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이 이어지던 지난 8월9일. 면직물 업체인 A사 김명재(가명) 사장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실시간 환율 변동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검은 월요일’로 불린 전날, 달러당 원화 환율이 15.10원 오른 1082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원화는 전일보다 0.8원 가량 오른 1090원으로 장이 시작됐다. 당일 한 때 109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계산기를 두드리던 김 사장은 “지금 통관 대기중인 컨테이너가 있는데 오늘만 800만 원 환차손이 났다”고 말했다.
최근 급격한 원화 가치 변동으로 섬유류 업체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주가 폭락에 따른 큰 폭의 환율 변동은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미처 환리스크 헷지에 나서지 못한 중소규모 업체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A사는 면사를 수입해 한국에서 원단을 짠 다음 미국 및 EU 지역에 수출하는 전문 업체. 그러나 단 며칠 만에 수천만 원이 손실로 날아갔다. 김 사장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환차손 본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한 대형 업체들은 현지화와 글로벌 경영으로 외화를 굳이 원화로 환전할 필요성이 적고 비교적 환리스크 관리 체계가 잘 돼 있다. 오히려 생산 공장이 있는 해당 지역 환율이 더 중요해 지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對日 의류 수출 업체인 팬코 관계자는 “지금 같은 단기간 환율 변동은 회사 운영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광림통상 관계자 역시 “올해 전체로 보면 1050원에서 안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단기환율 변동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를 기반으로 한 규모가 작은 수출입업체들은 오너가 직접 환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급격한 환율변동은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특히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면직물 및 마직물, 방모직물 업체들은 이번 주가 파동에 따른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업체들은 올해 기준 환율을 1050원으로 놓고 바이어 협상을 끝낸 상황이라 뚜렷한 대책이 없어 급격한 환율 변동이 지속되는 상황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기창 기자 kcjung100@ktnews.com
서현일 기자 hiseo@k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