. 

면 같은 천연소재인 경우, 이렇게 물리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세탁에 의해 다시 복원되기 쉽다. 하지만 화섬은 가소성 고분자 이기 때문에 열과 압력을 동시에 가해주면 그 모양 그대로 성형되어 세탁 후에도 회복되지 않는다. 그것이 씨레Cire 가공이다. 면은 Cire 라고 하지 않고 친츠Chintz 라고 한다. 이 가공은 다림질과 비슷한 조건이므로 원치 않아도 ‘광택’ 이라는 부수효과Side Effect를 불러온다. 

만약 광택을 지독하게 원치 않는다면 냉Cire 라고 하여 압력을 그대로 하고 온도만 낮춰 하는 Cire 가공을 하면 된다. 물론 원래보다 밀폐 기능이 떨어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다운프르푸를 위한 가공은 이처럼 까다롭다. 따라서 보증하는 원단 공장은 아무도 없다. 100% 물리적인 작업이므로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다운프루푸 원단이라고만 한다. 테스트하는 랩(Lab)도 희귀하다. 

우리나라에는 아예 없고 홍콩에 보내야 한다. 랩에서의 테스트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원시적이다. 원단으로 베개 필로우를 만들어 일정 시간 털어서 다운이 몇 개 빠져나오는지 개수를 새기 때문이다. 3개 나오면 합격, 그 이상 나오면 불합격 이런 식이다. 그러니 결과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단지 단 한 개의 다운이 빠져나온 것으로 불합격 되는 경우가 있어서 운에 좌우되는 경우도 있다.

원단 공장이 다운프루푸를 보증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만약 이 문제로 클레임이 제기되면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다운 자켓은 기본적으로 수 백 불이나 한다. 물론 대부분의 다운프르푸 사고는 원단 보다는 Seam을 통해 누출 되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원단을 탓하는 것은 깨밭에 넘어진 곰보가 깨밭 주인을 탓하는 격이 된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의 다운도 샌다. 한번이라도 사본 사람은 그 사실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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