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경쟁으로 치닫는 배송 스피드 전쟁
출혈 경쟁으로 치닫는 배송 스피드 전쟁
  • 이서연 기자 / sylee@ktnews.com
  • 승인 2022.05.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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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무료배송 쏟아내 경영 악화 우려

#‘브랜디 하루배송’의 한 이용자는 지난 2월 9일에 “저녁 8시 44분에 결제하고 밤 11시 15분 배송이 시작됐다. 이어 다음 날 밤 9시 배송이 완료됐다. 정말 빠르다”고 리뷰를 남겼다.

#에이블리 ‘샥출발’은 당일 출고만을 보장해 소비자들의 배송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기준 ‘샥출발’로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언제 도착하는지’를 묻는 지식인 글만 100건을 훌쩍 넘는다. 

패션 기업들이 소비자 편의성 극대화를 위한 빠른 배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소비자 니즈와 맞아떨어지며 퀵 배송은 만족도를 올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퀵 배송’은 기성 패션 업계에서 일찍부터 진행해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SSF샵 퀵배송’은 지난 2017년 처음 런칭했다. 서울 전지역 25개구에서 5000원에 당일 퀵 배송이 가능하다. SSF샵 퀵배송 주문은 올해 월 평균 1800여 건 수준이며, 올해 1월~5월 15일 기준 이용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휠라가 작년 12월 런칭한 ‘오늘 도착 서비스’는 박스당 5000원 이용 요금을 부과한다.  

기성 패션업체와 다른 점은 브랜디, 지그재그, 에이블리는 ‘무료로’ 빠른 배송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기존 패션기업에서는 소비자가 ‘빠른 퀵 배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혔고 5000원이라는 일반 배송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소비자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기업 운영에는 타격이 없다. 

온라인 플랫폼 패션 업체들은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재구매를 유도해 거래액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경쟁적으로 도입한 빠른 배송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무료 배송이기 때문에 배송 건수가 늘수록 플랫폼의 출혈로 이어지는 경쟁이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빠른 배송을 위한 풀필먼트(물류 시스템)과 인건비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브랜디의 작년 ‘운반비’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91억원 규모다. ‘에이블리’의 작년 운반비는 전년 대비 69% 증가한 55억원이다. ‘지그재그(카카오스타일과 그 종속기업)’의 작년 운반비는 1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7% 올랐다. 이처럼 운반비를 늘린 온라인 플랫폼 패션업체들은 하루배송, 샥출발, 직진배송 등 이름만 다를 뿐 빠른 배송을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하며 거래액을 늘리고 있다. 

브랜디, 에이블리, 지그재그는 각각 ‘하루배송’, ‘샥출발’, ‘직진배송’이라는 이름으로 빠른 배송을 진행 중이다. 세 서비스 모두 작년 10월, 7월, 6월에 런칭했다. 지그재그의 지난 3월 직진배송 거래액은 출시 첫 달인 작년 6월 대비 7배 증가했다. 직진배송 거래액은 매월 평균 약 20%씩 증가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브랜디는 하루배송 서비스 도입 후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루배송’ 상품 재구매 의사는 99.3%에 달했다. 

한 온라인 플랫폼 패션업체 대표는 “한 번 빠른 배송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들은 기다림에 관대하지 않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빠른 배송’을 원하기 때문에 타기업들도 스피드 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세 서비스는 빠른 배송을 모두 각사의 풀필먼트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브랜디와 에이블리는 풀필먼트센터에 입점된 브랜드의 제품 사입, 검수, 물류, 배송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지그재그는 직진배송 서비스 이용을 희망하는 판매자가 보관비, 입고비 등 물류이용비를 부담하게 하며 이외 비용은 플랫폼에서 부담하고 있다. 

차이점은 브랜디는 빠른 배송을 위해 ‘저녁도착’에는 퀵 서비스를 쓰고 ‘내일도착’은 우체국 택배를 사용한다. 에이블리와 지그재그는 CJ대한통운을 활용한다. 특히, 지그재그는 CJ대한통운과 ‘e-풀필먼트 서비스’와 연계한 물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브랜디’ 하루배송은 퀵 서비스와 우체국 택배로 운영되기 때문에 하루도 되기 전에 도착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택배사 파업, 연휴 기간 특수로 택배가 몰리는 경우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에이블리나 지그재그의 경우 CJ택배사 파업 등으로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 에이블리 ‘샥출발’은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당일 출고’만을 약속하고 있다. 지그재그 ‘직진배송’의 경우 지난 2월 택배사 파업으로 2주가 넘게 지연돼 주문을 취소한 후기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블로그 후기 글 댓글에는 “같은 이유로 지난주 금요일 주문했는데 일주일이 다되도록 송장번호도 입력되지 않더니 지금은 품절 상태다. 취소 유도를 받고 신뢰가 떨어져 앱을 삭제하려 한다”는 공감이 이어졌다. 

유래현 경기대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빠른 배송 서비스는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키기 때문에 미래 시장 확보를 위해 뛰어드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빠른 배송은 결국 생산, 물류 흐름, 배송까지 관리할 수 있는 풀필먼트를 위한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은 비용의 문제로 도태되는 많은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국 자금력을 기반으로 시장 우위에서 견딘 기업이 아마존과 같이 대형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빠른 배송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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