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르는 ‘거위의 꿈] 스크류볼(Screwvoll) 박하영 디자이너
[내가 부르는 ‘거위의 꿈] 스크류볼(Screwvoll) 박하영 디자이너
  • 이원형 기자 / stam77@ktnews.com
  • 승인 2015.06.05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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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라고요? 패션계의 타짜죠”

지난 4월에 열렸던 국내 최대 패션 수주회 ‘패션코드’에서 해외 바이어들로 북적거린 부스가 있다. 깔끔하고 절제된 실루엣에 시원한 패턴과 디자인으로 바이어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 번 보면 눈을 뗄 수 없는 만화책처럼 옷 하나를 보면 다른 옷도 보고 싶어지는 마력을 지닌 브랜드. 박하영 디자이너의 ‘스크류볼’이다.

손재주가 좋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나 싶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손바느질로 필통을 만들었던 박 대표. 나만의 예쁜 필통을 만들어보겠다며 바늘에 여러 번 찔렸던 그는 뼛속부터 ‘디자이너’가 되어야만 했다.

“옷에 워낙 관심이 많았어요. 전반적인 사회현상이나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고등학교 땐 환경 운동도 해보고 비누로만 머리를 감았어요. 괴짜였죠.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저만의 철학이 확고했습니다. 패션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슬럼프도, 큰 고민도 없었어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제가 즐길 수 밖에 없는 일이 됐습니다.”

박 대표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세대 의류환경학과에 진학했다. 의류의 기본인 소재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섬유, 소재 관련 과목에서 학점 A+는 기본이었다. 준비된 자는 어디서든 환영 받는다는 말처럼 똑 부러지게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박 대표는 대기업 및 유명 기업체 10여 곳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6년부터 7년 동안 제일모직에서 맹활약했다.

그는 “욕심이 많아서 일을 사서하는 스타일이었다”며 “국내 패션업계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한편으로는 내 브랜드 사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크류볼’은 알차다. 급변하는 트렌드에 따라가는 패스트 패션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물 흐르듯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슬로우 패션을 지향한다.

국내에서 자체 온라인 스토어 말고는 본격적인 유통 확장을 하고 있지 않다. 천천히 멀리 보고 있는 브랜드인 만큼 해외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를 먼저 공략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만족할만한 수익을 거둔 디자이너 브랜드가 얼마나 될까요? 최소 십 년은 버텨야 브랜드의 길이 보인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국내에서 주문이 계속 들어와서 고민이에요. 시즌이 지난 상품인데도 주문이 들어와요”라며 행복한 고충을 털어놨다.

고객이 ‘스크류볼’ 제품을 계속 사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아무리 입어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절제된 포인트, 독특한 색상에 대한 메리트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여지고 있는 이유에서다. 그는 “옷의 가치를 아는 고객에게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고 싶다”며 “인기 있었던 제품은 고객 니즈를 반영해 업그레이드해서 ‘스크류볼’ 시그니처 라인으로 확장시켜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똑똑한, 성공한 인생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는 박 대표. 자신만의 노하우로 뭉친 그에게 패션 브랜드로서 가장 금기해야 할 사항을 물었다. “변화 없이 정체되는 건 절대 금물이에요. 세상엔 무궁무진한 소재와 다양한 아이디어가 살아 숨쉽니다. 한 곳에 안주해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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