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보 SFI 전략기획본부장 “새로운 환경기준 부합하는 스트림 구성 기회와 신뢰 얻어야”
심상보 SFI 전략기획본부장 “새로운 환경기준 부합하는 스트림 구성 기회와 신뢰 얻어야”
  • 나지현 기자 / jeny@ktnews.com
  • 승인 2023.12.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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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보 SFI 전략기획본부장

- 세대 간 갈등도 많고 변화 속도도 너무 빠르다. 세대마다 소비, 라이프에 대한 방식도 판이하다. 기업들은 어떤 기조와 방향성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하나.  
“디지털화의 가속과 급격한 이념의 변화가 세대차이의 간극을 넓혔다. 특히 패션산업은 민감한 산업이기 때문에 현재 스타일에 익숙한 신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쉽게 트렌드를 읽어낸다.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신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자동화된 현대 기술을 잘 활용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지금의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의 사고가 박혀 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문화들 중에 유지되어야 할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대사회로 발전하면서 필요 없어졌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교체되었다. 신세대의 행동이나 요구가 버겁다면 그건 아직도 조직이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성세대가 신세대와 충돌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념이다.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지탱한 유교이념이 일제강점기와 전쟁, 군정을 겪으면서 왜곡되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이런 잘못된 유교이념은 신세대의 공정의식과 부딪치며 불만과 갈등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야수적 자본주의의 팽배가 신세대를 경쟁사회로 밀어 넣어 상황은 더욱 거칠어졌다. 과거의 불합리를 고집하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 신세대의 이해도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은 기성세대의 변화가 세대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 패션업계에도 친환경·ESG 바람이 거세다. 섬유패션계에도 순환경제를 구축하는 기조나 주목할 만한 화두가 있다면. 가장 시급한 안건은 무엇인가. 
현재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문제는 산업혁명 이후 기업활동과 그에 따른 소비에 의한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도 온전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ESG경영과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패션산업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당연히 패션산업이 ESG경영에 선두에 서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15년간 의류 생산은 두 배로 늘었지만 옷을 입는 시간은 40% 줄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의류 제품을 구매하고, 버렸다. 그 결과 환경오염과 노동권 침해라는 극한 위험을 초래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패션산업에 비해 ESG경영에 대한 준비가 매우 미흡하다. ESG 경영에서 패션업계는 환경에 대한 부분이 가장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하고, 발생한 비용은 제품가격에 반영되어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고, 소비자의 패션 환경은 악화되며 결과적으로 패션산업은 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키면 과거보다도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다. 효율적인 사용을 위한 견고한 제품,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의 사용, 그리고 활용가치가 남아있는 패션제품의 재사용이 패션산업에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글로벌 패션기업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력의 60% 이상이 화석연료로 만들어 지므로 패션기업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인식의 변화를 위해 지금 당장 고려해야 할 것은 그린워싱 문제다.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의 확산이 필요하다. 기업의 그린워싱 문제는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기업 스스로 변화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 유럽이 주도적으로 전개하는 순환경제 패러다임의 거대한 움직임에 한국의 패션섬유산업군은 어떻게 동참해야할까. 
“유럽의 경기는 매우 좋지 않다. EU는 전쟁과 미중 대결로 순탄치 않은 경제 해법을 환경으로 정한 듯하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 ‘그린딜’과  ‘Fit for 55’ 등 추가적인 정책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EU의 계획은 적극적이고 강력하다. 특히 12월 5일 합의 발표된 ‘에코디자인 규정(ESPR)’의 ‘미판매 의류 페기 금지 조항’은 의류 및 패션제품 생산 전반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에코디자인은 환경기준을 제품디자인에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제품 및 서비스 디자인에 환경문제를 해결한 기술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섬유패션기업 중 수출기업은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환경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내수기업은 대응 능력이 부족한 상태다.

특히, 국내 내수 중심 섬유패션 기업들은 ESG경영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대응하는 것이 기업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기업 간의 경쟁을 지양하고, 글로벌 수준의 제품을 중심으로 스트림별 계열화를 진행해야 우리나라 섬유패션산업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가치를 규모에 두고 있던 사고에서 벗어나 기업마다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스트림을 구성한다면 다시 한번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2024년 섬유패션시장, 경제상황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2024년의 섬유패션시장은 불안하다. 유럽과 중동의 전쟁으로 국제관계의 긴장도 높은 상태다. 경제 변동성과 높은 인플레이션율도 패션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패션제품은 항상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한다.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고 야외활동이 늘어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AI기술의 발달로 소비자 분석을 통한 높은 적중도의 제품기획이 가능하다. 환경에 대한 이슈도 장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기업들은 생산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이고 자신들이 얼마나 윤리적인 기업인지 강력하게 호소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초저가 중국 플랫폼과 온라인 유통의 글로벌화에 온라인 유통기업들은 긴장하고 있지만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언제나 같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은 기업이 강력한 주도권을 갖는 해가 될 것이다. 패션 제품은 이미 권력이나 지위를 보여주는 상징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는 문화 수준의 척도가 되었다. 왕관을 쓸 이유가 사라진 것처럼, 옷으로 자신의 권위와 재력을 보여주려는 노력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그보다는 세련된 코디와 유쾌한 스타일로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패션 감각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이런 패션 문화를 누리는데 고가의 사치품은 필요 없다. 동물을 산채로 잡아서 만들거나 엄청난 기능을 갖은 제품도 필요 없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만든 싸구려 제품은 더더욱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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