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Advice]소재혁명시대에 거는 기대
[Fashion Advice]소재혁명시대에 거는 기대
  • 유수연 / yuka316@ktnews.com
  • 승인 2001.07.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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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접하게 된 한 TV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는‘미국은 개념 만들기에 능하고 일본은 실행에 능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법률에 써있는 것은 절대로 지켜야 하며, 잘 안되면 감독하는 관청에 찾아가 자세한 설명을 듣고, 그를 이행해야 한다’는 일본인들의 습성으로 천황을 위한 관료 양성메뉴에 익숙해 있는 그들에게 만약‘오늘부터 자유롭게 자기 책임하에 일을 처리하라’고 한다면 ‘모두가 옛날이 좋았다며 우왕좌왕하게 될 것’이라는 다소 농담섞인 지적이였다. 그러나 이야기는 현재 일본전체에 감돌고 있는 이런 회고적 분위기와 우리의 이야기가 잠시 맞물리는듯 하더니 토론의 중심이 엉뚱하게도 당시 경제위기의 A급전범이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로 비약되고 있었다. 여기에 경제관련 핵심맴버 몇몇의 맹목적인 추종과 비전문성에 중론이 모아지면서 모든 것을 국민적 요구라는 이론하에, 마치 국민이 스스로 개혁을 추진해 나간 것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의 이익에 부합되며 벌어진 일이라는 실날한 비난이 이어졌다. 익숙한 반창고적 치료법 줄거리가 이정도라면, 우리는 코웃음친다. 당연한거 아니냐는 이야기다. 혹자는 좀더 전문적인 목소리로 ‘미국이 개념 만들기에 능하고 일본이 실행에 능하다면, 우리는 임기응변에 능하지 않는가’하는 말장난을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정치와 경제가 이미 썩을대로 썩었다는 현실을 당연한 상식으로 무감각해 하는 아랫물의 모순과 ‘아는 사람은 다알고, 모르는 사람은 통 몰라도 되는 그 어떤 법칙이 있음’을 주장하는 윗물의 뻔뻔함은 정말 아무런 연관이 없을까. 혹시는 수술이 급하다는 것은 알지만, 메스를 가하고 난 다음 상황에 대해, 수술하는 자나 수술받는 자, 서로가 불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상처를 임시로 가려주는 임시 반창고적 치료를 해 놓고 서로를 의심하는 사이, 운명의 시계는 너무나 황망하게 지나가고, 사람들은‘과연 옛날이 좋았다’는 망상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노력과 기준의 차이점 밀라노 프로젝트가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섬유산업은 아직 제조 개선 업종일뿐, 국가적으로 어떤 정책화는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제대로 된 정보조차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양산업에 정치적으로 완벽한 무풍지대에 막대한 지원 육성자금이 들어왔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행운이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국책사업일수록, 그 활용과 운용방법에 따라 역사적 평가와 미래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의미에서 ‘노력이 암만 커도, 모든 기준은 변함이 없다’는 말은 진리일 것이다. 일전에 대구 밀라노 프로젝트팀에서는 패션소재협회의 회원사들의 샘플 오더를 모아, 대구의 섬유개발연구원과 신제품 개발센터에 의뢰, 시직케 한다는 이색적인 프로젝트를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 기획에는 처음부터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어떤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개발해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주면 제직해 주겠다는 엔지니어적인 발상도 그렇고, 업계의 많은 목소리를 일일이 반영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면, 그것이 바로 ‘샛빨간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뭔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대구에 내려간 많은 소재업체들은 섬유기술개발연구원에 걸려있던 3~4년전의 재고 원단들을 보면서 고소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외견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분류방법이나 디스플레이가 보는 사람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전시참여 업체마저 마치 벼룩시장에 재고상품을 내놓는 듯한 기분이였을 것이라는 것을 ‘보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소재업계의 현실과 비극 그러나 예전에 한 모임의 자리에서 어느 디자이너는 이런 말을 했다. “60~70년대 소재는 지금보다 오히려 풍부했다는 느낌이다. 재미있는 소재업체들도 많이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업체들이 무너져 버리고, 오히려 지금 쓰고 싶을 때 외국브랜드를 사용해야 하거나,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대표적인 소재가 번아웃, 아스트라칸, 프린트… 주지하다시피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트랜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트랜드의 회귀를 기다리지 못하고 역경과 수난속에서 거의 대부분 역사속으로 사라진 업종이다. 물론, 이것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지도 못하고, 갖고 있는 것마저 잃어버린 국내 소재업계의 현실이자 명백한 비극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 그러나 생각하면, 서로에게 체념하는 것은 그만큼 이해력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서로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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