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품은 작은 거인 디자이너 이림(李林)
우주를 품은 작은 거인 디자이너 이림(李林)
  • 편집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13.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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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결혼’ 따뜻한 둥지 틀어
예술적 DNA는 딸이 물려받아
아들은 美컴퓨터 공학 공부 중
평생의 동반자 ‘살아가는 이유’

수선화처럼 청초한 그녀를 만나다
이림은 38세에 결혼을 했다.
열심히 일해 고객들로부터 인정도 받았고 돈도 모았다. 낮에는 일에 몰두하고 퇴근무렵이면 문화, 예술인들이 모이는 카페나 호텔의 라운지에서 맥주도 마시고 연주도 들으면서 단조롭고도 행복한 시절을 보내던 때였다.

아내의 언니는 이림스타일의 고객이었다. 처형은 지금 미국 씨애틀에 살고 있다. 당시 처형의 남편은 조달청 출신으로 식품사업을 하고 있었고 정릉에 살았다. 의상실 단골이기도 했지만 사업하는 남편의 거래처나 바이어들을 위해 선물을 골라달라고 부탁하기도 할 만큼 막역했다. 어느날 넥타이가 40~50개 필요하다며 부탁을 해왔고 이림이 직접 옛날 사보이호텔 옆 외제양품점 코너에서 골라줬더니 크게 만족해 했다.

어느날 처형은 지금의 아내인 동생에게 옷을 지어주겠다며 의상실로 데려왔다. 그녀는 차분하고 청초하며 미모가 뛰어났다. 하얗고 가녀린 그녀의 미모가 잘 어울리도록 검은줄이 있는 은색원단으로 원피스를 디자인했다. 이림은 “목이 하얗고 길어서 돋보일 수 있도록 카라를 멋있게 디자인했는데 입은 모습<하단 사진>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장인은 일본서 공부를 하셨고 외모가 영화배우급인 분이셨다고 했다. 당시 부모님 두분이 모두 돌아가신 상태였고 아내는 막내딸로서 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던 터였다. 언니 내외는 이림의 성실함과 진지함, 그리고 디자이너로서의 실력을 존중해 주고 좋아했다. 이림은 “처형 내외는 당시에 찾아 볼 수 없는 멋진 사고를 가진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봄날 개나리 처럼 수줍고 화사한 그녀와 데이트를 했고 마침내 이림은 9살 연하의 그녀를 아내로 맞았다. 명동에서 열심히 의상실을 운영해 온 이림은 작은 건물을 장만했다. 아래층은 상가이면서 살림집을 들일 수 있는 자신의 소유 건물에서 이림은 행복의 보금자리를 틀었다.

나의 사랑하는 딸 ‘진화’
“아빠, 뉴욕에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지금처럼 부녀가 마주앉아 차를 마시며 다정하게 대화를 나눌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까요?” 지난해 이림은 뉴욕 센트럴 파크 옆 플라자 호텔 2층 커피숍에서 공원을 내려다 보며 딸 진화와 대화를 나눴다.

이 장면이 영원히 각인될 만큼 소중했고 ‘가슴 찡한 대화’였다고 몇차례나 기자에게 만면의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 하곤 했다. 진화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방향을 선회해 패션디자이너가 되고자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나이 답지 않게 깊이 있는 사고와 독창성, 특유의 진지함으로 입학 때부터 교수들의 신뢰를 받았던 이진화양은 파슨스를 졸업할 때도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현재 유명 디자이너의 브랜드 인턴디자이너로 실무를 배우고 있는 재원이다.

청담동 이림스타일 샵에는 큰 그림이 걸려있다. 이 그림은 각기 다른 표정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모습이다. 이림의 딸 진화양이 대학에서 미술공부를 할 때 디자이너 진태옥의 컬렉션장에서 런웨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표정을 그린 작품이다. 기자도 그 그림을 볼 때 마다 인물의 표정들이 재밌고 심각하게 잘 묘사돼 있어 감탄을 자아내곤 했다. 이처럼 재능이 뛰어난 진화는 이림에게 살아갈 의미이자 원동력이다.

진화양이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미국에서 큰 기대를 모은 이유는 어릴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미술을 좋아하면서 다양한 예술적 소양을 갖추었기 때문으로 기자는 생각했다. 진화는 다섯 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딸 욕심이 많은 이림은 유명한 선생님을 모셔와 레슨을 받게 했다. 퇴근을 하면 이림은 “진화야, 오늘을 얼마나 연습했니?” 라고 다정하게 묻곤했다. 나중에서야 들은 이야기지만 진화는 이 질문이 무척 싫었다고 한다.

진화는 음악과 미술을 좋아했지만 아빠의 관심과 끈질긴 권유가 싫었을 때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진화는 이제 같은 길을 걷는 이림의 친구이자 동반자가 됐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이림에게도 무서운 존재가 있으니 평생곁을 지키는 아내와 동료가 될 딸 진화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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