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33)] 스마트 의류를 장착한 동물들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33)] 스마트 의류를 장착한 동물들
  • 안동진 / djdj1959@naver.com
  • 승인 2022.09.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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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등 외부 자극 때문에 근육이 수축하면서 생기는 피부의 상태변화를 ‘소름 돋는다’라고 한다. 나무위키에 나온 내용이지만 ‘입모근 이라는 근육이 팽창하면서 생기는 체모 기저부의 피부 융기 현상이다’라고 정의하는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설명이 좀 더 나아 보인다. 

피부에 소름이 돋는 기전은 발기와 비슷하다. 털을 일으키는 근육, 말 그대로 입모근(立毛筋)(hair erector muscle)에 혈액이 차면서 팽창하고 이것이 자빠져 있던 털을 밀어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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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자체에 혈액이 몰려 기립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근육이 팽창하면서 털을 밀어주므로 말하자면 간접 발기인 셈이다. 머리카락에는 모세혈관이 없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작동방식이 생겨난 것이다.

왜 소름이 생길까? 두려움이나 성적 흥분 같은 복잡한 감정을 경험할 때도 소름은 나타나지만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의 경우는 주로 두 가지 목적이다. 보온과 상대를 위협하기 위한 방어수단. 복어가 볼을 풍선처럼 팽창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집을 커 보이게 하는 가장 단순한 기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보온에 관한 것이다. 동물의 털은 보온이 주 목적인데 왜 하필 ‘털’ 이라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을까? 그것은 밀집된 털들이 공기를 가두어 밀폐된 공기층을 형성하는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공기는 열의 이동을 차단하는 탁월한 단열재이다. 피부 위에 형성된 공기층은 두꺼워질수록 더 따뜻하며 털이 길수록 더 두꺼운 공기층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털이 항상 수직으로 서 있다면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밀폐력이 떨어져 비바람을 막아 내기도 어렵다. 가장 좋은 작동 방식은 평소에는 누워있다가 필요할 때만 일어서서 본연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자빠져 있던 털이 일어서면 그로 인해 상승한 털 길이만큼 공기층이 더 두껍게 형성된다.

말하자면 자동으로 스웨터를 하나 더 입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비가 오면 바이메탈처럼 작동해 비늘을 닫는 솔방울과 비슷한 멋진 기능이다. 날씨에 따라 자동으로 스웨터를 하나 더 입거나 벗는 장치는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스마트 의류라고 할 수 있다. 털을 가진 동물들은 외부 환경에 생물학적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의류를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소름은 일종의 지지대이다. 날이 추워지면 입모근이 팽창하면서 털을 발기시키고 털구멍 주변에 소름이 돋아 발기된 털이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 화난 고양이가 털을 세우는 모습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다만 인간은 털이 너무 짧아 털구멍 부분만 융기되고 그것이 소름으로 보이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털은 너무 짧아 소름이라는 지지대가 필요 없다. 지금은 불필요한 진화의 흔적인 것이다. 온몸이 털로 덮여 있던 조상들의 털은 날이 추워지면서 일제히 기립했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몸이 털로 덮여 있지 않지만 털을 곤두서게 하는 장치들은 그대로 있다. 그래서 존재하지도 않는 털을 곤두세움으로써 추위에 쓸데없이 반응한다. 소름은 우리 조상이 털이 많았다는 흔적이며 피부에 새겨진 살아있는 증거가 된다. 호모 사피엔스도 추워지면 자동으로 스웨터 한 장을 더 입을 수 있는 스마트 보온 기능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털이 누워 있는 스웨이드(Suede) 같은 원단에 외부 기온이 내려가면 털을 곤두세울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되면 말 그대로 스마트 원단이 된다. 따뜻할 때는 부드럽게 늘어져 있다가 추워지면 빳빳해지며 곤두서는 물질은 주위에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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