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될 성장산업”
“섬유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될 성장산업”
  • 김임순 기자 / iskim@ktnews.com
  • 승인 2009.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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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주)영원무역 성기학 회장

의류 ‘글로벌 경영의 귀재’ 평가
수출·내수 아우르는 무적 함대
“디자인 고급화도 중요하지만
고품질 제품 양산기술은 기본”

(주)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 등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의 생산 파트너다. ‘노스페이스’ 외에 ‘나이키’·‘폴로’·‘LL Bean’·‘파타고니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최고급 브랜드를 생산한다. 방글라데시 치타공·다카, 중국 칭다오, 베트남 남딘(하노이 근교)등지에 10여 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고용한 근로자 6만여 명, 국내 직원 700여 명에 달한다.
(주)영원무역은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불린다. 한국에서 많은 기술자들을 보내 운영하는 단기적 전략보다 소수 인원을 현지에 파견 직접 키우는 장기적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수출뿐만이 아니다. 내수사업도 남다른 경쟁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노스페이스’를 국내 판매에 나선지 11년만인 지난해 매출 4000억 원을 돌파했다.
최근 미국 발 금융경색으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맞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 (주)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을 만나 섬유패션론을 들었다.


-영원무역은 의류 글로벌 경영으로 유명하다. 성공비결이라면.
“사업하는데 안 어려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참을성이 많이 필요합니다. 중국·베트남은 진출한 지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중국이 14년째, 베트남이 6년째 됩니다. 저희 제품을 보면 생산은 중·후진국에서 하고, 판매는 선진국 시장에서 합니다. 우리는 1980년대에 중남미의 자메이카에 진출했습니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겁니다. 방글라데시는 유럽, 자메이카는 美洲(미주) 시장을 목표로 했지요. 방글라데시 공장의 매출이 급증하면서 그 나라의 정치적인 여건을 고려해 중국·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확대했습니다.”


-해외 공장을 세울 때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항만·전기 등 인프라 문제, 행정적인 부패가 가장 난관이죠. 시간이 걸려야 극복이 됩니다. 우리는 빨리 공장을 세워 생산라인을 가동해야 하는데 그런 요인들로 인해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적인 부패는 베트남이 비교적 덜합니다. 중국은 행정적 규제, 일반적 규제가 심해요. 자신들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밀어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견제가 심할수도 있습니다. 중국·방글라데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기업 운영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기업이 사회복지 기능을 수행하고, 연금보험 등을 포함하면 인건비가 상당히 높아집니다. 가격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


-세계시장이 극심한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섬유 패션 환경 어떻게 보십니까?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금융긴축으로 인해 이미 자동차나 소비재 판매가 어려워지기 시작 했고, 그다음 여파가 어디로 올지 알 수가 없습니다. 변화를 도모하기가 힘이 듭니다. 지난해는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기본으로 계획을 세웠는데 올해는 소비가 크게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 계획을 세우기란 지극히 어렵습니다. 소비는 소비자가 결정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이나 리서치 매칭을 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와 긴밀성을 가지며 그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나가야 될 것입니다.”


-섬유산업 후발주자라고도 할 수 있는데 경쟁력 원천은 무엇입니까?
“저희는 큰 리테일러나 유명 백화점과 비즈니스를 안 하고, 남들이 싫어 하는 옷을 만들었습니다. 지속적으로 혁신을 시도했습니다. 저는 섬유분야의 지난 수십년 혁신중 많은 것이 우리 회사에서 시작 됐 다고 자부합니다. 다른 섬유회사와는 성장 역사가 좀 다릅니다. 복잡하고, 어렵고, 남이 하기 싫어하는 옷들을 외국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 낸 겁니다.”


-1980년대 후반, 섬유산업 사양화론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가 모두 섬유 강국입니다. 이탈리아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우고, 고부가가치화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 했다면 돈도 많이 벌고 섬유산업도 더욱 발전했겠지요. 우리는 세상을 너무 흑백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섬유산업에서 잘될 부분이 있고, 안 될 부분이 있는데 ‘섬유는 모두 끝났다’고 판단을 해요. 정부당국이나 산업계의 리더들이 성급한 결정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습니다. 1980년대에 정부가 저임금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무조건 10만원이상 월급을 주라’고 강요했습니다. 10만원 월급을 못 주는 회사는 없어져도 좋다는 뜻이죠. ‘월 급여 최소 10만원을 줄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을 동원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할 테니 따르라’고 했어야 했습니다. 상황을 오도한 거죠. 섬유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꾸 정치적 해결을 하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도움이 안 됐습니다. 돈을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하고, 꼭 돈이 필요하면 그때 자금을 동원해야죠. 정책 자금을 받아 아무데나 써버리면 산업을 살릴 수 없습니다.”


-최근 ‘디자인이 가미된 고급화 전략이 섬유산업의 돌파구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고급화 전략에 대해 오해가 있어요. 간결하고 품질이 높은 제품을 양산하는 기술을 기본으로 갖춰야 합니다. 그게 없는 상태에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해 봐야 되질 않습니다. 말하자면 비가 오는데 장화를 안사고, 고급 가죽구두를 사는 꼴입니다.”


-섬유 생산기지로서의 대한민국은 매력이 많이 사라진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간결한 옷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많이 생산 했습니다.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가가 좀 싸지면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고생을 덜 하겠죠. 값싼 외국 인력을 배정해 주면 더 보탬이 되고요. 한국 사람들의 우수한 재봉기술을 그냥 포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매출은 어느 정도입니까? 목표달성을 위한 투자전략은?
“지난해 1조 가까운 매출을 올렸습니다. 골드윈코리아와 영원무역 두 회사 합친 매출입니다. 올해 매출목표는 특별히 정할 수가 없습니다. 사업비 인건비 오버헤드(overhead :일반경비)를 버는 것 이상 목표를 세울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우리는 앞으로 수직계열화를 심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직조 편직 라미네이팅 등 버티컬 공정을 해외 각 공장에 구축해 원가 구조를 낮추겠다는 전략은 있습니다. 그 대신 재무 관리는 짜임새 있게해야 합니다.”


-평소 바이어에게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로 복구한 창녕 고택 때문에 한옥 보존 운동가로 소문이 났습니다.
“저희 집안의 古家(고가)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복원하고 있는데, 이게 ‘한옥 보존 운동’으로 알려진 것 같아요. 무너지는 집을 보수하려고 했는데, 빠진 집을 지어넣다 보니 결국에는 없어진 집 전부를 복원하는 규모있는 프로젝트가 됐습니다. 저희 고조부께서 처음 지으시고 5대에 걸쳐 증축되어 전체적으로 건물이 서른 채 정도 됩니다. 서울 남산의 한옥마을보다 더 크지요.”

성 회장은 고택이 한국을 알리는 가장 쉬운길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한옥에서 세계적인 바이어들과 수출 상담을 할 수 있다면 이게 가장 한국적인 문화공간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임순 기자 sk@ktnews.com


He is
1947년 서울 출생. 서울사대부속高·서울大 무역학과 졸업. 서울통상 이사, 영원무역 창업. 現 (주)영원무역 대표이사 회장, (주)골드윈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서울사대부속高총동창회장, 한·방글라데시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무역진흥대상(1997), 대한민국섬유패션대상(2004) 수상, 금탑산업훈장 수훈(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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