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리뉴얼 통한 소비자 충격 요법 단행
한 동안 국내 패션 업계의 이면에는 잔잔하게 저력을 발휘하던 브랜드들이 있었다. 바로 여성복 내 커리어조닝의 브랜드들이다.
여성복 각 조닝의 브랜드 마다 추구하는 컨셉이나 주요타켓, 그리고 수익발생을 위한 영업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캐주얼이나 캐릭터캐주얼 등과 같이 트렌드에 민감한 타 조닝 브랜드들과는 달리 커리어조닝 내 브랜드들은 나름대로 확고한 공통된 기본마인드를 공유하며 공존해왔다. 바로 ‘포멀 수트’로 일컬어 지는 쟈켓·스커트 혹은 쟈켓·팬츠로 구성된 스탠다드 정장 세트물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시차를 두고 보자면 과거와 현재의 제품구성방식은 다소 달라져 최근에는 단품위주의 크로스 코디 형태의 제품들로 매장이 변화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실루엣과 핏을 중시하는 커리어 브랜드의 기본 마인드는 아직도 매장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제까지 커리어 브랜드들은 지나치게 영(young)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올드(old) 해보이지 않는 그 경계를 잘 지켜오며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 혹은 브랜드 마니아를 탄생시키며 커리어 고객군을 확고히 형성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 대형유통망의 커리어 조닝 축소에 마켓 쉐어의 감소는 브랜드사의 목을 옥죄어 오고 있다. 최근 커리어 고객들은 잦아진 사회활동과 패션정보의 홍수 속에 트렌드에 민감해지기 시작했으며, 한국사회의 여성상에 대한 인식변화로 인해 유교주의적 문화에서 당연시 되던 여성성의 강조를 외면하며 자기표현에도 대담 혹은 대범해져 과감하게 커리어조닝을 탈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조된 위기감은 이제 커리어 브랜드들에게 ‘변화’인가 ‘고수’인가라는 큰 화두를 던졌다.
변화를 선택한 대표적인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주)신신물산의 ‘칼리아 쏠레지아’와 인동어패럴의 ‘쉬즈미스’를 들 수 있다.
먼저 ‘칼리아 쏠레지아’를 언급하자면 이 브랜드는 2005년 F/W부터 ‘쏠레지아’의 프레스티지라인 ‘칼리아’로 출발했다. 메인라인보다 럭셔리하고 페미닌한 감성으로, 이후 독립 분리되어 커리어와 캐릭터 성향을 믹스시켜 캐릭터 커리어라는 브릿지 조닝을 탄생시킨 미지의 개척자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칼리아 쏠레지아’의 용기있는 선택과 변신은 새로운 영역의 개척자에게 굴레처럼 따라붙는 시행착오라는 과정을 안겨 준 적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이를 극복하고 유통망 내 ‘칼리아 쏠레지아’의 입지를 확실히 해가고 있다. 현재 ‘칼리아 쏠레지아’는 매출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효율적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부진매장을 정리하며 브랜드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쉬즈미스’는 작년부터 리뉴얼작업을 통해 볼륨캐릭터 브랜드로 변화하는 중이다. ‘커리어조닝이라는 심리적 영역’ 밖으로 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소위 말하면 ‘쉬즈미스’는 연령타켓을 파괴하기 시작했으며 자신만의 또 다른 길을 개척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까지 ‘쉬즈미스’는 리뉴얼의 일환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전면적으로 리터칭하고 상품 기획력을 높이는데 집중해왔으나 현재는 유통망을 크게 확장시키는데 전력하고 있다. 현재 백화점 유통망의 출고물량 중 70%가 캐릭터 성향의 제품으로 향후 캐릭터 성향의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 완전한 변신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급변하는 패션마켓에서 미로를 헤매듯 희망의 불빛을 찾아 길을 가는 커리어 브랜드들은 이와 같은 변화의 바람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