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희망가 부르는 섬유의 날, 언제쯤
[한섬칼럼] 희망가 부르는 섬유의 날, 언제쯤
  • 전상열 기자 / syjeon@ktnews.com
  • 승인 2015.10.30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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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섬유의 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수출이나 내수나 파김치 상황을 면치 못하지만 그래도 이 날 만큼은 섬유인 모두가 기지개를 켰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우리는 종종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격언을 회자시킨다. 항우장사라 한들 불황 앞에 견뎌낼 재간이 있겠느냐만 섬유의 날을 앞두고 새삼스럽게 이 격언을 떠올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차분히 기회를 엿보자는 뜻이다. 지금 섬유산업을 둘러 싼 환경은 이 격언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올해 섬유수출은 그야말로 빈껍데기라 해도 모자라지가 않는다. 지난 9개월 동안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달은 겨우 5개월에 그쳤다. 9개월 동안 무역수지는 달랑 6500만 달러 흑자에 불과하다. 100억 달러를 웃도는 무역수지 흑자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로, 그리고 이젠 10억 달러 대 두자리수 흑자시대도 막을 알린다. 10월 수출 역시 냉랭한 찬바람을 비켜나지 못한 채 자칫 올해가 무역수지 적자 원년을 알리는 해로 전락할까 우려를 높인다. 세계경기 불황 장기화와 엔화·위안화 약세가 맞물려 나가면서 우리 수출경쟁력을 앗아간 탓이다. 그러나 이 탓으로 돌리기엔 뭔가 아쉽고 부족하다는 느낌이 앞선다. 한마디로 자신감 결여다.

섬유의 날은 1987년 11월11일 국내 산업 최초 단일업종으로 수출 100억 달러돌파를 기념해 제정한 날이다. 생일날을 받잡으니 신바람이 났을까, 섬유 수출은 고도성장의 수레바퀴를 굴려 나갔다. 90년대 섬유수출은 거칠게 없었다. 고도성장의 세몰이에 수많은 업체들이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하는 파열음도 뒤따랐지만 성장의 과실은 이를 잠재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수출 내수 성장 동력 잃은 채
올해 무역수지 적자 원년 빨간불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 요구돼
새 희망 알리는 자부심 기대 높지만
서둘지 말고 차분히 기회 엿봐야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깨우침은 긴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기세등등한 자신감은 무한경쟁만 불렀다. 주위의 파열음은 분명 위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지만 남의 일이라며 웃었다. 문제는 웃음 뒤에 숨겨진 감당 못할 사태였다. 수출을 이끌어 온 간판 섬유업체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넘치는 자신감에 주체 성찰을 못한 채 달콤했던 성배가 독배로 변했다. 여기에 수출의 버팀목이 됐던 쿼터시대가 막을 내렸다. 섬유수출 전선에 빙하기가 들이 닥쳤다.

한때였으나 우리 섬유수출은 25개월 연속 성장신화를 썼다. 이는 수출에 날개를 달아준 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등 ‘3저시대’에도 없었다. 2011년 11월 수출을 끝으로 연속 성장 신화는 역사의 뒤안길에 묻혔지만 이의 상징성은 뜻하는 바가 크다. 한마디로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 공유다. 강한 자신감은 지금 한국 섬유수출에 던지는 새로운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체 파악을 못하는 자신감은 공멸만 부른다. 과거의 험악했던 사태가 이를 반증한다.

지난 10월21일 한국섬유수출입조합 이사회는 섬유수출의 새 희망을 공유하는 장으로 기억될만하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상호 소통으로 우리만의 특색을 살려 난관을 극복해 나가자”는 한 목소리였다. 확대된 R&D 투자 기반 공유는 수출의 강한 인프라라 했다. 또 중국은 교직물 일부나 화섬니트류, 후가공물 분야에서 따라오지 못한다며 이는 우리만의 특색이라는 자신감으로 분출시켰다. 지난해 원단 수출은 약 93억 달러, 총 섬유 수출액의 약 60%에 이른다. 그렇지만 올해 8월말 기준 수출은 전년대비 약 10% 감소한 56억 달러에 그쳤다. 원단 수출은 전체 섬유수출을 좌우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 공유는 새로운 희망을 알린다.

섬유의 날과 섬유수출은 불가분의 관계다. 섬유 수출이 알찬 내실과 활기차게 이뤄져야 섬유의 날에 신바람이 나지만 반대면 우거지상이나 다를 바 없다. 생일날의 모습은 인간사나, 산업이 처한 환경이나 모두가 사람이 주체라는데 근본 의미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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